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황하강의 새벽안개. 그 안개를 헤치고 사람들이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아 올린다. 양동이에 두세 마리 정도가 담길 뿐이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그 정도면 충분하다. <리퍼 피플>은 샨시 지방의 황하강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다. 천천히 움직이는 트래킹 쇼트로 담아낸 수상 가옥의 정경들은 우리 세상의 또 다른 한 단면이다. 물결이 치면 함께 카메라도 흔들리면서 그들의 속도와 눈높이로 담아낸 장면이다. “황하강은 탁하지만 늘 움직인다. 썰물과 밀물이 있고 언제나 사람들의 흔적이 남는다. 그 시간의 변화까지 담아내고 싶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렇게 허지앤준은 거의 1년여 동안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다큐와 픽션을 오가는 독특한 영화를 완성했다.
<리버 피플>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는 사람들의 뽀얀 입김이다. 그들의 생명력은 입김과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거운 밥의 김으로 표현된다. 그는 “황하강의 안개와 입김, 밥의 김은 하나로 연결된다. 그렇게 자연과 동화된 채로 살아가는 삶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한없이 정적이다. “예전에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를 그리는데 주력했는데, <리버 피플>은 반대로 전혀 변하지 않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며 “때론 변화하지 않는 게 아름답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