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해피 체인소우> Negative Happy Chainsaw Edge
기키타무라 다쿠지/ 2007년/ 104분/ 일본/ 월드 판타스틱시네마
고등학생 유스케는 단짝 친구가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사로잡혀있다. 불안함을 떨치기 위해 좀도둑질을 일삼던 그는 어느 날 밤 전기톱을 든 괴물과 싸움을 벌이는 예쁘장한 여고생 에리를 만난다. 유스케는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싸우다 죽겠다”는 치기에 사로잡히고, 밤마다 벌어지는 괴물과의 결투에 동참한다. 다키모토 다쓰히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할리우드 호러에서 쏙 빼낸 듯한 살인마를 등장시키며 막을 열지만 그 골자는 청춘의 성장담이다. 무시무시하던 괴물과의 사투는 모험과 공포의 세계로 주인공들을 밀어넣는 대신, 한 차례 두 차례 반복되면서 마치 등교를 하는 것처럼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다. 유스케는 떠나버린 친구에 대한 일그러진 콤플렉스로 속을 앓고,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에리는 감당치 못할 슬픔과 외로움에 젖어 있다. 정체를 파악할 수 없던 전기톱 괴물이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해명하려는 청춘의 자구적 판타지였음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는 평화롭게 소년, 소녀를 감싸안는다. 장르의 활력과 청춘드라마의 아릿한 감성이 무리없이 어우러져 따뜻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무지개 여신>의 이치하라 하야토가 설익은 청년 유스케로 등장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