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살아남는 것의 버거움 <난징!난징!>
2009-10-09
글 : 강병진

<난징!난징!> 南京!南京!: City Of Life And Death
감독 루추안 | 중국 | 2009년 | 135분 |아시아 영화의 창|CGV 10:30

중국 박스오피스 1위의 실체를 확인할 때, 처음 떠올릴 질문은 ‘어떻게’일 것이다. 도대체 <난징, 난징>은 어떻게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의 상업적 성공을 기록했을까. 1937년 난징대학살을 그린 <난징, 난징>은 누군가를 구하거나, 누군가를 이기는 전쟁영화가 아니다. 시각적 쾌감을 주는 전쟁의 스펙터클, 혹은 감정적 동요를 일으킬 현악기의 강한 연주도 없다. 관객의 눈앞에 놓인 건 끝없이 펼쳐진 시체의 물결이고, 귀에 들리는 건 숨소리와 총소리뿐이다. 심지어 죽음을 앞둔 사람들도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중국의 감독이 1937년 난징대학살을 응시하는 영화의 첫 장면은 의외로 일본군의 얼굴이다. 전쟁은 가해자에게도 공포다. 수시로 날아오는 총알,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많은 난민들. 한편, 중국군은 접전 끝에 결국 포로로 잡혀 몰살당하고 난민들은 외국인 난민지도자의 도움으로 안전지대에 살게 된다. 그러나 이들도 포로나 다름없다. 일본군은 수시로 찾아와 부녀자들을 강간한다. 그들을 지키고픈 사람들은 불가항력의 무기력함에 치를 떤다. 영화 부제처럼 난징은 살기 위해 죽여야 하거나, 차라리 죽어야하는 도시다.

여타의 전쟁영화들이 용감한 죽음의 숭고함을 지향한다면, <난징, 난징>은 살아남는 것의 버거움을 이야기한다. <사라진 총> <가가서리>등을 연출한 루추안 감독은 피해자인 조국의 입장에서 몇 발자국 물러나 난징대학살을 바라본다. 영화가 그리는 것은 전쟁을 버티는 사람들이다. 굳이 흑백영상으로 이야기를 담은 것도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전투장면은 적군과 아군의 구별을 무의미하게 연출됐고 일본군의 무자비한 강간이 묘사되는 한편,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 조국의 군인들을 넘기는 중국인 난민지도자가 등장한다. 전쟁의 마지막 풍경을 일본군의 감정적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박스오피스 1위의 이유는 아마도 중국인에게 짙게 남겨진 전쟁의 상처, 그 자체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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