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롭 코언] “중국 문화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알고 싶다”
2008-08-05
글 : 황수진 (LA 통신원)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의 롭 코언 감독 인터뷰

-할리우드가 중국을 촬영지로 자주 찾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베이징올림픽의 영향 때문인가.
=중국의 경제적 부흥을 기반으로 중국의 유서 깊은 문화가 세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 같다. 매년 10%라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이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지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막상 5000년이라는 중국의 역사를 접하게 되자 다들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독실한 불교 신자라고 알려져 있는데, 요즘 티베트 사태를 둘러싼 중국 정부에 대해서 아티스트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만약 내가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것이고 그 안에 내 정치적 견해를 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할리우드 영화감독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기도 하고. 할리우드 시스템 아래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내 개인적인 견해는 일단 멀찌감치 제쳐두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영화란 대중을 위한 영화다. 단순하고 간단해야 한다. 결국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이스크림 맛처럼 초톨릿, 딸기, 바닐라 등으로 정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 베토벤의 음악이나 잭슨 폴록의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미묘한 뉘앙스를 할리우드영화에서 기대할 수는 없지 않나. 할리우드영화는 기본적으로 판타지영화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다 완벽하다. 가장 멋있는 포즈로 담배를 피우고, 그들이 나누는 키스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매끈하고 반들반들한 것, 그게 할리우드영화다.

-그렇다면 당신의 관객은 어떤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나.
=(폭소) 절대 아니다. 내 관객은 모든 사람들 속에 자리잡고 있는 16살이다. 60년대에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대탈주>를 보고 가슴 설레던 십대의 내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십대 관객에 대해 곧잘 생각한다. 무척 중요한 시기니까. 그 나이 또래의 관객에게 정치적 견해보다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라든가 여러 다양한 감정들을 전해주고 싶다. 감정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이를테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라든지.

-십대인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영향 때문에 그 관객층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가.
=아들이 둘 있다. 하나는 21살이고, 하나는 막 4개월이 되었다. 아들 때문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든다. 아직 내 속에는 그런 십대인 내가 여전히 있는 것 같다.

-<다크 나이트>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다크 나이트>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들리는 바에 따르면 맛깔스럽게 어둡고 깊은 작품이라고 들었다. <배트맨> 같은 영화가 전체 영화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면, 그 반대에는 좀더 유쾌하고 신나는 여름 영화가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재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내 영화는 뭐랄까, 그런 영화의 대안이라고 해야 할까. <다크 나이트>가 개봉된 뒤 2주일 즈음 “자, 이제는 좀더 밝고 신나는 영화를 볼까” 했을 때 선택할 만한 영화니까.

-1946년의 상하이를 재현했는데, 당시의 상하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1940년대의 상하이에는 중국의 희생 아래 서양 문물의 탐닉적 문화가 만연했다. 그런 향락적 문화로 가득했던 1946년 상하이 거리들을 재현하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알다시피 이제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니까.

-아시아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처음 이야기를 구상할 때부터 이연걸과 양자경을 떠올렸기 때문에, 그 두 역은 그들에게만 제의되었고 다른 어떤 배우도 고려한 적이 없다. 이연걸과는 중간에 흐지부지되고 만 <신배드> 이후 친분을 계속 유지해왔기 때문에 황제 역을 의뢰하자 단번에 승락해주었다. 늘 영웅을 맡아온 이연걸이었기 때문에 그가 악역을 맡게 될 때 가져올 효과는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옛날 옛적 서부에서>에서 이전까지 항상 불의에 맞서 싸우던 헨리 폰다가 악당이 되었을 때의 충격과 공포란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지 않았나. 양자경은 수락하기 전에 자신이 맡을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질지, 어떻게 촬영하게 될지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그래서 다소 서양적 시각에서 그려져 있던 원래 캐릭터에, 강한 어머니로서의 모습과 함께 파시즘을 상징하는 황제에 대항하는 인간애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시나리오를 다시 다듬어야 했다. 이사벨라 롱이 맡은 린 역은 꽤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좋은 배우는 영어 대사를 소화 못해내고, 영어가 유창하면 연기가 부족해서 마땅한 배우가 없어 고민하다가 우연히 이사벨라 롱의 오디션 클립을 보고 그녀를 만났는데, 영어를 하나도 하지 못하는데도 대사를 감쪽같이 외워서 나타나더라. 순발력이 너무 뛰어나기에, 이 정도로 똑똑한 여배우라면 영어를 가리키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캐스팅했는데, 예상대로 언젠가부터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중국을 살아 있는 공간이 아니라 서양인에게 비친 이국적인 공간으로 그려내지 않았나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나는 5000년이라는 중국 문화에 대해 더 배우고 싶고, 알고 싶고, 경의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번 촬영을 통해서 실제로 매일매일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했다. 그 예를 하나 들자면, 촬영을 했던 오페라하우스에는 프레스코 벽이 있다. 문화 혁명시에 흰색 페인트로 그 벽을 칠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페인트가 벗겨져 나가면서 다채로운 색깔의 원래 벽화가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 멋지지 않은가. 문화와 역사가 가지는 힘이라는 게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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