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미이라3: 황제의 무덤> 부활한 진시황에 맞선 오코넬 가족의 모험
2008-08-05
글 : 황수진 (LA 통신원)
2편 이후 7년 만에 돌아온 <미이라3: 황제의 무덤> LA 시사기

전편 <미이라2>의 배경으로부터 13년이 지난 1946년. 이집트에서의 모험을 뒤로하고 은퇴한 오코넬 부부. 한적한 삶에 각자 무료함을 느끼던 두 사람은 이번에는 상하이로 향하게 된다. 무료함으로 사그라져가는 오래된 부부의 로맨스를 다시 불붙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언제나 그랬듯이 생사를 건 모험이다. 상하이의 한 무도장에서 이 천방지축 부부는 진시황의 병마용갱 발굴의 주역이 된 장성한 아들 알렉스와 해후하게 되지만, 부자는 만나자마자 삐거덕댈 뿐이다. 전편에서 릭과 에블린의 옥신각신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면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이하 <미이라3>)에서는 릭과 알렉스의 티격태격거림이 주축이 된다. 사하라 사막에서 봉인된 미라를 깨운 바 있던 이들 가족은 이제는 상하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테라코타에 봉인되어 있던 진시황을 깨워놓는다. 강력하고 잔인하며 평생 불로장생을 꿈꾸던 왕으로 알려져 있는 진시황은 이 프랜차이즈 영화의 새로운 악당으로 꽤 잘 들어맞고 있어 보인다. 이연걸이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진시황으로, 그에 맞서 영원한 생명을 가진 주술사로 양자경이 출연하고 있다.

전편들에 비해 2배로 뛴 예산으로, 7년 만에 다시 전세계 여름 관객을 찾은 <미이라3>에서는 전편부터 릭 오코넬로 출연해온 브렌단 프레이저와 레이첼 바이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마리아 벨로가 이 못 말리는 오코넬 부부로 새로운 호흡을 맞추었다. 전작이었던 오락영화 <미이라>가 <매트릭스>의 돌풍을 잠재웠듯이 <미이라3>가 <다크 나이트>가 삼켜버린 극장가를 접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방점은 할리우드 오락영화에

7월17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에서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는 감독인 롭 코언과 브렌단 프레이저, 마리아 벨로, 이연걸, 양자경, 루크 포드, 이사벨라 롱이 참석했다. 남녀 배우가 짝이 되어 나타난 네번의 라운드 테이블에서 <미이라3>는 할리우드 오락영화라는 감독과 배우들의 통일된 시각이 흥미로웠다. 대체로 남자배우들이 라운드 테이블을 주도하는 분위기였는데, 특히 “다들 얼굴을 펴요. 여긴 캘리포니아잖아요!”라고 문을 열고 요란스럽게 들어왔던 브렌단 프레이저는 인터뷰 내내 웅얼거리고 나름 조크를 던지는 등 분위기를 띄우려는 모습이었지만, 막상 자신의 역할이 모험·액션영화에 치우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리 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반면 이미 <폭력의 역사>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이미지를 굳힌 마리아 벨로는 자신이 연기를 시작했던 것은 순전히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모험물에 출연하기 위해서였다며 필라델피아의 중산층 출신이기도 한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모험·액션영화임을 강조했다. 과묵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판이하게 속사포 같은 말투로 <미아라3>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오락영화이고, (상대적으로) 쉬운 프로젝트라는 뉘앙스를 보여주었던 이연걸과 그의 의견에 시종일관 동의를 표하며 말없이 미소를 띤 모습의 양자경도 흥미로웠다. 실제 양자경이야말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끊임없이 감독에게 수정을 요구했고 감독이 그 요구를 다 받아들였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이 배우가 가진 무시 못할 관록이 느껴진다. 아직 영어가 완벽하지는 않아서 전달하는 과정에서 빠진 의미들이 있을 것 같았던 이사벨라 롱과의 라운드 테이블에서 그녀는 할리우드 첫 데뷔에 상기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롭 코언이 자신을 선택한 것이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예의 큼지막한 눈망울을 돌리던 그녀는 자신이 맡고 싶은 것은 창녀나 마약중독자와 같이 강한 역이라는 점을 두 차례나 언급하며 강조했다. 영화에서 성스러운 언어를 읽을 수 있는 자, 봉인을 풀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자, 그리고 강한 자는 여성이었듯이 라운드 테이블에서 말수는 적었지만 여유로웠던 쪽은 여배우들이었다. 묘하게 독특한 라운드 테이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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