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ast│2008│랜스 해머│96분│미국│오후 5시│CGV 5
푸르스름한 황폐함이 가득한 첫 화면을 마주하면 품게 되는 첫 질문. 미시시피란 어떤 곳일까. 흑인의 비율은 높고, 흑인의 소득 수준은 낮기로 유명한 주라는 정보가 주어진다면 <발라스트> 속 세 인물의 무기력한 유영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인지할 수도 있겠다. 쌍둥이 형제의 자살 시도가 절반의 성공으로 끝을 맺는 것으로 시작한 영화는 자살에 실패한 한명의 형제, 자살에 성공한 쪽의 아들과 그 어머니가 황량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요한 분투를 한발짝 뒤에서 바라본다. 목표없는 소년은 총을 겨눈 채 용돈을 요구하고, 세상이 두려운 엄마는 선의의 손길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중요하고 근사한 대사는 말해지는 법이 없고, 심금을 울리는 음악도 기대하지 말자. 바라봄 그 자체가 영화로 가능한 최대치의 호의라는 듯 그 무엇에 대해서도 함부로 논평하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지가 확연하다.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리듬 그 자체다. 뒤통수 바라보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대상과 호흡을 맞춘다는 면에서 다르덴 형제가 연상되는 핸드헬드, 내러티브와 비주얼상의 여백, 경망스럽지 않은 점프컷과 감정이 담긴 롱테이크 등은 미국 감독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2008년 선댄스영화제 역시 감독상과 촬영상으로 신인감독의 남다른 데뷔작에 손을 들어줬다. 더욱 재밌는 것은 연출, 각본, 제작, 편집을 겸한 랜스 해머 감독의 이력. <배트맨> 시리즈의 시각효과로 영화에 입문하여 <그 남자 거기 없었다>의 연출부를 경험한 백인 감독의 ‘작가적인 포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실제 미시시피 지역에서 비전문 배우를 고용하고 즉흥적인 연출방식을 택하여 만들어진 제작방식 역시 마찬가지. 세 인물의 새로운 출발을 향한 조심스러운 희망의 시선에서는 대상을 향한 예의가 드러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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