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김희연, 김성희] 예쁜 얼굴 뒤에 감춰진 그늘
2009-08-27
글 : 이화정
사진 : 이혜정
빛나는 재능 보여준 진과 빈, 김희연과 김성희

“얜 너무 예쁘잖아.”처음 김소영 감독은 초등학교를 돌며 오디션을 본 김희연이 마뜩치 않았다. 이런 예쁜 얼굴이라니 과연 영화의 깊이가 살 수 있을까. 리얼한 영화를 찍고 싶은 감독에게 희연(10)의 얼굴은 너무 예뻤다. 동생 빈 역의 김성희(8)는 반대로 느낌이 왔다. 보육원에서 보낸 두 장의 사진 중 감독의 마음을 끈 것은 해맑은 프로필 사진이 아니라, 아이들 속에 있지만 그늘진 표정의 성희였다. ‘예쁜’ 희연이도 괜찮겠다는 주변의 말을 조언삼아, 또 ‘그늘진’ 성희의 얼굴이 걱정스럽다는 충고를 무시한 채 촬영을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카메라를 가까이하자 희연은 그 예쁨을 잊어버릴 정도로 엄마 잃은 진의 감정을 충실하게 표현해 냈고, 천진무구한 표정 뒤에 감춰진 그늘로 성희는 화면을 압도했다. 총 29일간의 촬영, 영화 속 진과 빈이 이곳저곳 거처를 옮기며 지쳐가던 장면을 찍을 때쯤, 아이들도 오랜 촬영에 지쳐갔다. 자연인인 아이들과 영화 속 아이들의 심리상태가 겹쳐지면서 영화의 리얼함도 배가됐다. 완벽한 대사 하나 없이 감독은 즉석에서 아이들의 언어로 이루어진 대사를 끌어내며 촬영을 마쳤다.

촬영도 신났고, 친구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도 신났고, 부산으로 터키로 영화 출품 때마다 여행을 한 것도 마냥 신났던 두 아이. 2007년 찍은 영화가 영 개봉을 하지 않자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는 희연이는 “어릴 때라면 한 편쯤 영화를 더 찍고 싶어요. 커서는 과학자가 꿈이거든요”라고 제법 어른스런 포부를 밝힌다. 반면, 곱게 차려입은 드레스를 주체 못하며 녹음기에만 몰두하는 성희는 아직 한참 어린 꼬마다. 촬영 때의 고충도 만만치 않았으련만, 이제는 ‘재밌었어요. 좋았어요’만을 연발하는 성희를 두고, 희연이는 “너, 많이 힘들었잖아.”라며 언니다운 멘트를 첨가한다. 한국어에 서툰 감독님의 단어 교정까지 도맡았다는 두 아이들은 엄마뻘 되는 감독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아끼지 않고 선사한다. 먹먹할 정도로 아름다운 화면속 진과 빈 그대로의 순수함이 잔뜩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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