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그동안 독도를 지켜온 큰힘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인들에서 나왔다. 일본 막부로부터 독도가 조선 땅이라고 확인하는 서장(書狀)을 받아냈던 17세기의 어부 안용복이나 1950년대의 독도 의용 수비대장 홍순칠, 그리고 <독도는 우리 땅>을 불렀던 가수 정광태까지 독도 수호의 선봉에는 민간인들이 있었다. 일본 정부가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명기함으로써 불거진 최근의 독도 사태에서도 돋보이는 건 민간인들의 활약이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활동은 홍보전문가 서경덕씨와 가수 김장훈이 <뉴욕타임스>에 독도를 알리는 전면광고를 낸 일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만남을 가져온 계기가 된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 또한 독도문제를 널리 알리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미안하다 독도야>는 <블루> <맨발의 기봉이> 등을 제작한 지오엔터테인먼트의 최현묵 대표가 직접 연출하는 극장용 다큐멘터리다. 현재 후반작업 중인 이 영화는 독도의 유일한 상주민인 김성도씨 부부를 비롯해 사이버 외교를 펼치는 민간단체 반크(VANK)의 박기태 단장, 독도를 해외에 알리려고 영어학원에 다니는 80대 노인, 해외에서 독도를 알리고 있는 동포 등 꾸준히 독도에 지극한 애정을 바쳐온 사람들에 주된 포커스를 맞춘다. 이외에도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 장면이나 6천명의 핸드프린팅으로 만들어진 태극기를 독도 앞바다에 띄우는 행사 모습도 담았다.
이 영화는 최근 독도 사태보다 훨씬 이전부터 기획됐다. 최현묵 대표는 “수년 동안 독도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건국 60주년을 맞은 올해가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가 독도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 6월29일, 제2연평교전과 한국과 터키의 월드컵 3·4위전을 동시에 접하면서부터다. “그날 <블루>를 찍기 위해 진해 해군 작전사령부에 있었는데, 영내는 비상이 걸렸지만 바깥은 축제 분위기였다. 자연히 영토와 영해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이후 최 대표는 독도에 관한 공부를 해왔고, 지난해 3, 4월부터 본격적으로 <미안하다 독도야>를 준비하기 시작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촬영을 마쳤다. 이 영화에는 최 대표와 평소 알고 지내던 서경덕씨도 기획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독도문제에 대한 장기적 전략을 제기하고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는 이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기기 위해 김장훈과 접촉했고, 뜻이 통해 <뉴욕타임스> 광고까지 내게 됐다. 6억원이나 들여 영화까지 만드는 민간인들의 노력에 이젠 정치권이 화답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