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애니메이션 감독
얼마 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나의 단편들을 상영할 기회가 있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어디였지?’라는 생각으로 되새기며 찾아간 곳. 낙원상가 건물을 한두칸 오르며 옛 기억의 그윽함들이 스멀스멀 찾아들었다. 대학 졸업 뒤 이따금씩 들르던 그곳을 다시 찾은 날, 어느 영화에서처럼이나 어릴 적 필통을 다시 찾아 열어보는 듯한 묘한 감흥을 느꼈다. 좋은 기억은 늘 항상 거기에 있다. 좋은 영화들을 긴 시간이 지나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행운이며 판타지다. 그런 자리를 마련해주는 시네마테크가 한결같이 자리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