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천재와 자폐아는 종이 한 장 차이
2009-10-13
글 : 이주현
<선샤인 보이>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 감독

“제 얘기 좀 들어보실래요? 저는 자폐아를 둔 어머니입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켈리지요. 켈리는 3년째 울고 있어요. 왜 우는지 이유를 알 수 없죠. 무릎의 통증 때문에 우는 건데도 그 고통이 어디서 오는지 말하지 못하죠. 소통에 어려움이 많아요.”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 감독은 전화 한통을 받는다. 전화를 건 켈리의 어머니는 자신의 가족 얘기를 들려주며 다큐멘터리 제작을 부탁한다. “처음엔 켈리의 어머니 얘기를 믿지 않았다. 와 닿지도 않았고. 그러다 기적을 보았다.” 아파도 말 못하던 켈리가 영화의 막바지 작업 때쯤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켈리네 가족에게 뿐만 아니라 프리드릭슨 감독에게도 그것은 기적이었다. “사람들이 자폐증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겉모습이 남과 다르다고 저능아로 보기 일쑤인데 게 중엔 영리한 아이들이 많다. 천재와 자폐아의 차이가 실은 종이 한 장일 수 있다.”

확실히 <선샤인 보이>를 찍으며 프리드릭슨 감독은 새로운 무엇을 경험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은 게 1982년쯤 된다”는 그가, 그러니까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노장 감독이 예술가로서의 커리어를 하나 보태는 대신 발품을 잔뜩 팔아야 하는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큰 희망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라. 가장 힘들었던 작업이 총 465시간의 촬영 분량을 103분으로 줄이는 일이었다고 말하는 데서도 <선샤인 보이>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이건 어떨까? 영화 제작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가 현재 계획 중인 프로젝트는 바로 알츠하이머에 관한 <마마 고고>라는 영화라고 한다. “알츠하이머와 자폐증을 좌우하는 뇌의 부분이 같다.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개발되면 자폐증도 치료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휴먼드라마지만 <마마 고고>는 <선샤인 보이>의 연장선상에 놓을 수 있다. 제작자가 아닌 감독으로의 계획은 그러나 비밀이란다. 백발이 성성한 프리드릭슨 감독의 머릿속엔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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