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발리우드 영화를 좀 봤다 싶은 관객들에게 친숙한 이름, 야쉬 초프라. 제작사 ‘야쉬라지 필름’을 설립해 총40여 편을 제작한, 인도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다. 쉽게 말해서, 당대 최고의 배우인 아흐마드 밧찬, 샤룩 칸, 닐 무케쉬, 존 아브라함 등이 출연한 영화의 상당수를 그가 연출·제작했다고 보면 된다. 그 공로로 부산국제영화제는 그에게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 상’을 수여했다.
거장에게도 올챙이 시절은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스타가 나와 화려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발리우드 영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조감독이었던 형의 현장에서 영화를 시작”한 그는 1962년에 <먼지의 꽃>(Blossom of Dust)이란 작품으로 데뷔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고 가족적인 이야기로 출발한 그는 액션, 사극 등 모든 장르를 시도하면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노릴 수 있을까.” 이를 야쉬 초프라 감독은 ‘사랑’에서 찾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만의 사람들이 ‘사랑해’라고 고백하고 있다”는 그는 “사랑이야말로 영속성을 지닌 가치”라고 강조했다. <카비카비>(1976) <사랑의 순간>(1991) <비르와 자라>(2004) 등, 수많은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사랑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훗날 자신의 세계관이 될 ‘사랑’은 춤과 노래에 의해 포장되었다. 비주얼이 강한 할리우드영화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춤과 노래야말로 인도배우들의 힘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 덕분에 발리우드 영화는 지금의 위용을 갖추고, 인도는 할리우드영화가 힘을 못 쓰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성장했다.
현재 인도상공회의소의 엔터테인먼트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인도영화산업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불법다운로드”고, 또 다른 하나는 “영화가 유일한 엔터테인먼트였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영화가 아니더라도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야쉬 초프라 감독은 긍정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좋은 영화는 관객들의 사랑을 받게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