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spot] 제작비 환급제도, 한국 정부에 권한다
2009-06-04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사진 : 최성열
영화국제공동제작세미나 참석한 뉴질랜드 프로듀서 로빈 스콜스

2008년 9월, 한국-뉴질랜드 공동영화제작협정이 체결됐다. 2006년 한국-프랑스간 협정에 이은 두 번째 공동제작협정이다. 그리고 2009년 5월28일, 주한뉴질랜드대사관과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진흥위원회는 협정과 관련해 영화국제공동제작세미나를 주최했다. 뉴질랜드의 프로듀서 로빈 스콜스를 세미나 하루 전인 5월27일에 만나 이번 모임의 의의와 협정 뒤 만들어지는 첫 공동제작 영화 <소울메이트>에 대해 물었다.

- 이번에 열리는 영화국제공동제작 세미나에 대해 소개해달라.
= 2008년 9월 체결된 ‘한국-뉴질랜드 공동영화제작협정’을 전제로 양국의 이해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세미나에서는 협정의 의미와 향후 협력관계, 양국 산업의 차이, 펀딩 등을 논의한다. 한국 제작자들이 뉴질랜드 펀딩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도 설명한다.

- 협정체결로 인해 한국영화산업이 얻게 되는 혜택은 무엇인가.
= 뉴질랜드 제작자들은 오래전부터 공동제작과 해외 예산확보를 추구해왔다. 산업 규모가 비교적 적은 뉴질랜드에서 공동제작은 늘 사용돼온 제작방법 중 하나다. 여기서의 제작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밖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를 말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제작자들은 이번 협정으로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해외로부터 예산을 충당하는 것은 국제적인 조류다. 또 금전적 측면을 넘어 양국의 산업적 장점들이 만나 세계시장이 요구하는 새롭고 독특한 결과물을 낳을 것으로 기대한다.

- 뉴질랜드는 공동제작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개방적이고 준비가 잘돼 있는 것 같다.
= 현재 뉴질랜드와 공동제작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영국·이탈리아·독일·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싱가포르·호주·캐나다·아일랜드다. 할리우드 시스템 밖의 국가들은 공동제작협정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한다.

- 협정 뒤 첫 공동제작 영화인 <소울메이트>의 제작자다. 어떤 영화인가.
= 뉴질랜드로 이민 간 한국 여성 진희에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공포영화다. 100% 영어로 만들어진다. 3년 전, 처음 제작을 시작할 때는 뉴질랜드영화위원회 지원금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려고 했다. 그런데 신청 직전에 위원회에서 공포영화를 펀딩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새로운 문이 열리더라. SPIF(Screen Production Incentive Fund: 영상 제작 인센티브 펀드)라는 사후 지원제도로, 뉴질랜드에서 지출된 제작비가 기준을 넘기면 지출액의 40%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소울메이트>도 완성 뒤 SPIF를 신청할 예정이다.

- 진희 역에 특별히 한채영을 캐스팅한 이유가 있나.
= 한국 여배우 중에는 영어연기가 가능한 사람이 적다. 그런데 한채영은 영어도 되고 아름답고 유명하기까지 하다. 감독 스콧 레이놀스가 한국에 와서 한채영을 만나고 한눈에 반해버려서 꼭 캐스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웃음)

- <소울메이트>는 어디에서 촬영되나.
= 촬영과 후반작업 모두 뉴질랜드에서 진행된다. 약간의 유동성이 있겠지만, 예산의 80%는 뉴질랜드에, 20%는 한국에 책정됐다. 한국 예산으로 책정된 부분은 배우 및 제작자 경비로, 스토리에서 한국의 비중이 컸다면 예산 편성은 달라졌을 것이다.

- 뉴질랜드는 정부 차원에서 영화산업에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들었다.
= 정부의 영화산업 지원은 도움 이상이다. 필수적이다. 지금 나는 뉴질랜드에서 제작을 하지만, SPIF 같은 환급제도 또는 정부지원이 없었다면 다른 나라에서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한국 정부도 영화산업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환급제도를 고려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 한국과의 공동영화제작협정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뉴질랜드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 뉴질랜드는 다양한 자연환경과 기후가 공존하는 덕분에 로케이션적 장점이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의 다양한 작업 경험과 후반작업에서의 강점도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또 뉴질랜드는 영어를 사용하므로, 한국의 독특한 영화적 아이디어와 결합하면 더 큰 시장, 더 많은 관객과의 만남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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