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레스트리스>
2008-09-10
글 : 김성훈

<레스트리스> Restless
아모스 콜렉 |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 2008년 | 100분 | 컬러 | 국제경쟁부문

아버지 모쉬 아말은 뉴욕에서 이방인으로 잡일을 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저녁에 나가는 자작시 낭송회가 그의 삶의 유일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날 모쉬 아말은 낭송회에서 명성을 떨치게 되고, 뒤늦게 시인으로 인정받는다. 이스라엘에서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 군인으로서 국경지대를 지키고 있는 자쉬 아말은 어린 시절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뉴욕으로 떠난 아버지를 부정하고 원망한다. 어느 날, 군대에서 저지른 실수 때문에 군인 자격이 박탈된 그는 “아버지가 없는” 자신을 놀리는 친구와 말다툼을 벌이게 되고, 결국 무책임한 아버지를 만나러 뉴욕에 가야겠다고 결심한다.

"왜 어머니의 장례식에 안 왔죠?" 뉴욕에서 만난 아버지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며 아들은 따져 묻는다. “주소를 몰랐어” 아버지는 담담하게 답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화해의 가능성을 도중 슬쩍 엿보이곤 한다. 해피엔딩이 아니라 해도 말이다. 하지만 <레스트리스>는 그렇게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으로 밀어붙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갈라선 부자(父子)는 쉽게 합치되지 않는다.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원망과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서운함은 오랜 세월 축적된 앙금이다. 원망과 서운함은 섞이지 않고 서로를 밀어낼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놓인 간극은 서로를 갈망하는 마음의 반증 아닌가, 라고 말이다. 다소 뜬금없는 결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레스트리스>의 마지막 악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둘은 뿌리없는, 휴식이 필요한 이방인들이잖은가. 아니,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모쉬와 자쉬의 화해는 이뤄질 수 없는, 그래서 더욱 절실한 감독의 바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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