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직공장 소녀> Weaving Girl
왕 추안안 | 중국 | 2009년 | 100분 | 아시아영화의 창
<방직공장 소녀>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왕 추안안 감독과 그의 아내이기도 한 배우 위난의 또 하나의 합작품이다. 두 사람은 <투야의 결혼>(2007)으로 그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고 위난은 그해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찾기도 했다. 또한 위난은 <스피드 레이서>(2008)에 비와 함께 출연하며 국제적으로 그 이름을 알렸다. 마치 <귀주 이야기>(1992)의 공리처럼 강인한 여성상을 연기한 <투야의 결혼>이 그녀의 대륙적 이미지를 어필한 대표작이라면 <방직공장 소녀>도 그 연장선에 있다.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릴리(위난)는 갑자기 코피를 흘리면서 병원을 찾는다. 암 판정을 받지만 생선을 파는 남편과 자신의 월급으로 향후 치료비를 마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절망감 속에 릴리는 옛 애인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첫 장면부터 위난은 공장 간부와 다툰다. 이전에 보여줬던 그 억척스런 모습 그대로다. 그녀의 팬이라면 무척 반가울 듯하다. 하지만 <투야의 결혼>에서 병든 남편을 대신해 생활고를 책임지던 그녀가 이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그럼에도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영화는 딱히 눈물이나 슬픈 가정사를 건드리지 않는다. 특별히 갈등하는 모습도 없다. 릴리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길을 간다. 그저 묵묵히 현실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아무런 사랑 없이 살아온 부부지만 어쨌건 대책을 세우고 고통을 극복하려는 조그만 움직임들이 깊은 감동을 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평범한 진리랄까. 왕 차오 감독의 <사랑의 기억>처럼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중국 감독들의 어떤 경향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