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OD]
[정재혁의 니혼진] 미즈시마 왕자의 결혼
2009-04-15
글 : 정재혁

“女: 이야~. 게이오 출신의 세레브 이케맨을 잡다니! 男: 이야~. 홍백전 3회 연속 출전의 No.1 여자 싱어를 잡다니!”
4월3일. 일본 여자들은 한숨을 쉬었다. 180cm 키에 몸무게 65kg. 올해로 24살인 배우 미즈시마 히로가 결혼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상대는 여성 보컬리스트 아야카. 북한 로켓 발사 소식 때보다 더 놀랐다. 처음엔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고 다음엔 스포츠신문들의 설레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둘은 실제 결혼했다. 2008년 12월 미즈시마는 아야카에게 결혼반지를 건넸고, 2월22일 아야카는 입적했다.

시작은 2008년 5월 한 잡지에서의 대담이라고 한다. 여름을 보내며 연애를 시작했고, 가을 무렵 결혼 이야기가 나왔단다. 6개월 만의 결혼이라니 속도위반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 일부에선 회견 자리에서 아야카의 배가 조금 나왔던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은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위의 <스포츠닛폰> 헤드라인처럼 남자는 미즈시마 능력에 감탄하며, 여자는 아야카의 의외의 매력을 궁금해하며 둘을 축복한다. 미즈시마가 회견 자리에서 발표한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사정이 둘의 결혼을 동화 속 사랑처럼 장식했기 때문이다. 바제도우병이란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는 아야카와 그녀의 치료를 돕기 위해 서둘러 결혼을 결정한 미즈시마. 마치 21세기판 왕자와 공주의 탄생 같지 않나.

미즈시마 히로는 오구리 슌에 이어 최근 가장 주목받는 남자배우다. <절대 그이> <메이의 집사> 등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매너 좋은 훈남 이미지로 훨훨 날고 있다. 이에 더불어 게이오 대학 출신이란 학력과 아버지가 외무성 고위 관료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셀러브리티의 화려함까지 갖췄다. 이에 비해 아야카는 소박하다. <I believe> <초승달> <어서 오세요> 등 발표한 싱글들은 모두 히트했지만 그녀는 오사카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냥 노래 잘하는 가수다. 경제력 차, 집안 차, 학력 차, 심지어 외모 차까지 거론되는 격차사회 일본에선 사실 조화롭지 못한 조합이다. 게다가 인기 차까지.

하지만 만혼화, 미혼화가 만연한 지금의 일본사회이기에 다르다. 둘의 결혼은 환영받고 사랑의 완성판처럼 꾸며진다. ‘곤카쓰’(결혼 활동)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결혼이 팍팍한 시대니 오히려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본에선 요즘 취업하듯 결혼한다. 취업에 들이는 노력만큼 결혼에도 애쓰고 그래도 결혼에 성공 못한 ‘곤마케’(결혼 패자)마저 나온다. 야미다 마사히로와 시라카와 모오코는 책 <혼활시대>에서 일본사회가 ‘자동적 결혼 시스템’에서 멀어졌다고 썼다. 맞선, 직장 결혼이 줄고, 같은 사원 내에서도 계층이 나뉘니 결혼을 위해 ‘능동적 활동’이 필요하다는 거다. 실제로 인터넷상 수만개의 ‘곤카쓰’ 사이트들이 ‘아르바이트의 경우, 파견 사원의 경우, 계약직의 경우’ 등 재편된 일본사회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혼 루트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니 미즈시마 왕자의 사연이 달콤하게 들릴 수밖에 없지 않나. 지금 일본이 신데렐라 판타지를 그리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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