“돈키호테 같아요. 계속 도전하고 부딪치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는.” 최근 만난 한 영화계 관계자는 그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마동석을 이렇게 묘사했다. 실제로 마동석은 복싱하던 시절에도, 한국에 들어와 배우가 된 이후에도, 본격적으로 제작자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이후에도 한결같았다. 링 위에 올라가 흠뻑 얻어맞은 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다음 경기를 시작했다. 미국으로 이민 간 고등학생 마동석의 몸무게는 60kg. 복싱선수가 되어 ‘끝장’을 보고 싶었던 그는 고등학생 때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체격이 큰 서양인에게도 밀리지 않는 선수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식당 조수, 바텐더, 이종격투기 트레이너, 클럽 가드 등 그가 거쳐간 직업도 다양했다. 교통사고로 전신마취까지 하는 대수술을 받으면서 운동선수의 길은 접었지만 그에겐 배우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10대 시절 작은 연극무대에 섰던 기억이 각별했던 그는 LA에서도 몇번 오디션에 도전한 적이 있었고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위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운동 트레이너 일을 겸하면서 단역부터 시작한 마동석은 그때부터 더 큰 무대를 상상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연예인 운동 트레이너가 배우를 한다고? 심지어 이미 하고 있다고? 나중에 할리우드 진출을 꿈꾼다고? 마동석이 지금만큼 유명하지 않았던 시절 그를 인터뷰했던 한 기자는 “예전에는 배우가 영화제작을 한다는 것이 더더욱 허황된 이야기처럼 치부됐다”는 단서를 달며 당시를 회고했다. “마동석이 여러 가지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가 만드는 영화가 대단한 작품이 될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히트>에서 험악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입어 화제가 된 ‘미키성식’, <이웃사람>에서 연쇄살인마를 하찮은 벌레 취급하며 가능한 한 치욕적으로 패는 안혁모 등 마동석은 그의 마초성을 비틀거나 안전한 영역에서 폭력을 소비할 수 있게 안도감을 줄 때마다 관객에게 각인됐다. 전자는 마동석표 유머, 후자는 마동석표 액션에 해당한다. 한편 인간에겐 폭력과 섹스를 관음하고 즐기고픈 욕망이 내제되어 있고, 대중영화는 그 은밀한 본심을 동력 삼아 면죄부를 주며 발전해왔다. 특히 마동석은 권선징악의 서사 위에 유머를 얹어 폭력이란 유희를 성립시키는 가장 완벽한 스타였다. 그리고 이런 유의 영화를 캐릭터화한 것 같은 존재로 자리 잡은 마동석은 창작 작가 집단 ‘팀고릴라’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들을 개발해나가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여러 번 밝혔듯 마동석은 “음지, 양지 안 가리던 잡초”로 거칠게 살아오며 보통의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잘 알고 있었다. 연기를 시작한 뒤에는 <히트> 때부터 알고 지낸 형사를 비롯해 다양한 직업군의 취재원을 만들었다.
직접 기획부터 캐스팅 디렉터까지 도맡아 하는 충무로의 유명한 워커홀릭이었지만 여전히 배우 마동석에 대한 호감도와 제작자 마동석의 가능성을 분리하는 이들이 많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우가 영화제작에 관여하는 풍경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여전했고, 마동석이 내놓은 결과물이 작품성 면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범죄도시>는 장르와 소재상 한계가 있고 마동석이란 배우의 티켓 파워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자 난항을 겪었던 시나리오였다. 당시 모든 투자배급사에 거절당한 기획이었지만 마동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좀더 유명한 배우 혹은 감독을 섭외하면 촬영에 들어가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뿌리치고 당시 신인감독이었던 강윤성을 고집한 끝에 신생 투자배급사와 손잡고 기어코 자신이 생각했던 그림대로 <범죄도시>를 성사시켰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범죄도시>는 2017년 추석 연휴 극장가의 최종 승자가 됐다.
그렇다면 <범죄도시> 시리즈가 한국 극장가의 유일한 생존자가 된 지금은 어떨까. 언더도그의 승리 서사를 만끽할 법한 드라마를 썼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단적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이번 스페셜 에디션 주제를 보면서 생각했을 것이다. “마동석? <씨네21>이 왜?” <범죄도시> 시리즈는 2편과 3편이 연달아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검증된 흥행 상품이지만 왜 시장에서 잘 먹히고 있는지, 마동석의 액션이 왜 지지받는지 진지하게 분석된 역사가 별로 없다. 대체로 오락영화가 그렇듯 국내 시상식에서 ‘최다 관객상’만 받을 뿐 이렇다 할 수상 실적이 없는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대신 범죄 오락물의 클리셰, 폭력 재현의 적절성, 조선족 묘사 내지 여성 캐릭터의 부재 등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판하는 일은 쉽다. 마동석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마동석 배우론 혹은 제작자로서 가능성을 점치는 평론이 얼마나 있었을까. 대신 그의 캐릭터가 늘 비슷하다고, 매너리즘이 우려된다고 약점을 꼬집는 일은 간편하다.
하지만 마동석은 사랑받는다. 특히 그의 매력은 애쓰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대중과 스타의 줄다리기는 종종 상대가 뻔히 보이는 수로 조바심을 낼 때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마동석의 행보에서는 인기는 이미 얻었으니 명예를 우선시한다거나 ‘액션 스타’ 내지는 ‘마블리’ 이미지를 깨고 연기력을 인정받기 유리한(?) 캐릭터를 선택한다거나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싶다는 에고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마동석 캐릭터’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시험하겠다는 듯 인파이팅으로 달려들어 실패하고 성공하고 또 실패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세편 연속 천만 관객의 고지를 넘보고 있는 반면 <챔피언> <압꾸정> 등은 흥행 면에서나 비평 면에서나 썩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가 배우 활동 중 척추뼈 2개와 가슴뼈, 발목 등이 부러지고 아킬레스건 절반이 떨어져 나가는 등 큰 부상을 입었지만 꾸준한 재활 끝에 극복했다는 비하인드는 그의 필모그래피와도 닮았다. 그리고 마동석의 무모한 승부수는 영화 안팎에서 대중과 호흡하는 유연함을 타고 10년 넘게 시장에서 생존을 넘어 비상 중이다. 빅펀치픽쳐스 사무실에는 50편이 넘는 국내 프로젝트, 10편이 넘는 해외 프로젝트의 기획안이 전시되어 있다. 열정적으로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는 충무로의 돈키호테에게 잡힌 굳은살은 타고난 행운아나 천재들은 오히려 점하지 못할 위치로 나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