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퍼블릭 에너미> 낭만적 은행강도를 향한 열광
2009-07-16
글 : 황수진 (LA 통신원)
마이클 만의 갱스터 스릴러 <퍼블릭 에너미> LA 시사회 현장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 <퍼블릭 에너미>는 브라이언 버로의 베스트셀러인 동명의 논픽션을 영화화한 것이다. 1930년대 초 대공황기의 전설적인 은행강도 존 딜린저(조니 뎁)와 그를 쫓는 FBI 요원 멜빈 퍼버스(크리스천 베일)의 추격전을 다룬 갱스터 스릴러물이다. 야심만만한 FBI 국장인 에드거 후버(빌리 크루덥)에 의해 ‘퍼블릭 에너미 No.1’이 되어 쫓기게 된 존 딜린저는 1934년 7월22일 클라크 게이블의 <맨하탄 멜로드라마>를 보고 나온 시카고의 바이오그래프 극장 앞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질 때까지 각종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당시 정부와 은행에 불만이 가득했던 대중에 현대판 로빈 후드로서 인기를 끌었다. 그의 사체를 보기 위해 몰려든 군중이 2천여명이었다는 데서 그 유명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은행을 털지만, 인질로 잡아둔 여성에게 ‘추우면 안되지’라며 자신의 코트를 걸쳐준 일화나 체포된 상태에서도 지방 검사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는 여유가 당시 미디어에 공개되면서 딜린저에 대한 신화는 나날이 커져갔으며 이에 맞춰 할리우드는 갱스터인 그를 모델로 한 영화로 넘쳐났다. 존 딜린저의 이야기는 대공황이라는 시대 상황 속의 민심, 후버의 FBI, 당시의 문화, 미디어의 역할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흥미로운 텍스트이기에 영화나 소설로 여러 번 다뤄지곤 했다. 마이클 만은 이번에도 거리 총격 장면, 감옥 탈출 장면, 리틀 보헤미안에서의 총격 장면에서 그 특유의 건조하고 긴박감 넘치는 연출로 총내음을 느끼게 한다.

마이클 만이 그린 존 딜린저는 1930년대 사람들에게 ‘미래가 없는 남자’로 낭만적으로 기억되며, 그의 이전작 <히트>의 로버트 드 니로와 궤를 같이한다. 이 고독한 갱스터는 화려한 아르누보 건물 안에서 재즈 음악을 들으며, 위스키를 마시며, 외로운 여자를 유혹한다. 존 딜린저의 사랑을 받는 여인 빌리로는 <라비앙 로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프랑스 여배우 마리온 코티아르가 맡았다. 실제 그가 숨쉬었던 로케이션에서 HD카메라가 잡아낸 중서부 지역의 배경, 롱렌즈 속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들 하나하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건조한 총소리, 재즈 음악은 존 딜린저가 살았던 1933년을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매력적인 시공간으로 그려낸다.

지난 6월23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 호텔에서 <퍼블릭 에너미>의 감독 및 배우의 개별 프레스 컨퍼런스가 열렸다. 마이클 만 감독과의 컨퍼런스가 제일 먼저 시작되었는데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우선 커피부터 찾았다. 그가 답변하는 모습에서는 왠지 수백명의 학생들을 앞에 두고 강의하는 단과학원의 베테랑 강사 이미지가 연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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