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오브 솔러스>는 007 영화사상 최초의 직접적인 속편이다. 물론 <오스틴 파워> 시리즈에 영감을 주기도 했던 악당 스펙터가 <위기일발>(1963), <썬더볼>(1965),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에 걸쳐 등장했고 번쩍이는 치아를 자랑했던 거구의 악당 ‘죠스’도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와 <문레이커>(1979)에 연달아 출연했지만 별개의 에피소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퀀텀 오브 솔러스>는 <카지노 로얄>의 라스트로부터 불과 1시간 뒤 이야기로 출발한다. “우리는 <퀀텀 오브 솔러스>를 통해 본드 영화의 새 역사가 시작됐다는 확실한 인증을 남기고 싶었고, 두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스토리 때문에 지금까지 007을 보며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제 막 두 번째 007 시리즈를 끝낸 대니얼 크레이그의 소감이다.
이제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는 첫사랑 베스퍼(에바 그린)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강렬한 복수심에 휩싸인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본드와 M(주디 덴치)은 미스터 화이트(제스퍼 크리스텐슨)를 심문하는데, 그 과정에서 베스퍼를 협박했던 조직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험한 조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MI6 내부에까지 세력이 침투해 제임스 본드가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게 밝혀진다. 비밀리에 단서를 쫓던 본드는 MI6 내의 누군가가 테러 조직의 돈세탁을 위해 아이티에 은행 계좌를 만들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장 아이티로 향한다. 그곳에서 본드는 아름답지만 어딘가 불같은 성격의 카밀(올가 쿠리렌코)을 만난다. 역시 본드처럼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카밀은 냉혈한 사업가이자 비밀 조직의 수뇌부인 도미닉 그린(마티외 아말릭)에게 본드를 데려간다. 추적 중인 비밀조직의 이름이 바로 ‘퀀텀’이며 중요한 배후 인물이 바로 그다. 이후 오스트리아·이탈리아·남미를 누비며 조사를 계속하던 본드는 그린이 천연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망명 중인 메드라노 장군(호아킨 코시오)과 음흉한 계략을 꾸민다는 것도 알게 된다. CIA와 영국 정부와의 관계를 역이용, 남미 한 국가의 정권을 찬탈하여 이를 메드라노 장군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천연자원을 위한 땅을 얻으려 하는 것. 그렇게 배신과 기만이 난무하는 가운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본드는 옛 동료들과 힘을 합쳐 퀀텀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 베스퍼의 배신에 관련된 인물을 찾아내기 위해 M의 충고도 무시한 채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을 시작한다.
‘파쿠르’ 세바스천 푸칸을 직접 캐스팅
먼저 <퀀텀 오브 솔러스>는 역대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제목 중 하나다. <위기일발>로 번역된 두 번째 시리즈 <From Russia with Love> 등과 더불어 시리즈를 통틀어 몇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시적인 제목이다. 원작자 이언 플레밍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사전적 의미로 ‘퀀텀’(Quantum)은 ‘양’이나 ‘측정치’를 뜻하고, ‘솔러스’(Solace)는 ‘위로’ 혹은 ‘위안’이라는 뜻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마음의 위로 한 조각’ 정도가 될 텐데 그것은 <카지노 로얄> 이후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오직 복수하는 과정에서만 위안을 얻는 제임스 본드의 슬픈 처지를 암시하는 동시에, 영화에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거대조직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퀀텀 오브 솔러스>는 본드가 영화 내내 애타게 찾아 헤매는 그 무엇이다.
전편의 연속이자 단편의 확장이긴 하지만 <퀀텀 오브 솔러스>는 다시 이언 플레밍의 원작에 바탕한다. 007 시리즈의 21번째 이야기였던 지난 <카지노 로얄>은 원작의 첫 번째 에피소드라는 점과 동시에, 모처럼 만나게 된 이언 플레밍 원작 영화라는 사실이 팬들을 흥분시켰다. <리빙 데이라이트>(1987) 이후 007 시리즈는 사실상 원작으로부터 대가 끊긴 창작 시나리오 영화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카지노 로얄> 이전작이자 북한을 배경으로 삼았던 <어나더데이>(2002)는 007 시리즈가 아니라 B급 혹은 C급 블록버스터 같은 느낌을 줘서 팬들을 실로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렇게 ‘이언 플레밍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는 원작의 사실성을 살림과 동시에 제임스 본드의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키자는 의도와도 맞물린다.
<카지노 로얄>의 첫 번째 액션신은 그러한 의도를 십분 드러냈다. ‘프리 러닝’이라고도 불리는 익스트림 스포츠 ‘파쿠르’의 공동 창시자이기도 한 세바스천 푸칸을 직접 캐스팅해, 본드는 자유롭게 질주하는 그를 좇아 정말 발바닥에 땀나도록 질주했다. 마치 007 시리즈가 주춤하던 지난 10여년간, 오히려 본드의 후예라 할 만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와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의 맷 데이먼에게 넘어간 첩보 스릴러/블록버스터 장르의 헤게모니를 되찾아오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여줬다. 언제나 고고한 모습을 유지했던 선배들과 달리 임무를 계속할 때마다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채 얼굴과 본드의 몸에 새겨지는 상처는 새로운 제임스 본드가 태어났다는 상징과도 같았다. 심지어 본드를 호텔 직원으로 착각하고 발레파킹을 맡기는 사람도 등장할 정도였으니까.
<카지노 로얄>이 <골든아이>(1995)를 기점으로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도했던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게 해줬다면, 아마도 그 공로는 시나리오에 참여한 폴 해기스에게 있을 것이다. <크래쉬>(2004), <엘라의 계곡에서>(2007)의 감독이자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아버지의 깃발>(2006),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7) 등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황혼기를 성공적으로 함께하고 있는 그의 손끝은 007 시리즈의 사실감을 되살리는 것은 물론 드라마의 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카지노 로얄>은 시리즈 중 가장 감상적이고 비극적인 무드의 <여왕폐하 대작전>(1969)을 연상시켰다. 보통 본드걸을 포함한 2, 3명의 여자들이 등장해 엇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게 시리즈의 공식이었다면, 시리즈 중 유일하게 본드가 결혼을 하고 그 아내 본드걸의 죽음으로 끝맺는 <여왕폐하 대작전>은 역시 본드걸이 죽었던 <카지노 로얄>과 더불어 이언 플레밍 원작의 섬세한 감성을 충실히 살려냈다. 아마도 <퀀텀 오브 솔러스>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 폴 해기스의 존재가 여전한 가운데 <몬스터 볼>(2001), <연을 쫓는 아이>(2007)의 마크 포스터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역대 007 감독 가운데 액션영화 연출 경력이 전무한 거의 유일한 감독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공동제작자 마이클 윌슨은 별 걱정이 없다. “007 시리즈를 어떻게 찍어야 한다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다. 마크 포스터는 <카지노 로얄>이 매듭짓지 못한 질문들에 훌륭하게 답할 것”이라는 게 그의 자신감이다. 마크 포스터는 과연 본드의 불타는 복수를 어떻게 그려낼까.
20만발의 공포탄 속에 명품 차들의 추격전
007 시리즈 사상 최고의 제작비인 2억2천만달러를 투입한 <퀀텀 오브 솔러스>는 거기에 걸맞게 로케이션 촬영지 또한 역대 최다를 자랑한다. <살인면허>와 <골든아이>를 제외한 모든 007 시리즈를 촬영한 영국 런던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올해 1월7일 첫 촬영을 시작한 이래, 장장 6개월간 파나마의 파나마 시티와 콜론,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이탈리아의 시에나, 카라라, 가르다호, 폰테블란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의 대극장을 지나 멕시코의 산 펠리페로 이어지는 화려한 로케이션은 어쩌면 007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총을 든 채 천천히 사막을 가로지르는 본드의 모습은 현재 공개된 <퀀텀 오브 솔러스>의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중 하나다. ‘주인공의 황폐한 마음을 드러내는 로케이션’이라는 게 마크 포스터의 설명이다. 그외에도 낡은 건물들과 사람들의 일상적 풍경이 이국적인 파나마, 항공 촬영이 이뤄진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의 불모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볼리비아를 재현한 북부 칠레의 광활한 황무지, 그리고 청록색 바다로 둘러싸인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토레 디 탈라모나치오 등이 눈을 사로잡는다.
역시 가장 기대가 큰 것은 첫 번째 액션신이다. 영화 시작과 함께 전무후무한 20만발의 공포탄이 난무하는 총격 속에 명품 자동차들이 추격전을 벌인다. 본드의 애스턴 마틴 차량이 전복되면서 무려 7번이나 회전을 하며 기네스북에도 올랐던 <카지노 로얄> 차량 액션팀이 여전한 실력을 과시한다. 더불어 <퀀텀 오브 솔러스>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액션신들로 가득하다. ‘007 액션’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경비행기와 보트 추격신이 당연히 포함됐다. “제트기 말고 프로펠러들이 달린 비행기로 복고풍의 공중전을 찍고 싶었다”는 게 마크 포스터의 얘기다. 본드가 DC3기를 몰고 가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마세티 기와 헬기에 쫓기는 장면이다. 그렇게 멕시코의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비행기 추격신과 파나마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펼쳐지는 대규모 보트 추격신, 긴 터널을 통과하며 벌이는 명품 자동차들의 추격전, 시속 170마하 속도의 자유낙하신 등 새롭게 펼치는 액션신 또한 <카지노 로얄>보다 그 강도를 높였다. 특히 3000m 자유낙하와 맞먹는 ‘보디 플라이트’ 터널에서의 아찔한 비행 액션, 그리고 본드와 도미닉의 마지막 대결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폭발신에서는 54종의 폭약을 폭파시킨다. 보디 플라이트는 영국의 베드포드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스카이다이빙 터널로 영국 국방부가 항공기 통제와 기체 탈출 실험을 위해 1997년까지 사용하던 군사 시설이다. 이처럼 액션 분량 자체가 <카지노 로얄>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며 “<퀀텀 오브 솔러스>에 비하면 <카지노 로얄>의 액션은 동네 산보하는 수준이었다”는 게 대니얼 크레이그의 회고다.
본드가 순정을 지키다니!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를 ‘복수’라는 테마로 묶을 때 연상되는 이전 시리즈는 바로 <살인면허>(1989)다. 본드가 자신의 임무와 별개로 지극히 사적인 복수에 나선다는 점에서, 본드가 친구의 복수를 위해 살인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마약조직의 보스 산체스를 응징하러 나선 <살인면허>는 유사점이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퀀텀 오브 솔러스>의 본드는 복수를 위해 조직의 명령도 거부하고 CIA는 물론 영국 정부로부터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런 점에서 M과의 갈등도 <퀀텀 오브 솔러스>의 중요한 볼거리가 될 것 같다.
알다시피 <골든아이>에서 처음 M을 연기했던 주디 덴치는 007 시리즈가 시간을 거슬러 최초의 원작 <카지노 로얄>을 영화화하고, 젊은 제임스 본드로 대니얼 크레이그를 캐스팅할 때도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배우다. 말하자면 ‘그녀가 아니고서는 시리즈를 상상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고 <카지노 로얄>에 출연한 배우가 바로 주디 덴치였다. 그런 점에서 마크 포스터가 가장 공들여 찍은 장면들이 바로 본드와 M의 대화신이다.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느낌이었다”는 게 주디 덴치의 소감이었다. 마크 포스터가 악당으로 마티외 아말릭을 흔쾌히 택한 것도 007 시리즈를 가벼운 액션블록버스터로 생각하지 않는 그런 정서적 이유가 컸다. 영국 영화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와의 인터뷰에서 마크 포스터는 대니얼 크레이그에 대해 “우리 시대의 스티브 매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를 주인공으로 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나 앨런 J. 파큘라의 <암살단>(1974) 같은 느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쯤에서 함께 떠오르는 영화가 바로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기억도 잃은 채 홀로 떠도는 첩보원 제이슨 본(맷 데이먼)의 이미지는 <카지노 로얄>부터 007 시리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현재 공개된 <퀀텀 오브 솔러스> 예고편에서 낡은 건물 사이를 점프해서 뛰어넘고 좁은 공간에서 박력 넘치는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 본드의 모습에는 묘하게 제이슨 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실제로 <본 얼티메이텀>(2007)이 보여준 가공할 스턴트와 액션 디자인을 책임졌던 댄 브래들리가 <퀀텀 오브 솔러스>에 전격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그러한 혐의(?)를 더욱 확고히 한다. 그렇게 천연자원 문제를 다룸과 동시에 댄 브래들리를 불러들인 것은 <퀀텀 오브 솔러스>가 <카지노 로얄>에 이어 (그런 점에서 피어스 브로스넌의 007이 늘 뒤처져 있던) 최근 트렌드를 흡수하려는 간절한 몸짓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007 시리즈의 오랜 속성이기도 하다. 그렇게 007 시리즈는 액션과 프로덕션디자인 측면에서 늘 시대를 앞서가거나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왔고 그것은 늘 성공으로 이어져왔다.
<두번 산다>(1967)는 일본의 경제적 성장에 따른 국제적 관심을 로케이션에 반영했고, <죽느냐 사느냐>(1973)는 당시 급부상하던 블랙익스플로이테이션 장르와 <용쟁호투>(1973) 등 동양 무술영화의 요소를 적극 반영하여 큰 성공을 거뒀으며, <문레이커>(1979)는 <스타워즈>(1977)와 <미지와의 조우>(1977) 같은 새로운 SF영화에 열광하던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사(NASA)의 도움을 얻어 애초 계획과 달리 SF장르로 선회하여 완성하면서 16년 뒤 <골든아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시리즈 최고 흥행기록을 보유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007은 언제나 시대와 함께해왔다. 본드걸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퀀텀 오브 솔러스>에도 당연히 새로운 본드걸이 등장하지만 전편 <카지노 로얄>과의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본드는 결코 새로운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뭔가 애매모호한 관계였던 <네버다이>(1997)의 양자경 정도를 제외하자면, 시리즈마다 언제나 새로운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쉴새없이 많은 여자들에게 ‘작업’을 걸어왔던 본드의 지난날을 떠올려볼 때, <퀀텀 오브 솔러스>는 007 시리즈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이단’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제임스 본드는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22번째 시리즈의 새 얼굴
막강 본드걸, 올가 쿠리렌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배우가 되기 위해 16살에 파리로 이주한 올가 쿠리렌코는 파리와 밀라노, 뉴욕, 런던에서 모델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디안느 베트랑의 <약지의 표본>(2005)으로 일약 주연으로 데뷔하며 배우로 변신한 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영화 <사랑해, 파리>(2006)와 액션영화 <히트맨>(2007)으로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았다.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올가 쿠리렌코가 연기하는 카밀도 본드만큼이나 개인적인 원한이 있다. 어릴 때 바로 눈앞에서 전 가족이 몰살당한 비극적인 과거를 가진 여자다. 그래서일까, 역대 본드걸 중 가장 강도 높은 액션신을 소화했다. 제작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스턴트를 최대한 소화하기 위해 대니얼 크레이그와 함께 8개월간의 훈련과 리허설에 참여했고, 고공 낙하와 육탄전 훈련도 소화해 거의 본드와 대등한 액션 스턴트를 선보인다. 3000m 자유낙하와 동급인 ‘보디 플라이트’ 터널에서의 아찔한 비행 액션도 해냈다.
미소 뒤의 악마, 마티외 아말릭
마티외 아말릭은 <파수병>(1992), <내 성생활은 어떻게 토론되어졌나>(1996), <킹스 앤 퀸>(2004), <크리스마스 이야기>(2008) 등 아르노 데스플레생이 사랑한 배우이자 앙드레 테시네, 프랑수아 오종, 올리비에 아사야스, 브누아 자코 등의 영화에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프랑스의 대표 배우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2005)과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 앙투아네트>(2006)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도 진출한 그는 국내에는 <잠수종과 나비>(2007)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퀀텀 오브 솔러스>의 악역 ‘도미닉 그린’으로 캐스팅된 것은 마크 포스터가 메가폰을 잡은 것만큼이나 모험적이고 야심적인 시도다. 선량한 미소 속에 악마성을 숨긴 그는 세계 곳곳에 숨어든 사악하고 위험한 비밀 조직의 수뇌부로, 천연자원을 독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차례대로 수행해나가던 중 본드와 대결하게 된다.
댄 브래들리와 데니스 개스너
<퀀텀 오브 솔러스>에 새로이 참여한 핵심 스탭들을 소개하자면 바로 제2유닛 감독을 맡은 댄 브래들리와 미술감독 데니스 개스너다. 스턴트맨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지난 30여년에 걸쳐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동시대 최고의 스턴트 감독으로 거듭난 댄 브래들리는 참여한 작품 수만 150여편에 육박한다. 2005년에는 ‘월드 스턴트 어워드’에서 <본 슈프리머시>로 최우수 제2유닛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본 얼티메이텀>의 가공할 지하철역신과 탕헤르 액션신의 실질적인 설계자이기도 하며 <씨비스킷> <쓰리 킹즈>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스파이더 맨2> <스파이더맨 3> <수퍼맨 리턴즈>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등이 모두 그의 솜씨다.
007 시리즈를 대표하는 미술감독은 바로 초창기의 켄 애덤이다. 마크 포스터가 보기에 그가 참여한 초기 본드 영화들은 디자인, 로케이션,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 등에서 시대를 앞서간 영화들이었다. 그 느낌을 살려내기 위해 그가 택한 미술감독은 코언 형제의 단짝이기도 한 데니스 개스너다. <밀로스 크로싱>(1990)을 시작으로 <바톤 핑크>(1991), <허드서커 대리인>(1994) 등 코언 영화의 미술을 책임졌던 그는 <트루먼쇼>(1998), <빅 피쉬>(2003), <황금나침반>(2007) 등에도 참여했다. “<트루먼쇼>나 코언 형제의 영화들처럼 기존 영화에서 보지 못한 비주얼을 007 시리즈에서도 보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