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민병국] 나의 종교, 나의 편안함
2009-11-10
글 : 정재혁
사진 : 최성열
<매직캔디>의 민병국 감독

민병국 감독이 돌아왔다. 2004년 <가능한 변화들>을 만든 지 5년 만이다. 그리고 그가 “밝아졌다”. 인간의 피폐한 초상을 그렸던 <가능한 변화들>이 ‘섬김’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 <매직 캔디>가 됐다. 스크린에서 잠시 떠났던 시간에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

그는 조심스레 종교란 말로 침묵의 시간을 설명했다. “뭔가 스스로 만들려고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가능한 변화들>을 끝내고 좀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어요. 이전처럼 작업할 수 없었고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그가 기독교에 관심을 갖고 2006년 세례를 받은 건 자신에 대한 성찰, 표현자의 본질적인 고민의 결과였다. “어떤 일을 하며 사는지”보다 “어떻게 사는지”에 마음이 쓰였고, <가능한 변화들>의 인물들처럼 “좀처럼 변하기 힘든 사람이란 존재”가 민병국 감독을 괴롭혔다. 그리고 그는 종교를 만났다. 믿음과 절제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제 영화를 만들어도 되겠다’고 생각했고 그 무렵 단편의 제안을 받았다. 그게 소망교회와 예수장로교총회, 문화선교회가 여름 성경학교 교육용으로 제작한 <매직 캔디>다.

“교육용이지만 보통의 단편으로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길 원했어요.” 섬김을 가르치기보다 그 마음을 일상에서 조심스레 관찰하는 영화는 그의 말대로 종교와 상관없이 따뜻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현실을 종교란 이름의 판타지로 덮어버리는 우둔함을 그는 범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이 안 변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예전엔 그게 저를 힘들게 했지만 이젠 힘들지 않다는 거. 당연하게 느껴지고 왜 그렇게 변하지 못하는지 배워간다는 느낌이에요.” 물론 종교의 영향이 크겠지만 이 밝은 변화 속에서 민병국 감독의 편안한, 그리고 더 넓어진 시선이 보였다.

<매직 캔디>는 어떤 영화?

두개의 이야기가 서로 어우러지는 단편이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 소년은 우산 없이 혼자 길을 걷는다. 마중 온 엄마와 함께 하교하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속 깊이 팬 도랑을 내려다본다. 마음을 다친 소년은 아빠가 운영하는 분식집에서 위로를 받는다. 소년의 선생님은 요양원에 봉사를 간다. 그녀는 치매에 걸린 노인들을 성심껏 돌보지만 마음 어딘가에서 꺼리는 진심을 부정하긴 힘들다. 그녀는 한 노인에게 받은 사탕을 보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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