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남자친구> The Friend
미샤 레빈스키/스위스/2008년/87분/컬러/국제경쟁부문
남방에 스웨터, 재킷을 늘 세트로 차려입는 소심한 성격의 에밀은 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라리사를 짝사랑한다. 한심하게 라리사의 뒤를 쫓고, 눈이 마주치면 '안녕' 인사를 건네는 게 고작인 에밀은 밤이면 노트북을 켜서 그녀에게 보내지도 못할 편지를 쓴다. 그러던 어느날 라리사는 에밀에게 자신의 남자친구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앞뒤 맥락을 알 수 없는 제안은 갑작스런 라리사의 죽음으로 에밀을 복잡한 상황 속에 밀어 넣는다. 그녀의 가족은 에밀을 진짜 남자친구라고 오해하고, 그는 굳이 상황을 변명하려하지 않는다. 라리사가 죽기 전 장치해둔 알리바이같은 존재였던 에밀. 그러나 이후 라리사의 언니 노라와 사랑의 감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설정만을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로맨틱 코미디 같은 귀여운 소동극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녀의 남자친구>는 라리사의 죽음이 가져다 준 슬픔과 충격에 반응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영화는 미샤 레빈스키 감독의 개인적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잘 알지 못하는 친구의 죽음이 그를 상상하게 만들었고, 그 기억을 되살려 3년간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남자친구>는 이야기보다는 음악이 더 많은 것을 전해주는 영화다. 어쿠스틱 기타가 리드하는 음악은 영화 전체 분위기를 지배한다. 따로 떼어내서 들어도 좋을 음악이 여러 곡 있으며 그 중에는 감독이 직접 작곡한 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