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의 파스칼 로지에 감독 인터뷰
2009-08-06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사진 : 이혜정
“기분좋은 영화는 배신 행위”

-올해 본 가장 강렬하고 무서운 공포영화였다. 결과물에 대해서는 만족하는가.
=내 자신이 이 영화에 대해서 만족스럽다거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건 터무니없고 바보 같은 짓이니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나,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감정을 느끼기 힘들다. 단지 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진실되고 거짓없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부천영화제에서 많은 관객과 이 영화로 소통을 하게 되어서 뜻깊은 자리였다. 관객의 질문이 많았는데, 그 점이 대단히 기쁘다.

-<마터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영화 제작은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나.
=프랑스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적은 예산으로 공포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 왔다. 나는 그들이 평소 개방적인 사람들임을 알았기 때문에, 영화를 자유롭게 만들겠다는 판단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을 하고 진행하기보다는 직감적으로 이야기를 쓰면서 작업했다. <마터스>는 내면에 있는 어두운 면들을 한꺼번에 쏟아낼 기회였다. 그래서 순간순간의 느낌에 충실한 영화로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마 오랜 시간을 두고 계획을 짜고 영화를 진행했다면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할리우드 공포영화와는 스타일이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캐릭터를 소개하는 구성이나 묘사 방식에서 기존의 공포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는가.
=나는 프랑스 사람이기 때문에 내 영화가 주류 공포영화와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할리우드가 재미를 추구하는 대중적인 오락이라면 나는 개인적인 것을 추구하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할리우드 공포영화와는 다르다. <마터스>의 여성 캐릭터는 희생양이다. 그녀는 고통과 아픔을 매일매일 겪고 그것을 견딜 수 없기에 늘 패닉 상태다. 그리고 영화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순교자’로서의 느낌이 나오도록 묘사했다.

-<마터스>는 두 가지 이야기로 진행된다.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한 루시의 이야기가 절반이고, 그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안나가 체험하는 것이 나머지 절반이다. 하나는 장르 클리셰이며, 뒤의 이야기는 참신했다.
=루시가 주인공인 앞의 이야기는 기존의 공포영화들에서 흔히 나오는 것들을 몰아넣었다. 뒤에 안나가 주인공일 때는 내 자신이 창조한 새로운 것들로 채워넣으려고 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주인공 루시가 영화 시작 45분 지점에서 죽임을 당할 때, 당혹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지점에서 안나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관객이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로 끌고 싶었다.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구성하고 영화를 찍었다.

-루시는 탈출 과정에서 같은 고통을 겪는 한 여자를 외면하고 죄책감에 빠진다. 루시의 환상 속에서 그 여자는 뒤틀린 이미지로 계속 등장하는데, 그 기이한 이미지가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루시를 괴롭히는 여자의 뒤틀린 몸은 그녀의 죄책감을 형상화한 것이다. 루시는 도움을 줄 수도 있었지만, 외면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벗어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다. 육체가 꼬이고 뒤틀린 것은 루시의 트라우마다. 그 형상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단순하게 생각을 했고, 상상을 통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억눌린 상처는 영화의 한 주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다.

-루시와 안나 캐릭터는 연기를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 같다. 이런 영화를 계속 촬영하면서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겠다.
=그렇다. <마터스>를 찍는 것은 악몽 같은 경험이었다. 촬영현장은 조금도 즐겁지 않았고 너무 지치고 힘이 들었다. 여배우들은 촬영 전에 리허설을 많이 했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갈 때는 호흡이 맞춰진 상태여서 역할을 잘 소화했다. 그녀들은 내가 표현을 하려는 의도를 잘 따라와주었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순조롭게 촬영했던 것 같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는 연기를 했지만 배우들이 탈진한 일은 없었다. 단지 촬영을 담당한 스탭 가운데 한명이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면서 피범벅이 된 루시를 지켜보다 실신을 해버렸다. 그 피들이 너무 사실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배우들이 별일이 없었다니 놀랍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탈진을 한다. 시각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쇼크가 워낙 강한 탓이다. 프랑스에서 개봉 당시 많은 논란을 일으켰겠다.
=물론이다. 가정과 관련한 사회단체에서 개봉을 저지하려고 했다. 그 일 때문에 법정 소송까지 갔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승소했다. 법정에서 이기지 못했으면 정상적으로 개봉이 불가능하다. <마터스>는 프랑스 공포영화 최초로 18살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18살 이상 등급을 받는 영화는 ‘포르노’밖에 없다. 영화는 감독이 의도한 온전한 상태로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다. 법정 투쟁 끝에 16살 이상 등급을 받았다. 심의는 영화를 상영하는 나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완전한 상태로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당연한 일이다.

-안나의 고문 과정은 어떻게 구상을 했나? <호스텔> <쏘우>는 영화적인 느낌이 강했지만, <마터스>는 실제 체험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두 가지를 염두에 두었다. 멋지게 보이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장면 구성은 무조건 피하려고 했다. <마터스>의 고문 행위는 평범하다. 그래서 관객으로 하여금 슬픈 느낌이 들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호스텔>처럼 도구들을 사용한 고문을 배제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관객이 안나와 함께 고문을 받는 느낌을 받았으면 하는 것이 그 장면의 핵심이다. 덧붙이자면 <호스텔>의 경우 공포영화라는 장르로서 내가 좋게 본 영화이다. 다만 <호스텔>의 연출은 내가 선호하는 취향은 아니다.

-영화의 절반을 ‘고문’ 행위가 채우지만, 나는 그것이 고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숭고한 의식이기도 했다. 종교적으로 해석을 한다면 예수가 받는 고행의 길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터스>는 고통에 대한 영화이다. 고문과 고통은 다른 의미라고 생각한다. 나의 관점은 안나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절대로 고문자들에게 동조하지 않았다. 안나가 고문을 받으면서 고통을 겪는데, 그 과정에서 그녀는 현재의 세계를 초월한다. 영화 컨셉 자체가 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마터스>를 통해서 신이 떠나고 없는 사회를 그리고자 했다. 믿음이 끝나버린 사회, 그건 지금 현실이기도 하고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안나를 고문하는 자들은 죽은 뒤의 세계를 보고자 한다. 그들 스스로가 신을 만드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공포영화란 어떤 것인가.
=집착했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어린 시절부터 공포영화를 좋아했다. 영화 장르 중에서 인생을 가장 거짓없이 표현할 장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죽고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는 것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표현할 만한 훌륭한 매개체가 공포영화다. 다시 말하자면 공포영화는 세상을 살아갈 때 필요한 조건들이 얼마나 흉측하고 괴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는지를 거짓없이 드러낸다. 그럼 점에서 존 카펜터나 로만 폴란스키 같은 감독들이 개인적 감정들을 훌륭하게 표현했던 감독이라고 본다. 나는 세상이 너무나 좆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내 자신을 배신하는 행위로 본다. 그건 정말 역겨운 일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