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긴박한 업무수행보다 나른한 일상 <잠복근무>
2008-09-07
글 : 이영진

<잠복근무> Stakeout
노무라 요시타로/일본/1958년/116분/흑백/아시아영화의 재발견: 장르

경시청 소속 시모오카 유지와 유키 타카오 형사는 큐수의 한 마을로 떠난다. 전당포 살인사건의 공범인 이시이를 잡기 위해 두 형사는 그의 연인인 사다코의 집 앞에 진을 치고 잠복근무에 들어가지만 1주일이 넘도록 만족할만한 단서를 확보하는데 실패한다. 지능적인 범죄자와 형사들의 숨막히는 추적을 기대했다면 <잠복근무>는 실망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두 형사의 잠복근무는 긴박한 업무수행보다는 나른한 일상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잠복근무>를 두고 흔히 앨프리드 히치콕의 <이창>을 떠올리겠지만, 누군가를 지켜보는 설정을 제외하면 두 편의 영화는 유사성이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는 <이창>과 달리 <잠복근무>의 두 형사는 목적의식적으로 접근하지만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여기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하다. 평범한 소시민 가정의 주부인 사다코의 생활과 뒤늦게 등장하는 이시이의 볼품없는 외모를 통해 드러나듯이, <잠복근무>는 두 형사가 범인을 과연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관심보다 당시 일본 사회의 내부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영화 속 관음 또한 욕망의 대리 충족 보다 주변부 인물들의 황폐한 삶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장치에 가까운 듯 보인다. “형사들은 주역으로서 항상 화면 속을 돌아다니고… (중략)… 있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영웅적이고 인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노무라 요시타로의 지위를 한층 두텁게 한 <모래그릇>(1974)에 관한 사토 다다오의 언급은 <잠복근무>에도 적용 가능하다. 흔히 “정통 형사물로 분류되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들개>와의 비교 감상을 권한다. 노무라 요시타로의 스릴러물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름은 1950년대 인기 추리소설가 세이초 마쓰모토(원작자)와 시노부 하시모토(시나리오)다. 이들은 ‘형사물 트리오’라고 자주 불렸는데 <잠복근무> <모래그릇> 외에 <0의 초점>(1961)에서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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