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퍼블릭 에너미> 마이클 만 감독, 조니 뎁 인터뷰
2009-07-16
글 : 황수진 (LA 통신원)

관객들을 1933년으로! _감독 마이클 만 인터뷰

-대공황 시기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성기였다. 특별히 참고로 한 사진이나 회화 스타일이 있는가.
=영화 전반에 일괄되게 적용하려고 했던 스타일은 따로 없다. 굳이 들자면, 에드워드 호퍼의 회화 정도. 그가 빈 공간을 화면에 배치하는 방식은 시적이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는 장면들을 구상할 때 호퍼의 구성을 염두에 두고 찍었다. 우연히도 우리가 시카고에 있을 때, 호퍼 전시회가 열려서 조니 뎁, 크리스천 베일과 함께 몇 시간씩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당신의 영화에는 총이 자주 등장한다. <퍼블릭 에너미>에서 총은 무엇을 의미하나.
=먼저 총은 당대의 가장 앞서가는 기술을 상징한다. 가장 좋은 무기를 가졌던 사람들은 존 딜린저 같은 범법자들이다. 경찰들에 제대로 된 무기나 심지어는 자동차도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완전 무장한 이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머신건이 없었더라면 존 딜린저가, 보니와 클라이드가, 프리티 보이 플로이드가 그렇게 악명을 떨쳤을까 싶다.

-이번에도 디지털로 촬영한 이유는.
=필름과 디지털로 1933년의 어느 비오는 날의 장면을 테스트해보았다. 필름으로 찍은 것에는 왠지 시대극의 바랜 느낌이 물씬 풍겨나온 반면에 디지털로 찍은 화면에서는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다라는 현장성이 강하게 느껴졌다. 1933년을 관객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1933년에 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디지털을 선택했다.

-영화에서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영화는 철저하게 자료조사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다. 약간의 수정을 했지만, 대부분 기록에 근거했고 실제 딜린저가 거쳐갔던 장소에서 촬영했다. 그가 쓰러졌던 바이오그래프 극장이 몇년 전 리노베이션을 했기 때문에 우리 디자인팀은 다시 당시 모습으로 되돌려야 했다. 딜린저는 극장 출입구에서 정확히 약 26m 떨어진 곳에서 총을 맞고 쓰러졌는데, 바로 그 공간에서 마지막을 촬영했다. 그가 쓰러지면서 보았을 주위의 벽돌벽, 공중전화, 거리 간판 등을 정확히 재현해내고 싶었다.

-시카고 출신이지 않나. 30년대 시카고가 남다를 것 같은데.
=1943년에 태어났지만, 30년대의 시카고는 꽤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지속되어서 내게는 어린 시절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딜린저가 최후를 맞이한 바이오그래프 극장은 우리 동네에서 네 블록 떨어졌다. 개인적으로 바이오그래프 극장은 젊은 시절의 내가 예술영화를 보던 곳이다. 1933년에 10대였던 우리 엄마의 기억 속 공간이기도 하고.

-영화 속 딜린저는 너무나 로맨틱하다.
=실제 딜린저가 그랬다. 빌리는 그의 진짜 사랑이었으니까. 그녀가 잡혀갔을 때, 당시 차에 같이 있었던 팻 셰링턴의 회고에 따르면 정말 그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고 한다.

-현재의 경제 위기와 맞물려서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 같은데.
=글쎄.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약간 과장이지 않을까. 160개의 은행 중 144개가 파산했던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경제가 나쁠수록 사람들이 판타지를 꿈꾼다는 데에는 동감한다. 안 그래도 내 동료는 이번 주말 로봇영화를 개봉하지 않나. (웃음)


"딱 들어맞는 건 매력 없어" _존 딜린저 역의 조니 뎁 인터뷰

-존 딜린저를 오늘날의 록스타로 비유하면 누가 떠오르나.
=딜린저… 록스타라. 좀 이상한 비유인데, 그러고보니 좀 로큰롤 스타 같긴 하다. 1933년의 딜린저.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갓 출소한 젊은 딜린저라…. 음… 펑크록 스타 아닐까. 굳이 들자면 조 스트러머(Joe Strummer)?

-존 딜린저에 대해 평소에 관심이 있었나.
=특별한 계기가 없었는데도, 어린 시절 내게 존 딜린저는 너무나 매력적인 영웅이었다. 그 나이 또래 어린아이 특유의 호기심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는 빠짐없이 찾아 모았던 기억도 나고. 이번 역을 맡게 되어 그에 대한 자료를 다시 보는데, 문득 그가 나고 자란 곳이 우리집에서 60, 70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마치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경험을 했다. 예전에 우리 할아버지가 들려주던 당시 밀주 이야기들도 막 떠오르고. 좀 묘한 기분이었다.

-실제 로케이션에서 촬영하게 되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글쎄… 딱히 한 장소라기보다는 다 기억에 남는데 크라운 포인트 감옥소, 리틀 보헤미안 등 그가 실제로 드나들었을 문을 열고, 그가 잠을 잤던 침대에서 그 장면을 연기한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마이클 만이 그런 디테일과 사실성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했고.

-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들기도 했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가장 좋다. 그런 면에서 연기가 내게는 아무래도 가장 편안한 것 같고. 감독을 하면서 내가 저지른 실수는 내가 연기도 했다는 것. 감독으로서 화면 안에서 연기하는 나를 보기가 너무 어색해서 못하겠더라. 그렇지만 내가 출연한다는 전제로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시나리오 쓰기는 나랑 맞지 않는다. 시나리오라는 게 수학처럼 딱 들어맞게 써야 하지 않나. 근데, 나는 ‘말이 되는 것’이라든가 ‘딱 들어맞는 것’에는 딱히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웃음)

-이 영화가 범법자인 존 딜린저를 미화했다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흠. 그전에 하나 물어보고 싶다. 에드거 후버는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나. (질문했던 기자가 여러 대통령을 거쳐 살아남을 수 있었을 만큼 영리한 캐릭터라고 하자) 만약 방 안에 후버와 딜린저 둘 중에서 하나를 두고 내 뒤를 보인 채 걸어나와야 한다면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언제나 딜린저를 고를 것이다. 후버는 위험한 인물이었고, 딜린저는 그 당시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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