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이연걸] “오락영화를 두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라”
2008-08-05
글 : 황수진 (LA 통신원)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의 이연걸 인터뷰

-악역을 맡았는데, 어떤 점이 좋았나.
=별로 생각을 안 해도 되어서 좋았다. 가족, 친구, 애완동물, 이웃 등에 대한 책임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정의니 명예니 뭐 그런 부담이 없으니까. 악당은 연기하기 편하다. 그냥 자신만 즐기면 되니까. (웃음)

-할리우드에서의 당신의 성공에 대해, 한편에서는 무술을 잘하는 아시아 배우라는 전형에 머무르고 있다, 라는 지적이 있다.
=각자 시각이 다르니까. 누군가에게 영화는 예술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꿈일 테지만, 내게 영화는 비즈니스일 뿐이다. 중국 영화인이 중국영화를 만드는데, 인도의 유명한 배우가 등장한다고 치자. 그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얼마나 되겠는가. 미국 배우들이 지금 와서 맡을 수 있는 역도 경찰이나 선생님 정도에 그치지 않나. 지난 10년간 아시아 배우나 감독은 그런 제한 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앞으로 10년 뒤는 또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아마 그때쯤 되면, 이른바 경계가 무너지지 않을까. 중국의 영화시장이 미국시장보다 커질 때를 한번 생각해보라. 요즘만 해도 수많은 미국 배우들이 중국에 와서 언어를 배우는 모습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하는 데 있다. 그럼 관객이 반응을 한다. 그들이 와서 영화를 봐주고 시장을 형성한다.

-양자경과 서로 겨루게 되는데 만만치 않은 상대이지 않았나.
=양자경과는 항상 같은 편이어서 극에서 대결하는 것은 처음이다. 무술에 단련된 사람과 겨루는 것은 쉽다. 오히려 싸울 줄 모르는 사람과 부딪혀야 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위험하다. 상대가 다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동시에 나도 보호해야 하니까. 이것저것 다 신경쓰고 흐름도 놓치지 않으려면 머리 아프다.

-더이상 무술영화에는 출연하지 않겠다는 인터뷰를 기억한다.
=우선 이 영화는 무술영화가 아니다. 무술영화를 더이상 찍지 않겠다고 2004년에 말했던 것은 이제 인생에 있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0년을 무술을 배우는 데 보냈고, 이후 25년 동안 영화를 찍었다. 이제는 NGO 등의 활동을 통해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을 돕고, 내가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지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영웅이기도 한 진시황이 악당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건 그냥 오락영화다. 오락영화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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