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이끼> The Moss
곽자건 | 홍콩 | 2008년 | 95분 | 컬러 |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 장르
푹푹 찌는 더위. 가만히 있어도 흘러내리는 땀. 홍콩의 뒷골목은 숨막힐 듯한 열기로 가득하다. 마약, 매춘, 살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는 냉혹한 현실이 있을 뿐, 동정은 없다. 이곳에 있는 두 갱단들이 전쟁을 벌이게 되고, 한 갱단 대모의 아들이 실종된다. 그리고 악의 도시에 잠입한 경찰 쳉(사정봉)이 이곳 한가운데에 서 있다. 그는 이곳에서 알게 된 창녀 루루에게 위안을 얻는다. 반면 쳉과 그를 둘러싼 범죄세계의 반대편에는 킬러와 사창가로 들어온 어린 소녀가 있다. 바로 이들이 이 어두운 세계 안의 푸른 이끼같은 존재다. 카메라는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뒷골목 안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간다. 그리고 인물들의 감정으로 들어가려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며 뒷골목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그래서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음침하다. 이런 일관된 어둠이 푸른 이끼로 대변되는 소녀와 대비될 때 영화의 메시지는 극대화된다. ‘넌 꽃이야. 더러운 세계에도 빛과 물은 있어. 그러니깐 넌 이끼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아야돼.’ 감독은 소녀에게 당장 현실은 어둡고 힘들지만 밝은 미래를 희망한다. 최근 홍콩영화에서 루저 역을 맡기 시작하면서 연기가 몰라보게 좋아진 사정봉의 성장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