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윌리엄 타이틀러] 사람이 로봇을 운전한다는 게 큰 차이다
2008-06-03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실사영화로 만드는 <로보트태권V> 총괄 프로듀서 윌리엄 타이틀러

추억의 만화영화 <로보트태권V>가 실사영화로 제작된다. 그런데 태권V는 더이상 한국 사람만의 우상이 아니다. 이 56m의 거대한 전투 로봇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이 있으니, 바로 할리우드의 A급 프로듀서 윌리엄 타이틀러다. <쥬만지> <폴라 익스프레스> 등의 판타지 가족영화를 제작해 명성을 얻은 그가 <로보트태권V>의 총괄 프로듀서로 한국을 찾았다. “고향에 온 것 같다”며 서울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윌리엄 타이틀러에게 <로보트태권V>와의 인연을 직접 물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LA에서 5년 전 지인의 소개로 영화사 신씨네의 신철 대표를 처음 만났다. 그가 이소룡 프로젝트(이소룡을 CG로 복원하는 영화)의 제작자를 맡아달라고 부탁해서 이후 2년간 함께 일하며 친구가 됐다. <로보트태권V>에 대한 얘기를 그때 처음 들었다. 작품의 컨셉과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 제안이 들어왔을 때 흔쾌히 승낙했다.

-<로보트태권V>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56m의 거대한 전투 로봇을 작은 아이가 조종한다는 원작 만화의 컨셉은 가족영화로서 대단히 멋진 아이템이다. 또 하나는 영화의 줄거리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훈이의 30년 뒤 모습을 다룬다. 사무실에 처박혀서 일만 하고,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 삶을 살던 40대의 훈이가 자신의 화려한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는 설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로보트태권V>를 영화 또는 만화로 직접 본 적이 있나.
=1976년 제작한 애니메이션과 코믹스로 제작된 5권의 만화를 모두 봤다. 특히 코믹스는 내가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4월 샌타모니카의 어느 카페에서 1권을 읽었는데 마치 영화 스토리보드를 보는 것 같았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장면만 보는데도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중에 신 대표에게 내가 이해한 내용을 이야기했더니 “생각한 것이 100% 맞다”고 하더라. 그 순간 이 작품을 해야겠구나 싶었다.

-이미 해외시장에서 <아이언맨>이나 <트랜스포머> 등 여러 종류의 로봇영화가 선보인 바 있다. <로보트태권V>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태권V는 사람이 로봇을 운전하지 않나. 로봇 혼자 움직이는 <트랜스포머>나 사람이 로봇 옷을 입는 <아이언맨>과는 다르다. 관건은 이러한 차이점을 관객에게 인식시키는 거다. 성공한 두 영화가 관객의 기대치를 크게 높여놨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도 중요하고.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특별한 전략이 있나.
=그냥, 엄청나게 열심히 일하는 거지. (웃음) 물론 <로보트태권V>의 예산이 화려한 시각효과를 자랑하는 할리우드 로봇영화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예산이라도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만들 수는 있다. 캐릭터와 스토리로 승부를 걸 생각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한국시장을 완벽하게 잡는 것이다. 우리의 모델은 중국영화 <와호장룡>이다. 이 영화는 가장 중국적인 모습으로 세계시장에서 성공했다. 한국적인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한국시장에 집중할 생각이다.

-해외 관객이 <로보트태권V>의 어떤 점을 매력으로 느낄까.
=줄거리 자체가 외국 사람들이 보아도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는 구조다. 또 등장인물 중 카프 박사나 메리는 한국인이 아니다. 이처럼 국적을 초월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건 세계시장에 진입하기 수월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시장 조사를 해본 적이 있나. 반응이 어떤가.
=전반적인 시장조사는 못했지만, 개인적인 조사는 해봤다. 한국에 오기 전 뉴욕에서 50명의 친구들에게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더라. 또 어떻게 보면 내 자신이 해외 관객인데, 나는 외국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영화계가 위기라고들 한다. 많은 영화인들이 산업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오랜 시간 제작자로 활동하며 이와 같은 위기를 겪은 적이 있나.
=최근 미국에서도 제작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튜디오에서는 더이상 영화 제작에 큰돈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 영화잡지 <버라이어티>에서 얼마 전 ‘포스트 스튜디오 스트레스 디스오더(Post Studio Stress Disorder)’라는 기사로 이러한 위기를 보도한 적도 있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 유튜브나 마이 스페이스를 통해 감독과 제작자가 관객을 직접 모으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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