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한국산 온라인 게임이 <벤 X>의 프로덕션 밸류를 창조했다
2008-07-21
글 : 김도훈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자폐증에 대한 쿨한 사회드라마 <벤 X>로 한국을 찾은 닉 발타자르 감독

<벤 X>는 자폐증 왕따 소년을 위한 복수담이다. 자폐증이 있는 소년 벤의 유일한 탈출구는 온라인 RPG 게임이다. 게임속에서 그는 수많은 모험을 멋지게 해내는 전사다. 하지만 급우들이 벤의 바지를 벗기고 집단으로 놀리는 장면이 온라인에 올라오자 벤의 놀라운 머리를 이용해서 복수를 시작한다. 이 흥미진진한 사회학적 드라마를 창조한 감독 닉 발타자르는 재미있는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21살에 영화 비평가로 활동했고 2002년에는 소설과 연극을 만들었으며, 최근까지 벨기에의 유명 여행 프로그램 사회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삶은 <벤X>가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첫 프리미어를 가진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정말 내 생애 최고의 꿈이 이루어진 기분이었달까. 모든 사람들이 내 영화를 사랑했고 결국 상까지 휩쓸었다. 그러자 수많은 국제적 영화제들이 <벤X>를 앞다투어 초청하기 시작했고 결국 부천까지 오게된거다". 그런데 발타자르는 "한국에 가장 와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유가 뭐냐고?

-한국에 와보고 싶었던 이유가 뭔가.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벤X>에 나오는 비디오 게임은 ‘아크로드’라는 한국산 RPG 온라인 게임이다. 이 아름다운 게임이 내 영화의 프로덕션 밸류를 창조해 준 기적이었다. 더욱 기뻤던 것은 ‘아크로드’의 제작사가 영화의 가능성을 읽고는 내 영화속에 게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거다. 2천만달러가 있었다면 조지 루카스나 픽사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가난하다.(웃음) 어제 호텔에서 TV를 보니 온라인 게임 리그를 생중계하고 있던데 너무나도 흥미진진했다.

-어떻게 게임속 가상현실과 자폐증이라는 소재를 하나로 엮을 생각을 했던 것인가.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만약 이게 ‘왕따에 관한 심플한 멜로드라마’였다면 영화를 보아야 하는 젊은 관객이 누구도 극장을 찾지 않았을거다. 올해의 가장 지루한 영화로 꼽히지 않았을까?(웃음) 나는 올해의 가장 쿨한 영화인 동시에 강력한 메세지가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벤 X>는 실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영화다. 17살 소년이 왕따로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거기에 자폐증이라는 소재를 더 한 것이다. 자폐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모두가 <레인맨>을 보고는 자폐증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자폐증에는 수많은 다른 종류가 존재한다. 자폐증 환자들의 두뇌는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그들은 우리의 사회적인 코드, 사회라고 불리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이러니, 풍자 같은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때문에 최악의 정글인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거다. 한국은 더 하지 않을까. 한국 사회는 벨기에보다 좀 더 경직되고 일원화된 사회로 알고 있다.

-<벤X>는 작년 벨기에 자국영화 흥행 1위작이다. 이 영화로 인해 벨기에에서 자폐증과 왕따에 대한 실질적인 토론들이 이루어진 편인가.
=자폐증 환자들과 함께 했던 첫 프리미어에서 14살된 자폐증 소년이 다가와서 정말로 고맙다고 했다. 이 영화가 나왔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문제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됐다는 거다. <벤X>가 개봉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아스파거 증후군’(비언어성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감정을 타인과 나누지 못하지만 대인관계를 제외한 기타 지적 능력의 발달은 정상적인 자폐증의 일종)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실제로 벨기에 학급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누구도 몰랐고,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서 열린 토론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라스트에서 당신은 벤의 자살로 영화를 끝맺지 않는다. 대신 벤은 자살을 가장하고 자신을 왕따시킨 급우들에게 심리적으로 복수한다. 왜 이런식의 결말을 원했는가.
=하하하. 관객과 저널리스트의 반응이 다르다는게 아주 재밌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를 이렇게 끝내줘서 감사하다고 토로했다. 저널리스트들은 왜 자살에서 끝내지 않았냐고 불평하더라. 하지만 나는 벤이 폭력없이 지적인 능력을 이용해서 복수하기를 원했다. 생각해보라. 그가 진짜 자살로서 급우들에게 복수한다면, 관객들은 자폐증으로 인한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오직 자살뿐이라고 생각하게 될거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벤은 여전히 혼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희망이 존재하기를 바랬다.

-두번째 영화는 뭘 계획중인가.
=<벤X>의 미국 리메이크를 계획중이다. 요즘은 대본을 영어로 쓰는 한편 미국 학교에서 조사를 진행중이다. 미국 선생들은...(웃음)...아주 미국적으로 전형적이다. 물어보면 자기네 학교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그런 문제를 다룰 특별 프로그램도 있으며 모든 학생들이 자폐증이나 왕따의 문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왕따는 언제나 존재한다.

Interview with Nic Balthaza, the director of <Ben X>

Nic Balthaza had led an interesting career before he directed <Ben X>, his sociological drama about autism. He became a film critic at age 21, made films and plays in 2002 and was a host of a well-known TV show about tourism in Belgium until recently. Nevertheless, he said, "My life totally changed when <Ben X> had a premier at the Montreal International Film Festival. It was like a dream-come-true. Everyone loved my film and it even got an award. Many international film festivals started inviting my film." Director Balthaza said most of all he wanted to come to Korea. Do you want to know why?
Translated by Junwan, Kong

-Why did you want to come to Korea that much?
=The video game in my film is <Archload>, a Korean role-playing game. This wonderful game miraculously gave production value to my film. More than anything, the game producer had let me use the game for free when they saw the potential in the film. If I had 20 million dollars, I could have asked George Lucas or Pixar for the computer graphics, but I was not that rich.

-How did you come to think of intertwining virtual reality in the game and autism together?
=I wanted to make a visually compelling film. If the film was a normal drama about an outcast, none of young audience would have wanted to watch it. It might have been one of the most boring films this year. I wanted to make the coolest film that has a strong message. It is important to talk about autism. Everybody who saw <Rainman> thinks that they know everything about autism, but there are various kinds of autism. Autistic people's brains work differently than ours and they don't understand social code, irony or innuendo that we need to survive in this jungle called society. That's why they became outcasts in school which is the worst jungle.

-<Ben X> was the highest grossing film in Belgium last year. Were there a lot of practical discussions about autism and outcasts?
=Before <Ben X> came out, people practically didn't know about asperser's syndrome. I heard the atmosphere in school has changed a lot because people started talking about a subject that they neither know nor understand.

-In the last scene, Ben didn't commit suicide. He feigns suicide and by doing so took revenge on his classmates. Is there any reason you want this ending?
=It's interesting that the audience and journalists have different reactions. Most of the audience thanks me for ending the film that way. Journalists complained why he didn't commit suicide. However, I wanted him to take revenge not violently but intelligently. Think about it. If he took revenge on his classmates with suicide, then the audience would think that autistic outcasts can get over only by taking their lives.

-Are you preparing for your second film?
=I am preparing for the American remake of <Ben X>. These days, I am writing the script in English while researching schools in the United States. American teachers are very typically American. When I ask them, they say that they don't have any issues and that they have programs to deal with such problems and that every student knows well about autism and outcasts. However, when I ask students, they have outcasts all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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