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남근주의적 마초사회 응징 <티스>
2008-07-25
글 : 김도훈

<티스> Teeth 미셸 리히텐슈타인/ 미국/ 2007/ 87분/ 월드판타스틱시네마

올해 부천에서 이만큼 도발적인 호러 코미디를 보는 건 힘들지도 모르겠다. 제목이 티스다. 날카로운 이빨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살인마 이야기냐고? 그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주정뱅이 계부와 오빠를 견디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범생 던은 혼전 순결을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소녀다. 그러나 순결을 존중하겠노라던 남자친구 토비가 갑자기 섹스를 시도한다. 문제는 그녀의 성기에 무시무시한 이빨이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첫 섹스를 피바다로 끝내버린 던은 산부인과와 정신과에 가서 문제를 좀 고쳐보려하지만 시도때로 없이 달려드는 남정네들로 인해 던은 점점 무시무시한 살인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성기에 이빨을 단 소녀 괴물은 ‘버자이나 덴타타’(Vagina Dentata)라고 불려왔다. 그걸 거의 직설적으로 영화화한 <티스>의 의도는 아주 간단하다. 던을 남근주의적 마초사회를 응징하는 무시무시한 괴물 겸 히어로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티스>는 여성주의적 세계관을 벗어던지고 보더라도 아주 끝내주는 오락거리다.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아들인 미첼 리히텐슈타인 감독은 아버지 만큼이나 발칙한 재기로 호러와 코미디의 중간을 바쁘게 오간다. 누구는 <티스>의 시놉시스를 보며 96년작인 <킬러 콘돔>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만, 그보다는 훨씬 세련된 소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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