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미용실에 계세요> Mommy Is at the Hairdresser’s
레아 폴 | 캐나다 | 2008년 | 99분 | 월드시네마 | 10:00 롯데시네마6
제목만 보고 영화의 배경이 미용실일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캐나다의 대표적 여성 감독 레아 폴의 <엄마는 미용실에 계세요>는 1960년대 캐나다 퀘벡의 조용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스위스가 고향인 감독은 꾸미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영화에 담아내고 그 속에서 힘겨운 여름의 한때를 보내는 엘리스와 그녀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엘리스와 두 명의 남동생 코코, 브누아는 각자의 취미생활을 즐기며 여름방학의 자유를 만끽한다. 엘리스는 낚시를 하고, 브누아는 그런 엘리스를 따라다니고, 코코는 미니 자동차(카트)를 만든다. 그러나 한적하고 평화로운 일상은 엄마와 아빠의 불화로 엄마가 런던으로 떠나면서 산산조각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낚시를 하고, 카트를 만드는 일상은 반복된다. 엘리스와 코코는 아픔을 가슴에 묻은 채 각자의 성장일기를 써내려간다. 동네 아이들과 무리지어 다니며 이웃집 아주머니 집 옷장에 몰래 숨어들어가 그녀와 이웃집 아저씨와의 섹스를 훔쳐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다만 막내 브누아에게 엄마의 가출은 큰 상처가 된다. 가지고 놀던 인형을 집어던지고, 벽장에 숨어 지내고, 코코가 만든 카트에 불을 지른다. <엄마는 미용실에 계세요>는 누구나 한 가지쯤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는 달콤쌉싸름한 성장기의 비밀 한 토막을 담담하게 꺼내 보여주는 영화다. 소년 소녀들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영화도 끝날 때쯤이면 먹먹해진 가슴을 쓰다듬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