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 Review <조지 클루니의 표적> <더 셀> 등에서 제니퍼 로페즈는 라틴적 관능미로 유혹하는 여인이었다. <웨딩 플래너> 같은 예외적인 영화도 있지만 팝의 디바로 등극하면서 쏟아진 그녀의 뮤직비디오 역시 이런 이미지를 증폭시켜왔다. 하지만 <엔젤 아이즈>를 보려면 지금까지 봤던 제니퍼 로페즈를 잊는 편이 좋다. 그녀는 여기서 가족과 동료에게 위로받지 못하는 외로운 경찰관이다. <엔젤 아이즈>는 상처입은 남녀의 러브스토리다. 남자는 1년 전 차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었고, 여자는 어렸을 적 어머니를 구타하는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한 뒤 아버지와 인연을 끊고 산다. 짐작대로 둘의 만남은 치유의 시작이다. 그들은 어떻게 지난날의 아픔을 극복할 것인가? <엔젤 아이즈>에서 그것은 비어 있던 무언가를 채우는 것으로 표현된다. 가구 하나 없던 남자의 방에 소파와 개가 들어오고,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던 여자에겐 가족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재결합식에서 그녀는 아버지 앞에 설 용기를 낸다. 아내와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남자를 그들의 묘지로 끌고 갔던 사랑의 힘이 화해와 용서로 이어지는 것이다.
눈물에 의존하는 숙명을 타고난 멜로드라마치고 드라마의 물기가 적은 <엔젤 아이즈>는 제니퍼 로페즈, 짐 카비젤 두 배우의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영화이다. <씬 레드 라인>의 짐 카비젤은 여기서 <베를린 천사의 시>의 브루노 간즈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마 <하얀 궁전> <병 속에 담긴 편지> 등 로맨틱한 영화로 널리 알려진 루이스 만도키 감독은 운명적 사랑을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와 만나는 순간에 빗대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낭만적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기엔 의도가 너무 빨리 드러나는 접근법을 택했다. <엔젤 아이즈>는 <시티 오브 엔젤>이 거쳐간 그 길에서 멀리 나아가지 못한다.
남동철 namd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