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류현경] 무표정도 병이랍니다
2009-11-10
글 : 주성철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광태의 기초>의 류현경 감독

현재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에 새로운 스타일의 ‘향단’으로 출연하는 류현경을 감독의 이름으로 마주했다. 그 두 가지 모습이 쉽게 겹쳐지지는 않지만 감독 류현경은 사뭇 진지했다. “사람들이 ‘류현경 감독’이라 그러면 너무 손발이 오그라들고 또 ‘허세’라고 그럴까봐 신경 쓰인다”고 말하지만 그 연출 경력은 꽤 오래다. 중학교 3학년 때 영화부 활동으로 연출은 물론 주연배우로 출연해 만든 <불협화음>은 EBS의 <네 꿈을 펼쳐라>라는 프로그램에 방송돼 호평을 받은 적 있고, 조은지와 정경호가 주연한 <사과 어떨까?>(2006)라는 단편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배우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반으로서 마지막 워크숍 작품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남녀 관계 이야기로 직접 출연도 할 생각인데 제목은 <방황하는 날강도>”라며 웃는다.

흥미롭게도 <광태의 기초>는 자전적인 연애담에서 시작했다. 표정이 없는 것이 어쩌면 병일 수도 있다는 생각 말이다. “지금까지 사귀었던 남자들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하나같이 표정들이 없었다. 좋아하는 티도 잘 안 내고 섭섭하게 할 때도 많고, 그렇게 그들의 표정을 떠올리면서 ‘너희들은 병이야’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과 어떨까?>를 하면서 줌렌즈를 쓰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면 깊숙이 들어가서 인물들 표정의 미세한 떨림 같은 것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꿔 말해 현재 배우로서의 자신을 더욱 들여다보고 싶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광태가 학원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어쩌면 배우가 연기 훈련을 하는 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어려 보이는 이미지 때문인지 아직도 성장하는 배우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난 언제까지 배우기만 하고 성장만 하는 것인지 요즘 심각하게 고민 중”이란다. 그래서 이 영화를 자신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현경의 기초’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감독 류현경을 만든 요소들은 여러 가지다. 고모 덕분에 미성년자 관람불가였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본 기억, <깊은 슬픔>에서 강수연 아역으로 출연해 다정다감한 곽지균 감독을 보면서 감독을 꿈꿨던 기억, 중학생 때 혼자 <브래스드 오프>를 보고는 이완 맥그리거에 빠져 이후 영국에 가서는 새벽 2시부터 줄 서서 그가 나오는 연극 <오셀로>의 현장티켓을 구한 기억,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지금의 김대우 감독을 보면서 자극받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감독을 꿈꾸며 여전히 보고 배울 게 많다. 그래서 배우가 아닌 감독일 때 스트레스로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현장이 즐겁고, 쉬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는 중이다.

<광태의 기초>는 어떤 영화?

서른살의 광태(장효진)는 여자친구 지효(강소라)와 헤어진 뒤 표정을 지을 수 없는 병에 걸렸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사랑하는 그녀에게 다시 마음을 고백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던 중 TV 광고를 보고 ‘액팅 스페이스’라는 연기학원을 찾아가 박 원장(박철민)에게 지도를 받는다. 얼마 뒤 동창 모임에 나가 다시 지효를 만나게 되는데, 그와의 지난 일들을 별것 아닌 것처럼 친구들에게 얘기하는 것을 엿듣고는 실의에 빠진다. 그리고 학원에서 치열한 훈련을 거듭한다. 그러다 얼마 안 있어 우연히 거리에서 지효와 다시 마주치게 된다.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