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닭을 회교도적으로 죽이는 방법은? 첫째. 일단 곱게 키운다. 둘째. 다 키웠다 싶으면 코란을 지참한 뒤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셋째. 닭님을 앞에 두고 준비한 코란을 경건하게 읽는다. 넷째. 닭님의 명복을 빌며 단칼에 내리친다. 셍 탓 리우의 <할랄>은 이 과정을 시치미 뚝 떼고 엄숙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그게 슬랩스틱 코미디마냥 웃기다. 하지만 마냥 웃기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제목 <할랄>이 이슬람 율법으로 허용된 음식을 뜻하듯, 셍 탓 리우 감독은 돼지, 닭, 소 등을 종교적 이유로 먹지 않고 나아가 타 종교인들에게도 이를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말레이시아 내 무슬림 사회를 향해 일침을 가한다.
셍 탓 리우 감독은 중국계 말레이시안이다. “다인종 사회인데도 다른 인종과 종교를 차별하는 풍경을 자라면서 심심찮게 보고 겪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바꾸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 영화를 보고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는 게 감독의 의도다. 도대체 얼마나 닭을 좋아하면 예민한 종교문제를 닭을 통해 풀어가는 것일까. “치킨을 좋아한다”는 감독은 얼마 전부터 닭에 대해 혼란스러워졌단다. 집에서 반려동물로 닭을 기르는데, 다 크면 닭을 잡아먹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전작인 <주머니 속의 꽃>에 비해 유머가 늘었다는 점. “관심사가 바뀐 것이 아니라 접근방법이 달라졌다”는 그는 “15편의 균형을 맞추다보니 내가 발랄하고 톡톡 튀는 역할을 맡은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7년 <주머니 속의 꽃>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그는 이후 2년 동안 바쁘게 지내왔다. 지난해에는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을 지원하는 칸 영화제의 ‘시네파운데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지금은 “도시 한복판에 원목집을 짓고 사는 사람을 통해 사라지는 전통을 이야기”하는 <어느 도시의 개가 사는가>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다”는 그의 창작 욕구는 당분간 앞만 보고 달려가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