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프랑스적인, 지극히 프랑스적인
2009-10-12
글 : 강병진
<백야> 감독 고바야시 마사히로

<백야>는 프랑스 리옹의 레드 브릿지에서 벌어지는 10시간 남짓한 사랑이야기다. 감독인 고바야시 마사히로는 27살이 되던 해, 프랑수아 트뤼포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났다. 트뤼포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리옹은 그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백야>는 20년 전, 그가 만난 리옹을 되새기는 영화다. 혹은 당시 힘겹기만 했던 자신의 사랑을 추억하는 자리다. “프랑스로 간 또 다른 이유는 이별이었다.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나는 돈도 없었고 불안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야 헤어질 수 있을 것 같더라. 여행을 하는데 계속 그녀를 원망하게 되더라.” 그럼에도 결론은 달랐다.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남자나 여자나 사랑 앞에서 목숨을 거는 건 똑같더라. <백야> 속의 두 남녀에게 그런 깨달음을 투영했다.” 그때 원망했던 그 여자는 두 아이를 낳아준 지금의 아내다.

우연히 만난 남녀 여행객의 만남을 그린다는 점에서 <비포 선라이즈>를 떠올리는 건 당연할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미국에서 가장 프랑스적인 감독인 것처럼, <백야>를 연출한 고바야시 마사히로 또한 일본에서 가장 프랑스적인 감독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벨바그의 영화에 감명을 받았던 그는 누벨바그의 감독처럼 직접 돈을 모아 영화를 만들어 데뷔했다. “프랑스란 나라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할 뿐이다. 트뤼포 감독뿐만 아니라 장 피에르 멜빌이나 클로드 를루슈, 알랭 레네 등의 영화를 보면서 감독을 꿈꿨다. 하지만 나는 내가 왜 프랑스적인 감독인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스며든 것 같다.” 본인은 “돈을 대주는 곳이 없어서 독립영화를 하게 됐다”고 하지만 사실상 그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방식이었을 것이다. <백야>를 비롯해 <사랑의 예감>과 <배싱> <완전한 사육 5: 여자이발사의 사랑> 등 그의 작품들은 주로 소외된 사람들의 고독을 담아왔다. 뚜렷한 표정 없이 반복되는 대사와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증폭된 고독감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비포 선라이즈>와의 결정적 차이 또한 충동적인 사랑에 빠진 이들이 결국에는 충동을 후회하고 다시 고독에 빠진다는 점이다.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고 있어서 고통에 빠진 사람”이 그가 말한 ‘누군가’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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