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고고 70>의 배우 조승우, 최호 감독 인터뷰
2008-07-03
글 : 주성철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뭐가 나오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고 70>의 조승우 인터뷰

-영화배우가 아닌 ‘뮤지컬 배우’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커리어를 쌓았다. 뮤지컬과 달리 기타를 잡고 세워진 마이크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나.
=이제는 마이크나 기타가 없으면 오히려 더 어색하다.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뮤지컬할 때 무대 위에서 몸에 무선 마이크를 달고서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다. 아무래도 내 몸에 붙어 있는 것이라 떨어질지도 모를 걸 신경 써야 하니까, 지금이 더 자유롭다.

-최호 감독과는 <후아유>에 이어 두 번째다. 호흡은 어땠나.
=얘기해도 되나? (웃음) 그땐 사실 서로 잘 맞지 않았다. 내 나이가 그때 20대 초반이었는데 ‘이놈은 놀아보지도 않고 연애도 별로 안 해봤나’ 그렇게 답답하게 생각하셨을 것 같다. 닳을 대로 닳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때의 나는 스스로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고 한참 뒤 <고고 70>을 다시 또 하자고 하셔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후아유> 때 얘기를 뒤늦게 하면서 풀게 된 것도 있고. 싸운 건 아니었지만(웃음) 하여간 이번에는 마음이 잘 통했다. 게다가 보경사 심보경 대표님, 방준석 음악감독님, 최호 감독님, 이렇게 3인방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듬직했다. 이거 뭐가 나오긴 나오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후아유> O.S.T를 참 좋아하는데 그때도 음악적 감각이 뛰어나다고 느꼈으니 이번 영화도 당연히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과거 배경이니 특별한 준비를 했을 것 같다.
=감독님이 자료를 엄청 주셨다. 음악자료는 몇 십곡쯤 됐고 기타 리프 스타일까지도 자료를 주셨다. 당시 시대 배경을 느껴보기 위해서였는지 단체로 <우묵배미의 사랑>을 보러 가기도 했다. 연기 톤이나 대사도 당시처럼 하려고 해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욕에 대한 자문도 받았다. (웃음) 데블스 멤버들이 다 촌놈들이라 ‘질러부러’, ‘그런 것이여’ 하는 방언도 섞여 있고 그렇게 모여서 서울로 가고 또 맞춰가는 맛이 있다.

-<타짜>와 비교하자면 기댈 수 있는 선배 연기자들이 없다. 불안하지 않았나.
=아마 나중에 영화를 보면 깜짝 놀랄 거다. 차차(차승우 별명)를 보고 있으면 ‘내가 정말 매너리즘에 빠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연기자들은 다르게 가보자든지 대사를 이렇게 한번 바꿔보자, 뭐 그러면서 가공하려는 측면이 있는데 차차는 그냥 주어지는 대로 본능적으로 받아서 연기를 해낸다. 소름 돋을 정도로 짐승 같은 연기라고나 할까. 정말 예측할 수 없는 호흡들이 나오니까 너무 흥미로웠고 나보다 몇배는 낫다고 느꼈을 때가 많다. 드러머 경호 형은 계속 배우를 해도 될 것 같다. 실제 인생 자체가 로커의 굴곡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저절로 배어나온다. 홍광호는 말할 것도 없고 또 다른 멤버들을 보면 최민철 형은 <하류인생>은 물론 뮤지컬까지 포함해서 벌써 8작품을 함께하고 있고, 베이스의 김민규는 <타짜>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와서 나한테 린치를 가했던 바로 그놈이다. (웃음) 어떻게 보면 ‘투톱’ 주인공 영화처럼 보이지만 <고고 70>의 주인공은 그냥 데블스다.


“실제 공연처럼 빠져드는게 목표다”

<고고 70>의 최호 감독 인터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사실 오래전에 <씨네21>을 보면서 모티브를 얻었다. <씨네21>에서 2002년인가 피닉스 음반이 다시 재발매된다는 신현준씨의 글을 읽은 게 원초적인 시작이었다. 그리고 신현준씨가 쓴 <한국 팝의 고고학>을 읽으면서 도움을 많이 얻었다. 6, 7년 이상 정말 공들여 쓴 책인데 크게 반응이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책이기도 하다.

-배우들을 음악적으로 조련하는 준비 과정이 힘들었을 것 같다.
=촬영하기 전부터 계속 연주 훈련을 했다. 그러다가 정말 데블스라는 이름으로 홍대 드럭에서 공연을 가졌다. 다른 밴드들 공연하는 가운데 데블스라는 이름으로 쓱 낀 거지. (웃음) 미미와 와일드 캐츠도 물론 그 이름 그대로 했다. 부르는 노래 역시 영화에서 부르게 될 노래 그대로 말이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뭐지?’ 그러다가 잘 빠져들더라. 방준석 감독과도 합의했던 것은 멤버 모두 노래를 소화해서 라이브로 공연한다는 거였다. 실제 거기에 맞춰 다 연습을 한 거다.

-70년대 시대 재현이라는 부분도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물론 그때 그 느낌을 그대로 좇지는 않았다. 지금의 무드와 겹치는 70년대의 촌티라고나 할까. 무대에 무빙 라이트도 달았고 <밤차> 같은 노래도 기존과 다르게 화려하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생짜’ 같은 느낌을 살리려 애썼다. <사생결단>을 할 때도 임재영 조명감독님이 “이런 색깔은 처음 써본다”고 할 정도로 뒷골목 유흥가나 항구의 오만 색깔을 다 정제하지 않고 썼던 기억이 있다.

-밴드 멤버 영화라는 점에서 <도어즈>(1991)를 비롯한 몇몇 다른 전기영화들도 떠오른다.
=극영화들보다 오히려 공연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들을 유심히 봤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된 마틴 스코시즈의 <샤인 어 라이트>는 롤링 스톤스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인데 무대 뒷모습은 물론 중요한 콘서트를 중심으로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결국 이런 영화들이 전달하는 감흥은 공연신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콘서트 다큐들에 관심이 갔던 것 같다.

-<고고 70>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샤인 어 라이트>의 주인공인 믹 재거가 했던 한 인터뷰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록 콘서트 시간이 2시간이라면 보러 온 사람들을 그 2시간만큼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고고 70>이 그런 효과를 준다면 정말 최고 아닐까. 영화가 흘러가다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관객 모두 실제 공연장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뻑’가는 희열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 스탭 모두의 목표다. 그렇다면 정말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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