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 피플> River People
허지앤준 | 중국 | 2008년 | 87분 | 컬러 | 아시아영화의 창 | 대영1 13:30
중국 산시 지방의 황하강,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이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중국 내에서 그들만큼은 세상의 속도와 뚝 떨어진 채 살고 있다. 라바와 바오와는 단짝 사촌형제로 늘 그렇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물 위에서 보낸다. 하지만 바오와는 도시로 떠날 생각뿐이고 결국 라바의 도움으로 실행에 옮긴다. 그의 아버지 역시 오래전에 도시로 떠나 연락이 없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들은 시간의 격차를 두고 황하강을 떠났다. 하지만 사람들은 ‘황하강이 존재하는 한 바오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ACF 후반작업 지원으로 완성된 <리버 피플>은 여러모로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를 연상시킨다.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결합은 물론,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트래킹 숏의 물결, 그리고 <스틸 라이프>의 소년이 <영웅본색>을 보고 있었다면 <리버 피플>의 소년은 <정무문>의 DVD를 빌려 집으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황하강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들은 잠을 잘 때도 뭍으로 나와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배 위에서 잠을 청한다. 밥을 먹고 몸을 녹이고 그렇게 사람들은 강과 하나가 되어 살아왔다. 하나둘 도시로 떠나갔지만 그들은 그렇게 황하강이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지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뿜어내는 입김은 가장 인상적인 <리버 피플>의 이미지다. 황하강의 새벽안개와 그들의 입김, 그리고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거운 밥의 김은 하나로 연결돼 자연과 하나 된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황하의 진흙처럼 그들은 질기게 세상을 버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