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Men…
도리스 되리/서독/1985년/99분/컬러/독일영화사 특별전
집에선 가장이며 광고회사에선 중역이다. 직위만 믿고 집이건 회사건 큰소리를 뻥뻥 치던 암브러스트는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자 또다시 큰소리를 뻥뻥 치지만 돌아선 아내의 마음을 막을 길은 이미 없다. 노력하는 척을 하는데에만 익숙했지 눈높이를 낮추고 귀기울여본 적 없는 암브러스트는 자신의 자식에게까지 업신여김을 받는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여직원과의 관계마저 정리한 암브러스트는 아내의 마음을 빼앗아간 남자의 정체를 파헤치고자 그의 룸메이트로 들어간다. 나이 다르고 직업 다르고 성격까지 다른 두 남자를 여자와 룸메이트라는 구실로 엮는 구조가 낯익다. <거미 여인의 키스> 속 이반과 공산당원의 대립이 신세대와 구세대의 대립으로, 배경인 구치소는 룸메이트의 아파트로 치환된 걸까? 영화의 배경은 68혁명을 기점으로 신과 구가 훨씬 멀어진 서독이니 한 집에 살기엔 너무나 다른 둘이다. 도어스와 롤링스톤즈의 노래를 듣는 일러스트레이터 청년과 고집센 중년 가장. 한 방을 쓰는 두 남자는 결국 친구가 된다. 알게 모르게 영화 전반에 자리한 이해와 대화 합의 무드는 여자이면서 서독의 시민인 도리스 되리의 소망을 반영한 결과인 듯 하다. 유럽영화 특유의 묵직한 정치성과 밝고 경쾌한 기운이 조화롭게 병존하는 독특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