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설경구와 류승범은 관객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현대 한국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짊어진 <박하사탕>의 ‘김영호’(설경구), 또 미래라는 희망을 가져본 적 없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불량청소년 ‘상환’(류승범). 둘 모두는 관객이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가여운 우리 시대의 캐릭터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각자의 방식으로 두 배우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캐릭터를 잡아낼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습득하게 됐다.
<용서는 없다>는 이 두 베테랑 배우가 만나 이루는 고도의 화음이다. 영문도 모른 채 딸을 납치당한 부검의 강민호와 강민호를 궁지에 몰아넣은 환경운동가 이성호의 게임. 스릴러의 재미를 배가해줄 장치는 배제된다. 대신 철저하게 두 배우의 연기를 좇아가는 날것 그대로의 차림이 이 영화의 진짜 스릴이다. 게임의 승패는 결국 둘의 화음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