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spot] “잡지는 벌써 지원 끊겼다”
2009-03-18
글 : 강병진
사진 : 최성열
시네마테크 공모제 전환 반대 서명운동 이끈 대학생 강민영씨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네마테크 공모제 전환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한 관객이 1천명을 넘어섰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기간 동안 시작된 이 서명운동은 시네마테크 운영진이 아닌 관객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강민영씨는 이 서명운동을 이끌었던 관객 중 한 사람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네마테크를 찾았던 그녀는 “지금처럼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스러운 마음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영화학을 전공하는 줄 알았다.
= 미대에 다닌다고 하면 다들 의외라고 한다. 미술을 어렸을 때부터 했는데, 대학에 들어오면서 영화감독이 꿈이 됐다. 지금은 그림을 그리면서 영화 관련 공부도 하는 중이다.

- 시네마테크는 언제부터 찾게 됐나.
= 소격동에 있을 때부터 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갤러리를 찾아다니다가 그 동네에 가게 됐는데, 극장이 있더라. 여기에도 극장이 있었나 싶어서 들어가봤던 게 지금까지 온 것이다. 처음 본 영화가 <7인의 사무라이>였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주 다니고 있다.

- 영진위가 시네마테크 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어떤 위기감이 들었나.
= 영진위의 위탁사업으로 시네마테크가 운영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운영예산의 30% 지분을 가지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 아트시네마가 공모제에서 탈락하면 지금 받는 2억5천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못 받게 되는데, 그게 없으면 당장 운영을 할 수가 없다. 지금도 3월에 준비 중이었던 한 기획전이 영진위와 관련한 문제로 무산됐다고 하더라. 관객의 한 사람인 입장에서는 영진위가 그렇게 소유권을 주장하면 시네마테크의 자체적인 프로그래밍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 서명운동은 어떻게 시작했나.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쉬운 건 아니다.
=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기간 동안 데일리를 만들었다. 그때 함께 데일리를 진행하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일단 해보자’해서 시작한 거다. 바로 그날 저녁에 관련 자료를 인쇄했고 다음날부터 서명을 받았다. 시네마테크에 영화를 보러 오는 분들이 사실 대부분 혼자이고, 서로 얼굴을 알아도 모른 척하고 그러는데, 다행히 함께 참여해서 힘을 보태줬다. 또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가 큰 도움이 됐다. 이 기간이 아니었으면 1천명은커녕 500명도 넘지 못했을 것 같다.

- 본인에게 시네마테크는 어떤 의미를 가진 공간인가.
=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발견시켜준 곳이 아닐까. 시네마테크를 찾기 전에는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너무 교과서적인 대답인데, 나한테 영화를 공부하게 만들어준 공간 같다. 사실 남자친구도 시네마테크에서 만났다. (웃음)

- 아까 말했듯이 시네마테크에서 영화 보는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서로 아는 척을 안 하는데, 어떻게 만났나.
= <필름에 관한 짧은 사랑>이라고 시네마테크를 통해 배포되는 비평지가 있다. 거기에 필진으로 지원했는데, 그곳에서 만났다. (웃음) 사실 우리 잡지도 문제다. KT&G상상마당에서 지원을 받아 만들었는데, 얼마 전에 지원을 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 관객으로서 생각하는 시네마테크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있다면 어떤 건가.
= 지분구조의 이상적인 형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의 위치에서 좀더 좋은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낙원상가가 영원히 있지는 않겠지만, 좀더 오래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그리고 지금 있는 허리우드극장이 시네마테크만의 공간이길 바란다. 지금은 옆에서 뮤지컬을 공연하기 때문에, 어쩌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처럼 조용한 작품을 볼 때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음… 그리고 시네마테크가 하는 영화축제들 있지 않나. 시네바캉스 같은 축제 말이다. 일반 극장관객에 비하면 턱없이 적겠지만, 그래도 그 기간에는 관객이 많이 온다고 하더라. 이런 축제는 서울시가 지원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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