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런던] 세상을 가볍게 만드는 영화는 사절!
2009-12-16
글 : 손주연 (런던 통신원)

13일의 금요일에 줄리아 바럼과 남자친구 티모시 윌리엄스가 선택한 영화는 <쏘우: 여섯번의 기회>였다. 윌리엄스는 이날 개봉한 <2012>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줄리아 바럼은 확고했다고 한다. 윌리엄스가 다른 상영관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보고 나온 두 아들을 챙기러 간 사이 ‘대부분의 영화는 쓰레기’라는 독설을 내놓은 바럼과 좀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쏘우> 시리즈의 팬인가 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웃음)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이야기의 정교함보다 잔인함에 더 공을 들이는 것 같아 실망하고 있었다. 그래도 영화가 개봉만 하면 이렇게 극장을 찾으니 아직 팬인 거겠지? (웃음)

-영화는 어땠나.
=사실 지난해 다섯 번째 이야기를 보고는 <쏘우> 시리즈도 이제 끝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극장에 오는 게 많이 망설여졌다. 한데 이번 시리즈는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가 들려와서 개봉 한참 뒤에야 극장을 찾았다. 이번 작품은 놀라웠다. <쏘우>가 다시 초심을 찾은 것 같았다.

-초심이라면.
=<쏘우>의 미덕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 아닐까.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쏘우>는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삶에의 의지에 대해 말해왔다. 이번 작품은 우리에게 타인의 삶과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살아가면서 싫든 좋든 하게 되는 여러 선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내년에 개봉할 시리즈 마지막 편이 정말 기다려진다. 그때는 분명 개봉 첫날 극장을 찾지 않을까 싶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아무리 그래도 잔인한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영화 도입부에서 살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잘라내는 여자를 보면서, 저런 것이 살고 싶다는 욕망일까, 잠시 생각했다. 아휴, 그래도 너무 잔인하더라.

-호러영화 팬인가.
=영화라는 예술 장르를 크게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호러영화는 좋아한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라는 믿음이 잠시 팍팍한 현실을 잊고 꿈꾸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1980년대 만들어진 영화를 즐겨 본다.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1982년작 <바스켓 케이스>인데, 이 영화는 바스켓 안에 자신의 형을 데리고 다니는 동생의 이야기다. 괴물처럼 생긴 외모 때문에 바스켓 안에서 생활해야 했던 형이 동생을 질투하면서 공포가 시작된다는 설정이 재미있지 않나. 시각효과에 기대서 잔인함만 업그레이드한 요즘 호러영화에서는 매력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극장은 얼마나 자주 찾나.
=음…. 일년에 두번 정도? 올해에는 지난달에도 극장엘 왔었으니까, 오늘로 올해 세 번째 극장행이다. 이거 영화산업 종사자 앞에서 너무 솔직했나? (웃음) 요즘 만들어지는 호러가 아닌 다른 장르의 상업영화에서는 큰 즐거움을 찾지 못하겠더라. 영화가 쓰레기라고 한 것도 이런 작품들을 두고 한 말이고. 나는 이런 영화들이 세상을 점점 가볍게 만드는 것 같아서 싫다.

-세상을 가볍게 만든다는 게 무슨 뜻인가.
=영화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더이상 꿈꾸지 않는다. 책 읽는 것도 싫어하고,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보러가려 하지도 않는다. 나는 이런 점이 슬프다. 이것이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해리 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 같은 작품들을 빼놓지 않고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작품을 보는 동안에는 적어도 상상을 할 수 있지 않나. 착한 세상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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