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가수 백지영이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당신이 헬스트레이너였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 당시에도 영화 제작자로서 할리우드에 가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말이다.
= 돈이 너무 없어서 아르바이트로 헬스나 복싱을 가르치던 시절이다. 당시 사람들은 내가 영화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하며 배우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운동을 가르치다 말고 “난 나중에 영화를 만들 거야”라고 했으니 아마 내가 정신 나간 줄 아는 분들도 있었을 거다. (웃음)
-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지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 어렸을 때 싫증을 자주 느껴서 복싱 말고는 끝까지 해본 게 없었다. 정상에 오른 것 같았는데 더 올라갈 곳이 남아 있고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복싱만 오래 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트레이너로 자리 잡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는데 배우가 되고 싶어서 그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에 들어왔다. 연기를 시작한 후에는 뒤로 물러날 데가 없었다. 배우는 하면 할수록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직업이었다. 연기도 복싱 같았다. 잡힐 것 같다가도 다시 멀어지는 일이 반복되니 계속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잘해야 했고,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혼자 고민을 많이 했다.
- 지금은 해체됐지만 ‘팀고릴라’라는 창작 작가 집단이 있었다. 한국의 기존 투자배급사 시스템에는 없던 모델이었는데 이를 조직하게 된 배경은.
= 당시 나와 인연이 있지만 일을 못하고 있는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작가료를 드리면서 글을 쓰게 했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좋은 대본을 하나씩 만들다보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오고 그렇게 초기비용도 회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중 일부는 지금 빅펀치픽쳐스에서 글을 쓰고 있다.
- 빅펀치픽쳐스는 마동석이 차린 영화 제작사로 이해하면 되나.
= 그렇다. 내가 15년 동안 만든 시나리오들을 갖고 있는 제작사다. LA에 사무실이 있는 할리우드 프로덕션은 ‘빅펀치글로벌’이라고 따로 있다. 정리하자면 빅펀치픽쳐스는 영화사, 빅펀치글로벌은 할리우드 사무실, 빅펀치엔터테인먼트는 내 매니지먼트사, 빅펀치복싱클럽은 복싱하는 곳.
- 아, 삼성그룹에 삼성전자와 삼성증권이 있는 것처럼….
= 그렇게 큰 회사랑 비교하면 안된다. 지금 우리는 구멍가게다.
- SM 엔터테인먼트에 자회사 SM C&C가 있는 것처럼….
= SM도 비교하면 안된다. (앞에 있는 우유를 가리키며) 이거다. 서울우유 밑에 초코우유, 딸기우유, 커피우유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 된다.
- 빅펀치픽쳐스의 기획 회의 풍경이 궁금하다.
= 매일 회의를 한다. 엄청나게 많이 한다. 내가 기획한 작품을 작가나 기획 PD끼리 회의할 때도 있지만 중요하고 큰 회의는 항상 내가 참석한다.
- 마동석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굴러가나. 어떻게 그 많은 일을 소화하고 있나.
= 아침에 일어나 복싱장에 가서 2~3시간 운동을 한다. 스케줄이 있으면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글을 쓴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사무실로 출근해 회의를 한다. 밥 먹고 글 쓰고 회의하고 전화해서 회의하고 다시 글 쓰고 복싱 가고 촬영장 가는, 그게 인생의 전부다. 근데 이렇게 사는 게 연기하는 데도 이롭다. 시나리오를 쓰고 회의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글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라든지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읽는 태도가 길러진다. 시나리오 전체를 보면 배우가 어디서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배우마다 성향이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기획, 각본, 연출은 각 분야 전문가에게 맡기고 연기에만 집중하기를 선호할 수 있고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데서 시너지를 받는 사람도 있다.
= 개인차가 있다. 그런데 나와 미국에서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은 모두 자기 프로덕션이 있었다.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개발하면서 영화를 준비한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배우가 연기 외의 영역에 눈을 돌리면 뭔가 잘못된 것처럼 얘기한다. 나는 동의할 수 없다.
- 꽤 예전부터 제작 일에 적극적이었다. 제작자 마동석의 첫 작품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이웃사람> 제작자와 지금 다른 작품도 하고 있는데 그가 “형이 제작한 첫 작품은 <이웃사람> 아닌가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제작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진 않았지만 거의 모든 제작 공정을 함께했다. 시나리오상 내 캐릭터의 대사를 여러 번 수정했고 판권 관련해서도 내가 직접 붙잡고 비즈니스를 했다.
- 마동석이 처음부터 ‘마블리’는 아니었다. 이를테면 <비스티 보이즈>를 다시 보면 마동석이 이렇게 무서운 이미지였나 싶어 깜짝 놀라게 된다. 극 중 호스트였던 하정우에게 빚을 갚으라며 욕하고 때리는 조폭으로 나왔으니까. (웃음) 개인적으로 당신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이웃사람>이 기점이었다고 본다. 의도한 바였나.
= 전혀 의도하지 못했다. 그저 캐릭터에 맞게 연기했는데 사랑을 받은 거지 미래를 점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배우는 전세계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웃음) 내 이미지가 바뀐 분기점으로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언급하는 분들도 많다.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캐릭터가 하나씩 쌓이다 보니 이미지가 달라진 것 같다. 모든 게 우연이었다.
- 한편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후에도 모든 작품이 잘된 것은 아니었다. 몇번의 실패가 있었다.
= 일희일비하는 성격이 아니다. 영화도 개봉 후 무대인사를 마치면 흥행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손을 놓는 편이다. 그리고 다음 것을 준비한다. 어렸을 때부터 복싱을 해서 그런 것 같다. 복싱을 하다 보면 실패 경험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일종의 맷집이 생기는 거다. 물론 특정 경기에서 이긴 것을 3년 동안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었다.
- 그간 필모그래피를 보면 마동석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가 구분된다.
= 전자가 <황야> <범죄도시> 시리즈라면, <시동> <백두산> <굿바이 싱글>은 좀 다른 결의 캐릭터였다. 예전에는 독특한 조연 캐릭터도 많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액션물 주인공을 주로 하다 보니 마동석 캐릭터를 원하는 분들이 많다. 일단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계속 가고 있다.
- 제작자이자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망은 없나. 지금은 사랑받고 있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이 “마동석은 늘 비슷한 모습으로 나온다”며 매너리즘을 느낄 수 있다고 걱정한다든지.
=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지 않으냐고 많이들 묻는데 아직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다. 어려서부터 액션배우가 되고 싶었고 마동석 캐릭터를 활용한 액션물을 앞으로도 많이 만들고 싶다. 내 캐릭터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거다. 마동석 캐릭터가 지겨운 분들은 마동석 캐릭터가 안 나오는 영화를 보다가 다시 궁금해질 때 돌아오면 된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석도가 실제 나이를 먹고 노련해지는 모습은 표현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캐릭터를 바꿀 수는 없다. 사람들이 마석도를 보기 위해 <범죄도시> 시리즈를 찾는다면 계속 마석도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 액션 연기를 할 수 없는 날이 오면 다른 캐릭터도 많이 보여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범죄도시8>를 끝내고 나면 할 수도 있고.
- 비디오 대여점 시절 ‘성룡의 ◯◯◯’, ‘이소룡의 ◯◯◯’식의 제목을 단 영화들이 많았다.
= 엄청 부러웠다. 또 장클로드 반담, 스티븐 시걸, 베니치오 델 토로….
- 그들처럼 배우 마동석을 고유의 캐릭터가 확실한 액션배우 계보에서 읽어보고 싶다.
= 액션배우들은 그들의 브랜드 자체로 영화를 한다. 무술 실력으로는 나보다 뛰어난 분들이 많겠지만 내가 하는 건 무술보다는 복싱이나 격투기 같은 실전이다. 드웨인 존슨도 퍼포먼스에 가까운 프로레슬링 선수였으니 실제 운동을 했던 사람이 액션영화 배우로 활동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 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 중 타이슨 퓨리라는 훌륭한 선수가 있는데 그는 연기를 못한다. 실전 경험을 갖고 연기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만든 액션영화는 어떤 관객에게 특별할 수 있다.
- 하지만 비평적인 시도가 별로 없었지. 윗세대도 마찬가지다.
= 이두용 감독의 <돌아이> 시리즈에 나온 전영록 선배가 있었지.
- 장르에 대한 편견 때문일까.
= 한국에서는 오락 액션 장르 자체의 영화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톰 크루즈가 <탑건: 매버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도 연기상 후보에는 잘 호명되지 않잖나. 인간의 딜레마나 삶의 의미를 담은 영화에 좀더 가치를 두는 게 나도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락영화도 만들기 쉽지 않고 연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 비평가들에게 인정받는, 소위 말해 <씨네21> 전문가 별점이 높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없나.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인정욕구가 분명한 배우나 제작자들을 만날 때가 있다.
=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내게는 관객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 원래 목적에 충실한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범죄도시> 시리즈는 엔터테이닝에 충실한 게 미덕이고, 휴먼드라마는 어린이까지 볼 수 있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 실제로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배우 아닌가. 모두가 마동석을 좋아하고 국가도 언어도 가리지 않는다. 헬로키티 폰케이스를 낀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인스타그램 영상 조회수가 1억3천만회, ‘좋아요’가 960만개를 돌파했다. 난 이런 수치를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멤버 계정에서나 봤다.
= 그냥 찍은 영상인데 그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예전에 인스타그램에 재미있는 영상을 올렸더니 어떤 분이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몇달간 웃을 일이 하나도 없어서 우울했는데 아침에 올리신 사진을 보고 처음으로 웃었어요. 고마워요.” 이 말이 무척 마음에 와닿아서 SNS에는 영화 홍보를 제외하면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올리려고 한다. 사실 내가 영화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엔터테이너로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
- 빅펀치픽쳐스, 빅펀치글로벌에서 제작하는 영화 중에는 직접 출연하지 않는 작품도 많다고 들었다.
= <범죄도시> 시리즈와 이미 출연이 정해진 작품들을 제외하면 내가 나오지 않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할리우드 프로젝트는 90% 출연하고 10%는 프로듀싱만, 이를테면 <범죄도시2> 리메이크가 그렇다. 캐릭터에서 출발한 영화도 있지만 스토리에서 출발한 기획은 인물을 만들다보면 내가 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잔뜩 나오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제작에만 참여한다. 액션 스릴러가 많지만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장르도, 호러영화도 있다.
- 게임 회사 크래프톤과 함께 ‘펍지 유니버스’ 단편영화를 찍은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로 연결될 수 있는 모든 매체에 관심을 두는 듯하다.
= 캐릭터, 세계관, 스토리…. 이런 것들에 흥미를 느낀다. 그래서 게임을 잘 못하지만 세계관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해본 적도 있다. <용과 같이> 시리즈나 히데오 고지마의 작품을 좋아한다. 만화나 애니메이션도 본다. 지금도 연재 중인 <베르세르크>라든지 <하지메노 잇포>(<더 파이팅>의 일본 제목)가 생각난다. 복싱선수들은 <하지메노 잇포>를 다 봤다. 복서들의 교본 같은 작품이다.
- 리메이크 판권만 판매하고 그칠 수 있는데 당신은 할리우드 대형 프로젝트에 제작자나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다. 이같은 협상은 어떻게 가능했나.
=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리메이크될 때 자칫 재미만 추구하고 영화의 가장 중요한 근간은 없어질 수 있다. 이를테면 번역 및 각색 과정에서 꼭 들어가야 할 중요한 장면을 빼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양면을 볼 수 있는 프로듀서가 필요하다. 나는 한국영화와 할리우드영화를 모두 경험했다. 때문에 <범죄도시2> 할리우드 리메이크의 시나리오를 중간에서 조율하고 제작에 참여할 수 있었다.
<범죄도시2> <악인전> <이웃사람> 리메이크
- 할리우드에서 제작자로서 인정받는 데는 역시 <범죄도시> 시리즈의 이력이 주효했겠다.
= 해외에서 <범죄도시> 시리즈를 많이들 봤더라. 예전에는 <부산행>과 <이터널스>를 보고 편지를 보내는 팬들이 대다수였는데 요즘엔 <범죄도시> 시리즈를 보고 날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다. 역시 영화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선다. 감사하게도 <범죄도시2>가 한국에서 흥행했고 나는 그 영화의 제작자다. 캐스팅이나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에 있어 내 컨펌을 받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일정이 있을 때 미팅을 잡거나 줌으로 만나면서 협업하고 있다.
- <악인전> 리메이크는 제작 겸 주연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속한 발보아 픽처스가 제작한다.
= <악인전>이 칸영화제에 갔을 때 관심을 보인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여섯 군데 정도 있었다. 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내가 워낙 실베스터 스탤론 형님을 좋아한다. 발보아 픽처스 대표와 테일러 셰리든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만들었다. 그래서 발보아 픽처스를 택했다.
- 그 밖에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들도 소개해달라.= <이웃사람>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다. 액션 프랜차이즈 영화 <논스톱>은 이연걸, 토니 자 등 동양의 여러 무술가들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다.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지구 멸망 이후의 이야기 <헬다이버>는 아라드 프로덕션의 제안으로 제작 겸 주연으로 함께하게 됐다. 마블 스튜디오와의 계약도 두편 남아 있다.
- 단지 <부산행> 이후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쌓은 네트워크는 아닌 듯하다. 이전부터 해외 교류가 있었나.
= 예전부터 미국에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했다. 그러다 출연한 <부산행>과 <범죄도시> 시리즈를 미국 친구들이 무척 좋아해줬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포함한 마블 영화도 출연할 기회가 몇번 있었고 <존 윅> 시리즈는 2, 3, 4편 모두 제안이 들어왔다. 아쉽게도 <존 윅–리로드>는 <악인전> 때문에, <존 윅3: 파라벨룸>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때문에 연이 닿지 못했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다른 작품이라도 함께하고 싶다며 연락을 줬다. 시나리오가 나오면 보내주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오는 제안이 더 많다.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제안이 들어오는 프로젝트도 있다.
- 배우로서 경험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 현장은 어땠나.
= <범죄도시> 제작자가 <이터널스>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주겠다고, 한명당 두잔이면 되냐고 묻더라. 여기 스태프가 1200명 정도 된다고 하니까 전화를 끊었다. (웃음) 한국에서는 제작부가 이 일 저 일 다 하지 않나. 할리우드는 분야별로 업무가 철저하게 나뉘어져 있다. 카메라가 7~8대 있기 때문에 촬영감독도 여러 명 있다. 한국에서는 이틀 정도면 찍을 액션 장면 하나를 6주 동안 찍었다. 매일 똑같은 동작을 하니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액션 합을 다 외울 정도였다. (웃음) <이터널스> 현장은 주 5일 동안 촬영하고 주말은 쉬었다.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는 규칙적인 생활이 개인적으로 잘 맞지 않아서 좀 힘들었다. 이틀 동안 몰아 찍고 하루 푹 쉬는 한국영화 시스템이 몸을 관리하기에는 더 좋았다.
-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 경험이 한국에서 영화나 시리즈를 만들 때도 중요한 자산이 됐을 테고.
= 마블 세계관을 디자인하는 케빈 파이기와 대화를 나누고 클로이 자오 감독과 작가들이 <이터널스> 시나리오 작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운 것이 많다.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안에 인물을 배치하고 조합할 때는 개연성은 물론 신선함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결은 다르지만 <범죄도시> 세계관을 만들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 지금 준비 중인 프로젝트들의 경험을 흡수한 뒤 선보일 <범죄도시> 5, 6, 7, 8편의 면모가 기대된다. 진행 상황은 어떤가.
= 구상은 끝났고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초고가 나오면 내가 또 먼저 각색하고 모여서 회의하고 그렇게 나온 수정고를 내가 또 각색하면서 몇번 더 고쳐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시나리오가 나와서 진행할 수 있다.
- 전편을 함께한 제작진이 그대로 가는가.
= 거의 그대로다. 여기에 새로 들어온 스크립터와 젊은 조감독, 연출부가 새로운 의견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훨씬 현대적인, 글로벌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범죄도시> 시리즈 맞아?” 이런 반응이 나오는 편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