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도발적 신선함 <리빙엔드: 리마스터드>
2008-07-24
글 : 이화정

<리빙엔드: 리마스터드> Living End: Remixed and Remastered
그렉 애러키 | 미국 | 1992년 | 85분 | 판타스틱 감독백서

동성 커플 루크와 존. 어느 날 존이 HIV 양성 반응을 나타내면서 둘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성적 소수자로 이미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이들에게 에이즈는 또 하나의 낙인을 더한 셈. 모든 것을 버리고자 LA 도심을 출발, 캘리포니아 해변까지 내달리는 게이 연인에게 ‘미친 공화당 놈들’이 판을 치는 세상은 ‘빌어먹을 엿 같은’ 곳일 뿐이다. 퀴어 시네마의 선봉장 그렉 애러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리빙 엔드>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려, 1990년대 하위문화인 게이 컬처를 대변한다. 마치 존 케루악의 소설을 화면에 옮긴 듯 별다른 내러티브 없이 전개되는 이 영화는 매 장면, 세상을 향한 불만을 가득 담은 ‘Fuck’과 일탈을 꿈꾸는 동성 간의 섹스로 일관한다. 충격적인 영상과 무책임한 전개라는 비판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영화는 절망에 휩싸인 성적 소수자들의 내면을 대변하며 90년대 퀴어영화의 새로운 틀을 창조해냈다. 도발적 신선함에 선댄스영화제는 그해 <리빙 엔드>에 그랑프리를 수여했고, 영화를 연출한 애러키 감독을 인디펜던스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선댄스 키드로 편입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16mm로 촬영하여 35mm로 블로업한 오리지널 버전을 HD로 전환, 화면 보정, 사운드트랙 리믹싱 작업을 거친 리마스터드 버전으로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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