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으로의 귀환> Return to the Scene of the Crime
켄 제이콥스/미국/2008년/93분/DV/컬러+흑백
<경치 좋은 길> The Scenic Route
켄 제이콥스/미국/2008년/25분/DV/컬러+흑백
당신이 영화를 ‘보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아방가르드 대표 작가인 켄 제이콥스의 영화 2편을 놓치지 말것. 40년 전 만든 자신의 영화를 재료 삼은 장편 <범죄 현장으로의 귀환>과 실험적 시도가 돋보이는 단편 <경치 좋은 길>이 한번에 묶여 상영된다.
<범죄 현장으로의 귀환>은 1969년 제이콥스가 만든 <톰, 톰, 배관공의 아들>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다. 화면을 꽉 채우는 세트 디자인은 윌리엄 호가스의 동판화 <Southwark Fair>(1733)에서 영감을 얻었고, “톰이 돼지를 훔쳐 달아난” 이야기는 마더구스 전래동요에서 빌려왔다. 돼지는 눈깜짝할 사이 사라지는데, 그 순간을 포함한 몇초간이 13가지 방법으로 해체되고 분석당한다. 영화 내내 지속되는 플리커 효과는 속도를 달리하며 리듬을 만들고, 마지막 장에 이르러 광대의 모습을 빌어 나타난 ‘신’의 존재는 철학적인 웃음을 선사하며 사라진다.
<경치 좋은 길>은 영상이 아닌 사진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사진이 입체감을 얻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가, 물 속의 사람들이 헤엄을 치고 황무지가 꿈틀거리는 지각변동을 겪는 등의 ‘발전’을 목격하는 순간에 이르면 본다는 행위가 눈과 더불어 뇌와도 관련이 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표준 영화 기술 외의 방법으로 영화를 감상한다”는 의미의 용어 ‘Paracinema’의 창조자 켄 제이콥스가 선사하는 인지적 영화 체험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