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감독_ 김지운
뚝심있는 모험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근소한 차이로 올해의 영화 6위에 머물렀지만 김지운 감독은 당당히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놈놈놈>이 2008년 최고작이 아닐 수는 있어도 2008년 최고의 화제작이라는 사실에 의견이 모인 결과다. 설문 참여자 중 5위 안에 <놈놈놈>을 넣지 않았음에도 올해의 감독으로는 김지운의 이름을 적은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제작 초반부터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초대형 기획물의 완성, 지금은 잊혀 졌거나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에 대한 한 감독의 장인적 애정, 그걸 구현하기 위해 시도된 시각적 도전 등이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놈놈놈>이 그의 최대 걸작이거나 성공작이어서가 아니라 그 기획이 그 정도 수준으로 성공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듀나)이라는 것이다. 혹은 “이슈 환기력이 달리기는 했으나 규모나 산출물에 비춰볼 때 타 작품들과는 확실히 (내러티브를 제외한) 작품 장악의 도량이 다르다”(송효정), “21세기 들어 뜬금없이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들고 나올 수 있는 감독은 흔치 않다. 김지운 감독은 시네필로서 자신의 영화적 체험을 영화로 풀어내왔다”(이현경)라는 의견들이 있다.
김지운 감독은 “이번 작업을 통해서 영화를 만드는 행위, 감독을 한다는 것,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 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힘든 작업이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인 것 같다. 이제는 장르에 대한 집착은 웬만큼 해소됐으니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생각해볼 때”라고 소감과 계획을 밝혔다. 일단은 클로드 소테의 영화 <맥스 앤드 정크맨>을 리메이크하는 해외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스튜디오 카날하고 계약해서 지금 미국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나도 조만간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할 생각이다. 그건 내년 상반기에 시나리오를 마칠 예정이다. 하지만 그게 차기작이 될지 다른 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쨌든 <놈놈놈>처럼 큰 걸 한번 했으니 국내에서 작업하는 다음 작품은 단단하고 알찬 걸 한번 해보고 싶다.” 2008 최고의 감독 김지운은 내년에도 게으름을 피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올해의 남자배우_ 하정우
놀라운 캐릭터 변주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하정우가 2년 연속 올해의 남자배우를 차지했던 송강호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송강호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한편으로 한해를 보낸 것과 달리 하정우는 2008년을 쉼없이 달리며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을 고루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연초에는 <추격자>로, 봄에는 <비스티 보이즈>로, 늦가을에는 <멋진 하루>로 연달아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세 영화 모두 하정우가 아닌 다른 배우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황진미)로 열연했다. 게다가 한·일 합작영화인 <보트>의 촬영을 끝냈고 홍상수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단역으로 출연했으며, <국가대표>를 촬영 중이고 <페럴렐 라이프>(가제)가 대기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누구보다 맹활약한 남자배우”(이현경)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하정우의 시대”(주성철)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정우를 올해의 남자배우로 꼽은 배경은 그가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선택하는 눈이 좋고, 그 역할에 임하는 자세가 좋다”(이용철)는 말로 요약된다. “일관성있는 개인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캐릭터를 변주하는 솜씨가 놀랍다”(듀나)거나, “자신의 스타일 안에서 놀기도 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깨기도 한다”(한동원)는 평가는 모두 하정우가 가진 영민한 해석력과 소화력을 높이 사는 견해들이다. 올 한해에만 <추격자>의 징글징글한 살인마에서 <비스티 보이즈>와 <멋진 하루>의 낙천적인 한량을 완벽히 넘나들었으니, 2008년은 그가 가진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추격자>에서 하정우는 살인동기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지영민에게 다중적인 결을 새겨냈다.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의 태정과 일부분 비슷한 남자였던 <비스티 보이즈>의 재현과 <멋진 하루>의 병운에게는 미워할 수 없는 매력과 안쓰러운 연민까지 그려냈다. 하정우는 송강호와 설경구에 이어 한국영화가 찾아낸 또 다른 색깔의 남자일 것이다. 게다가 “이미 온 길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더 매력적”(김지미)이다.
올해의 여자배우_ 공효진
언니의 숨은 한뼘
“이 여자, 원래 연기 잘했다.”(김도훈) 맞다. 공효진의 연기력을 모르던 바는 아니었다. 그러니 하필 못생긴 안면홍조증 환자인데다, 과대망상에 빠진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통해서야 제대로 된 박수를 칠 수 있다는 건 정말 유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나 <품행제로>의 까칠한 소녀부터 <가족의 탄생>의 깊은 눈물을 퍼내는 여인까지 고개를 끄덕이긴 했어도, 그녀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는 보지 못했다. 유감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행일지 모른다.
<미쓰 홍당무>의 주인공 양미숙은 배우의 선택만으로도 점수의 반은 내줘야 할 인물이다. 공효진 역시 양미숙을 선택하고도 회의에 빠졌었다. 지난 12월4일 열린, 2008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너무 힘들고 심장이 떨리고 창피할 때, 사람들이 못난 양미숙을 손가락질할 때마다 꼭 좋은 상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결국 소원대로 그녀에게는 호평이 쌓였다. 포스터를 가득 메운 공효진의 억울한 표정이 아니었다면 양미숙은 그저 비호감인 캐릭터로 잊혀졌을지 모를 여자였다. 공효진은 자신의 “가소성 높은 외모와 자질”(변성찬)을 통해 양미숙의 “외모부터 내면까지 철저히 소화”(이현경)하며 “일생일대의 삽질연기”(남동철)를 선보였다. 희대의 캐릭터를 그저 독특한 모습으로 묘사한 것도 아니었다. “동정과 연민에 호소하지 않는 당당함”(듀나)을 담아내면서, 도무지 예뻐할 구석이 없는 여자를 “얼굴이 붉어질 수록, 숨넘어가도록, 억측을 주워섬길수록 더 사랑스러운”(김지미) 여자로 만들어냈다는 것이 공효진이 찾아낸 양미숙의 숨은 한뼘이다. 그러니 “<미쓰 홍당무>는 공효진을 위한 영화”(김종철)란 견해를 역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공효진은 <미쓰 홍당무>를 위한 배우였다.
올해의 신인남자배우_ 강지환
뒤늦은 발견
“가장 안전한 선택이지만 과연 이게 올바른 선택인지?” 영화평론가 듀나의 말처럼 강지환을 올해의 신인배우로 선정한 <씨네21>의 결정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신인’이란 수식어를 허하기에 그는 너무 익숙하고, 친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지환에게 신인배우 타이틀을 안긴 <영화는 영화다>가 그에게는 분명 새롭고도 다른 선택이었음을 기억하자.
이 영화로 그는 <쾌도 홍길동>과 <경성 스캔들>의 발랄한 무대에서 벗어나 비정하고 에누리없는 마초의 세계로 진입한다. 그런데 <영화는 영화다>에서 강지환이 맡은 수타는 여느 마초와는 좀 다르다. 수타의 표정은 하드보일드 영화의 주인공처럼 야비하고 거칠지만, 이런 부류의 인물에게 기대하기 힘든 가냘픈 목소리가 캐릭터를 좀더 복합적인 인물로 만든다. 이처럼 ‘쉽지 않은’ 조화가 강지환을 “흔치 않은 남자배우”(김도훈)로 기억하게 했다. 7년간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었지만 결국 강지환에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신인남우상을 비롯해 여러 개의 상을 안긴 작품은 <영화는 영화다>였다. 새로운 도전이 가져다준 호사를 마음껏 누렸으니, 이제는 다시 한번 그가 변할 차례다.
올해의 신인여자배우_ 박보영
보통 강단이 아니야
“TV의 그렇고 그런 아역스타가 바로 영화로 성큼 옮겨와서, <과속스캔들> 같은 영화에서처럼 쉽지 않은 역할을 이토록 잘 소화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지.”(김용언) <과속스캔들>이 “올 연말, 의외의 적시타”였다면 이 영화의 신인여배우 박보영 또한 <씨네21>이 뒤늦게 주목한 의외의 기대주다. 어린 나이에 온갖 고생을 다 겪은 싱글맘 황정남 역을 맡아 베테랑 DJ인 아버지(차태현)의 대사를 빈틈없이 맞받아치는데, 보통 강단이 아니고서는 신인연기자가 쉽게 할 수 없는 역할이다.
드라마 <왕과 나>에서 폐비 윤씨(구혜선)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박보영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그녀의 갑작스러운 변신이 놀라울 만도 하다. 하지만 박보영은 <초감각 커플>과 <울학교 이티>라는 두편의 영화를 거치며 연기 경력을 다져온 준비된 신인이다. 아이큐 180의 천재소녀를 연기했던 <초감각 커플>의 “엄청난 대사량”은 연기자로서의 순발력과 리액션을 풍부하게 만들었고, <울학교 이티>의 ‘똑순이’ 반장 역할은 억척스럽고도 야무진 황정남 캐릭터의 기반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볼펜을 입에 물고 침을 흘려가며” 혹독하게 연기 연습을 한다니 그녀의 똑 부러진 변신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올해의 신인감독_ 나홍진
상업영화의 미래
나홍진을 올해의 신인감독으로 선정한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올해 나온 가장 강렬한 상업영화를 만든 사람”(듀나)이라는 이유로 나홍진 감독을 지지했다. 그만큼 <추격자>가 2008년 한국영화계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지나치게 친절하게 몸사린 장면들이, 너무나도 노회한 신인의 시선으로 느껴져 불쾌하다”(김용언)는 우려도 있었으나, “장르에 걸맞은 템포와 관객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는 박력있는 연출력”(김지미)과 “옆길로 새지 않고 뚝심있게 밀고 나간 점”(김종철)과 같은 확실한 장점이 나홍진에게는 있다.
수상 소식을 접한 나홍진 감독은 “다들 영화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끝까지 도움을 준 제작사와 투자자 분들에게 감사하다”면서도 “형사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고 정말 써야겠다 결심한 시나리오였다.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수치스럽다거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의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며 <추격자>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제 <추격자>는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신인감독이 가장 먼저 벗어나야 할 관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추격자>가 나의 가장 큰 적이 되어버렸다.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전작과 유사한 부분이 생각나면 그것을 버려야 할지, 아니면 관객이 바라는 대로 전작의 잔영을 남겨야 할지 스스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으로서는 그 고민의 결과물이 하루빨리 공개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올해의 제작자_ <추격자>의 김수진
비정하게 예리하다
<추격자>는 하정우, 김윤석, 나홍진뿐만 아니라 제작자인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공동대표 윤인범)도 스타덤에 올렸다. 그는 “읽다가 토할 정도로 숨이 막히고 너무 세고 잔인하지만 긴장감이 넘치는” 나홍진 감독의 시나리오를 “좀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영화로” 확장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씨네21>의 필진들이 김수진 대표를 올해의 제작자로 꼽은 이유도 <추격자>에서 제작자의 세심한 손길을 느꼈기 때문일 듯. 이는 “과연 <추격자>가 100% 나홍진의 공일까”(김도훈)란 질문이기도 하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신인감독에게서 이런 영화를 끌어낸 상업적 감각”을 높이 샀고, 안시환 평론가는 “악전고투 끝에 날린 홈런 한방”이라며 제작자 혼자 짊어졌어야 했을 온갖 부담들을 영화 속에서 찾아냈다. 특히 이창우 영화평론가의 말은 김수진 대표의 다음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견해다. “그녀의 안목에는 비정할 정도의 예리함이 있다. 가령 악의 처벌보다는 악의 묘사에 집중하는 것, 도심의 밤이 주는 냉랑한 이미지와 한국 특유의 워크홀릭 정서를 결합시키는 것, 무자비함을 남성 신파의 코드로 표현하는 것 등이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로 한해를 보냈지만, 사실 김수진 대표에게 지난 2008년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해였다. 지난 4월, 7시간에 걸친 심장판막 수술을 했기 때문. 김수진 대표는 “심장을 멈춘 상태로 받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추격자>가 죽음과 맞바꾼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웃음)”고 회고했다. 다행히 다시 심장을 가동시킨 그는 현재 주가조작을 소재로 한 차기작 <작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의 촬영감독_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모개
공중곡예 하는 카메라
“해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경우.” 듀나의 말처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완성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작품이다. 이는 현란한 액션과 갖가지 특수효과 등 영화에 투입된 각 분야의 역할에 해당되는 평가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모든 역할을 하나로 담아낸 이모개 촬영감독에 대한 찬사는 험난한 여정을 끝낸 모든 스탭들에게 보내는 박수이기도 하다.
“영화를 왜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화면”(김지미), “속도감있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리드미컬하게 쫓을 때의 시각적 쾌감은 대단히 좋다”(황진미) 등의 평가는 <놈놈놈>의 압도적인 영상이 “개고생으로 만들어낸 스펙터클”(김도훈)이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광활한 초원을 무대로 할 때나 온갖 문화적 양식으로 이합집산된 시장통을 배경으로 할 때나 “공간의 제약이 없는 확장을 날것 같은 느낌으로 상기시키는”(이창우) 촬영이 그를 올해의 촬영감독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모개 촬영감독은 모든 공을 김지운 감독에게 넘겼다. “올해 촬영상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이 상은 김지운 감독이 받아야 할 것 같다. 그가 사용하는 영화언어 자체가 영상이고, 영상을 만드는 데 영화의 모든 부분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놈놈놈>을 통해 “공중곡예를 하는 카메라”(박평식)를 선보였던 그의 다음 작품은 의외로(?) 잔잔한 멜로영화인 원태연 시인의 감독 데뷔작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잘 찍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의 시나리오_ <추격자>의 나홍진,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이야기의 힘 <추격자>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왜 하필 ‘4885’였는지, X물을 맞은 그 서울시장은 우리가 아는 (혹은 그렇기를 바라는) 그 서울시장인지. 나홍진 감독이 인터뷰마다 Q&A를 해야 했을 정도로 <추격자>는 관객 사이에서 열띤 토론을 이끌어냈다. 영화의 빈구석을 메우고픈 바람이 빚어낸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지독한 스릴러가 가진 힘에 휘둘린 관객의 팬덤이기도 했다. <씨네21> 필진들은 <추격자>에서 드러난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게 평가했다. “이미 초반부에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줄줄이 자백했는데도, 이야기가 힘을 잃지 않는다”(한동원), “확실한 캐릭터, 박진감을 잃지 않는 플롯에 한국적인 설정이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이현경), 생계를 위해 살인에 나선 조선족 청년의 이야기인 차기작 <살인자>(가제)를 기대하는 이유도 <추격자>의 장점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캐릭터의 힘 <미쓰 홍당무>
<추격자>가 올해의 플롯이라면, <미쓰 홍당무>는 올해의 캐릭터다. <씨네21> 필진들이 올해의 시나리오로 두 영화를 공동선정한 이유도 플롯과 캐릭터 모두 시나리오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시침 떼고 이렇게 쓸 수 있지?”(주성철)란 질문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예쁜 구석 하나 찾지 못하는 양미숙이란 캐릭터는 작가의 일관된 뻔뻔함이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쓰 홍당무>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영화에 담긴 개성적인 발상 또한 “유쾌하고 독특한 유머 코드가 매력적”(김지미)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경미 감독은 다음 작품에서도 “신경증이나 편집증 등 무던하지 않은 성격”의 캐릭터를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단, “미숙 같은 캐릭터는 안 만들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