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캐릭터가 처한 상황별로 어울리는 무기와 액션 찾았다,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2024-04-30
글 : 정재현
사진 : 백종헌

수많은 한국영화에서 무술감독과 스턴트 무술팀으로 활약해온 허명행 감독은 <범죄도시> 시리즈 전편의 무술감독으로 마석도(마동석)의 액션을 책임져왔다. 마석도의 시원한 액션이 흥행 돌풍의 주요 원인이었던 만큼, 그 액션을 마동석 배우와 함께 세편 연속으로 만든 이가 메가폰을 잡은 만큼 <범죄도시4>에 관한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허명행 감독은 영화를 향한 수많은 ‘-만큼’은 별수 없다는 듯 특유의 호방한 말투로 본인의 두 번째 연출작과 카메라 뒤에서 바라본 <범죄도시4>의 액션에 관한 이모저모를 들려주었다.

- 연초 <씨네21>과 2024 한국영화 기대작 특집으로 만났을 때 “빌런을 빌런답게 그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영화를 보니 백창기(김무열)와 장동철(이동휘), 두 빌런 모두 악행의 원인이나 전사가 묘사되지 않았다. 둘 다 절대악으로만 작품 내에 존재하는 듯 보인다.

= 둘의 관계를 영화에서는 생략했다. 두 빌런의 관계를 그리는 게 영화 속 이야기를 이어가는 데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당시 전한 답은 이들이 지닌 악함, 비열함을 조형하는 방식에 좀더 집중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백창기는 용병 출신이라는 전사를 가지고 있다보니 그의 액션에 추가할 수 있는 테크닉이 많았다. 이를 활용해 마석도의 고군분투를 보다 다양하게 그리고 싶었고 작품 전체에 누아르적 분위기까지 내고 싶었다. 장동철의 경우 피터팬 콤플렉스가 있다고 보았다. 이동휘 배우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할 법한 대사를 뱉고, 표정을 유독 많이 쓰는 연기를 수행하길 바랐다.

- 빌런이 둘이라는 설정은 <범죄도시3>에서도 한 차례 본 적 있다. 하지만 전작과의 차이라면 장동철은 액션을 수행하지 않는다. 몸을 쓰지 않고도 이야기에 위협을 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출자와 배우 모두 고민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하는데.

= 빌런의 머릿수가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범죄도시3>의 두 빌런은 마석도를 상대하는 구조지만 장동철은 마석도를 모른 채 끝까지 백창기와 대립하는 관계다. 그래서 마석도와 관계가 있는 빌런은 오직 백창기다. 이때 장동철이 백창기와 다른 쪽에서 맞붙으면서 또 다른 중요한 빌런으로 자리하게 된다. 전작과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고 당연히 그렇게 구성될 수밖에 없다.

- 백창기는 <범죄도시>의 장첸(윤계상), <범죄도시2>의 강해상(손석구)처럼 주요 무기로 칼을 사용한다. 마석도 형사가 주로 주먹을 사용하다 보니 시리즈의 빌런들은 주먹의 반대급부로 칼을 선택하게 되는 건가.

= 마석도가 형사라 무기를 사용할 수 없음이 당연히 전제돼야 한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별로 어울리는 무기를 고르고 구현할 수 있는 액션에 대해 소품팀, 의상팀과도 회의한다. 어쩌면 백창기는 용병 출신이라 총이 더 익숙할 수 있다. 실제로 총이 더 빠르게 사람을 살상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액션을 총으로 푸는 데엔 애로사항이 있다. 한국 관객의 경우 총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총은 쏘면 끝나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액션의 묘를 살린 시퀀스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칼은 실제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를 포함해 무기 자체에 대한 공포가 만연 해서 자연스럽게 나온 무기다. 영화적으로는 빌런이 칼을 휘두를 때 줄 수 있는 액션의 느낌이 좋기도 하다.

- 유성 어패럴에 주둔하던 브로커가 도주하다 광역수사대에 붙잡히며 본격적인 사건 수사가 시작된다. 속도감이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한데 어떻게 구상했나.

= 비하인드가 있다. 시나리오에선 그 장면이 액션 시퀀스로 설정돼 있었다. 그런데 매장 직원들과 벌이는 액션을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답은 팀워크에 있었다. 액션을 통해 용의자를 잡아내는 것보다는 두명의 경찰이 토끼몰이하고 두명의 경찰이 잠복해 용의자를 지능적으로 검거해내는 그림을 보이고 싶었다.

- <범죄도시4>의 코미디 함량은 장이수(박지환)가 채운다. 다시 장이수를 등장시킬 때 어떤 점들을 고민했나.

= 장이수의 재등장과 그의 직업에 관해서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전편들로부터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으니 사업에 성공한 장이수가 등장하면 관객들도 더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 같았다.

- 박지환 배우와 촬영 중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던데.

= 박지환 배우의 연기야 워낙 출중하지 않나. 그의 연기력은 누구도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박지환 배우로부터 배역이 취하는 행위의 타당성, 예를 들어 마석도와 장이수가 공조하는 게 리얼리티 측면에서 관객들의 이해를 받을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을 주로 받았다.

- 작품의 뉴페이스로 이주빈 배우와 김신비 배우가 사이버수사대로 광수대에 합류한다.

= 새로 합류한 배우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사항은 없다. 그저 배역에 잘 맞는 이미지를 지닌 배우를 찾고 싶었다. 이주빈 배우의 경우 똑 부러지며 똘망똘망한 지수와 잘 어울려 바로 생각이 났다. 김신비 배우의 경우 오디션에서부터 배역이 요하는 연기력과 이미지과 모두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지수와 함께 서 있을 때 동료로서 잘 어울렸다.

-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 배우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기획에 참여했다. 액션의 조예가 깊은 배우가 참여한 시나리오는 타 시나리오보다 액션을 구체화할 요소가 좀더 명확하게 설정돼 있는 편인가.

= 오히려 훨씬 열려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무술감독으로 함께한 이전 세편의 시나리오도 읽으면 액션 시퀀스의 구성 방식, 캐릭터의 컨셉과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까지도 발전시킬 요소가 많이 열려 있던 텍스트였다. 오히려 많은 요소가 정해져 있으면 확정된 것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 올해 두편의 연출작을 내놓았다. <범죄도시4>가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었으면 하나.

= 영화를 재밌게 즐겼으면 한다. 동료들과 함께 보러 와 웃고 통쾌해했으면 한다. 그리고 나쁜 짓을 하면… 마석도 같은 정의로운 형사에게 이렇게까지 혼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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