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쓰리>의 김혜수·김지운 [1]
2001-12-14
정리 : 황혜림
단편 호러영화 <메모리즈>로 변신 공모한 김혜수와 김지운의 유쾌한 수다

당찬 여배우 김혜수, 수줍은 감독 김지운을 인터뷰하다

“감독님, <토미> 보러 갈 거죠?” “<토미>? 괜찮죠.” 높고 경쾌한 음색의 김혜수와 나지막한 목소리의 김지운 감독. 늦잠을 떨치고 왔다는 두 사람은 늘 보는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말문을 연다. 지난 11월 촬영을 마친 단편 미스터리영화 <메모리즈>가 만들어준 인연이다. <메모리즈>는 <조용한 가족>에서 <반칙왕>으로, 다시 인터넷 단편영화 <커밍아웃>으로, 재기 넘치는 코미디 변주곡을 거쳐온 김지운 감독의 새 단편영화. 3년 만에 <신라의 달밤>에서 웃음기어린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혜수의 신작이기도 하다. 웃음에 적을 두고 관객과 만나온 이들은, 뜻밖에 코미디를 털어버린 미스터리스릴러에 의기투합했다. ‘아시아의 공포’를 공통 주제로 삼아 홍콩의 진가신, 타이의 논지 니미부트르와 함께 3국 옴니버스로 제작하는 <Three>의 한국편 <메모리즈>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자신의 정체를 알기 위해 헤매는 여인과 그를 찾아나선 남자의 불안한 걸음을 쫓아가는 미스터리스릴러. 음습한 폐곽과 안락한 삶의 온기가 등을 맞댄 도시의 미궁에서, 기억과 일상의 품에 똬리튼 공포를 끄집어내는 영화다. 이제 편집을 남겨둔 단편 작업의 기억으로, 그 밖에도 시시콜콜 나눌 말이 많아진 두 사람을 만났다.

김혜수(이하 수) | 감독님이 원래 말이 없으셔서, 우리 얘기는 많이 안 해 본 것 같아요. <조용한 가족> 하실 때부터 봤는데. 명필름의 보경이 언니가 시나리오를 보여줬어요. 특이하다고 한번 보라고. 근데 너무 재밌어서 나 이거 해볼까, 그랬거든요. 할 역할은 하나뿐인데, 뵙기 전부터 그런 발상을 가진 감독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너무 궁금했어요. 그때도 감독님은 말이 별로 없었는데.

김지운(이하 운) | 그 역이 아직 결정이 안 됐을 때였죠. 난 영화에서 스타가 왜 필요한가, 어떤 도움이 되는가도 구분이 잘 안 되던 상황이었고. 질적으로든 상업적으로든. 그냥 혜수씨가 한다고 했을 때 이게 웬 복이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만나서도 할말이 없었죠. 복입니다요, 밖에. (웃음) 스케줄 때문에 복이 들어오다 말았지만. 이번 작업 때는 어땠어요? 이번에도 말 많이 안 했던 것 같은데….

수 | 이번에도 그랬죠. 그렇다고 답답하진 않았어요. 말을 많이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서적으로 좀 가깝다고 해야 되나? 연기자와 연출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여러 형태가 있지만, 꼭 대화로 소통하는 게 아니어도 어떤 코드가 잘 맞으면… 난 편했어요. 감독님은 정서적인 통찰력이 있는 쪽인 것 같아요. 캐릭터와 영화의 컨셉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걸 어느 정도 인지한 다음부터는 연기자의 정서나 감성을 연출자가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감독님은 배우가 가진 용량 안에서 최대한 활용할 줄 알고, 그러면서 다른 이면을 드러내게 하는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는 그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운 |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고하토> 메이킹 필름을 봤는데, 거기서 배우에 대해 내가 생각하던 것을 단적으로 얘기한 부분이 있었어요. 내 시나리오에, 내가 선택한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랬거든요. 피아노 소리가 필요하면 피아노를, 바이올린 소리가 필요할 땐 바이올린을 갖다놓으면 되는 거죠. 안 되는 걸 쥐어짜거나 막 쥐어짜서 나오는 필요 이상의 열연을 싫어하고, 그냥 자기 소리를 낼 수 있는 쿨한 연기를 좋아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혜수씨를 호러영화에 캐스팅한 걸 좀 의외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는데, 혜수씨를 보면서 놀랐어요. 다른 매체를 통해서 김혜수라는 배우의 밝고 명랑함, 당당함, 자신감을 봐왔는데, 상당히 어두운 면도 있었고, 섬세하고 예민한 부분도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이 배우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스펙트럼, 어떤 풍요로움을 여태껏 많이 보여주지 못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수 | 저도 평소 소신 중 하나가 고정관념을 좀 떨치고 살자는 건데, 사실 알게 모르게 별의별 선입견이 다 있잖아요. 누구나 다양한 면이 있고, 배우라면 그 폭이 넓어야 바람직할 텐데, 우리나라의 좁은 시장에서 일하고 방송을 많이 하다 보니까, 물론 개인적인 이미지에서 출발한 것이겠지만 한 이미지가 부각이 많이 되고 고정관념이 돼버려요. 보여주는 것 이외의 것을 찾는다는 건 그 사람한테 그런 관심이나 의도가 없으면 어려운 거잖아요. 나 스스로도 대중적으로 만들어진 내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거기서 좀더 자유로워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구요. 감독님이 만약 저에게서 다른 점을 보셨다면, 조금 더 넓게 보려는 다른 각도에서의 이해가 있는 거겠죠.

운 | 처음 봤을 때 가장 컸던 게 창백함이었어요. 우리가 아는 혜수씨는 건강미인이었는데, 그땐 상당히 창백해 보였고, 그게 나한테는 이상한 데미지로 남았어요. 그래서 이번 <메모리스>에 그때 느낌을 옮겨 온 거죠. 지금도 만나면 항상 파워풀하고, 다변이고, 그런데 슬쩍슬쩍 던져주는 정반대되는 느낌들이 있거든요.

수 | 그런 거 있잖아요. 왜 김혜수씨는 섹시함을 강조해요? 건강미를 강조해요? 솔직히 저 섹시한 배우로 출발한 거 아니거든요. 섹시하다는 것도 시상식 때 입은 드레스 때문 아니에요? 그 드레스를 입어서 강조가 됐지만, 의도를 따지자면 그럴 의도는 없었어요. 그런 이미지가 매체를 통해서 더 강렬해지고, 만들어지는 거죠.

운 | 오늘 신문에선가 더스틴 호프먼이 그랬더라구요. 배우는 스타가 되면서 동시에 죽는다, 저널리즘에 의해서 그 사람은 이미 죽는 것이고, 그뒤로는 계속 방부제 처리되어 썩지 않게 돼 있다고. 스타의 운명이고 굴레고 그런 것 같아요. 근데 혜수씨를 보면서 좀 이상한 건, 드라마를 잘 안 보지만 TV 출연작에서는 명작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시청률도 높고, 방송평도 좋았고, 사람들도 좋아했고. 그에 비해서 영화쪽에서는 TV의 명성만큼 도드라진 작품이 없었단 생각이 들어요. 그건 왜 그런 것 같아요? 생각해본 적 있어요?

수 | 그런 생각 많이 하죠. 카메라라는 매체를 끼고 연기할 때 연기자의 입장은 같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는 느낌이 최근에 와서 많이 들어요. <신라의 달밤> 하면서 느낀 게, 남자들이 주축인 드라마니까 촬영할 때 매번 현장에 있는 것도 아니고, 진행이 빨라서 영화 자체에 적응될까 싶으니까 영화가 끝났어요. 주위 사람들도 TV 연기보다 영화에서 연기가 좀더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럽대요. 그동안 영화에 적응할 만한 여유를 못 갖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영화에서 연기 변신을 하는 것보다 영화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구나, 싶어요.

스타랑 작업이 처음이라구요? 송강호씨, 최민식씨는?

운 | 난 사실 영화 하면서 스타랑 작업한 게 처음이거든요?

수 | 같이 작업한 스타들이 기분 나쁘겠다. (웃음)

운 | 아니 송강호씨나 최민식씨는 혜수씨가 생각하는 스타성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별 뚜렷한 활동이 없는데도 관객이 뽑는 베스트에는 항상 혜수씨가 들어가 있어요. 입술이 가장 섹시한 배우에도 들어가 있고, 하여튼 여러 가지 항목에 항상 거론이 되거든요. 몇년에 걸쳐서.

수 | 그것도 일종의 거품이야. 매체가 늘 그 이름을 다루기 때문에….

운 | 그동안 스타들과 작업을 못한 건 작품의 컨셉이나 캐릭터랑 안 맞는 것도 있겠지만, 지금 나랑 작업하는 것 외에 다른 시간이 바쁜 사람들이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스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자기 본위로 돌아가지 않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고, 그런 것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게 신경쓰이고. 그런데 혜수씨랑 작업하면서 그런 부분을 다르게 보게 된 것 같아요.

수 | 전 일단, 단편영화 작업을 좋아해요. 감독님이 <메모리스> 한다 그랬을 때, 처음에는 장편 준비하면서 여유를 갖고 본인이 하고 싶은 단편을 하시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게 어떤 프로젝트인지 몰랐고.

운 | 내가 이런 단편을 하는 건 일종의 욕심인데, 내 행위 자체가 어떤 발언이 됐으면 하는 생각도 사실 있어요. 단지 여유롭게 하는 것도 아니고. 다음 작품 해서 빨리 목돈도 챙기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겠지만, 이런 작품을 하는 건 그냥, 문화라는 게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다양한 배우나 선수들이 만들 수 있는 문화가 상당히 제한돼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스타가 이런 단편영화에 나온다는 것, 그런 문화도 없었고.

수 | 난 감독님이 단편영화를 한다는 게 되게 신선했어요. 일단 이름을 얻은 장편영화 감독은 단편을 할 여유가 현실적으로 없기도 하지만, 잘 안 하게 되잖아요. 관객을 상대로 장편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단편으로 뭔가 자기 것을 계속 해나간다는 게…. 단편이라서 사실 더 관심이 갔었어요.

운 | 외국에서는 종종 그런 작업들을 많이 하잖아요. 짐 자무시가 <커피와 담배>라는 재밌는 단편을 톰 웨이츠랑 같이 만들고. 그런 게 좋게 보이고, 작업 자체도 재밌을 것 같고,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감독들이나 배우들이 왜 그렇게 안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단편이라고 하면 장편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처럼 생각하는데, 분명히 단편의 미학이 있고 호흡이 있잖아요. 장편으로 데뷔한 감독이 다시 거꾸로 단편을 해 보면,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까. 가볍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작업들을 하는 것. 그러면서 나도 새로운 장르를 부담없이 시도해보려는 의도도 있었고, 그런 게 맞아떨어졌죠. 하나하나 작품마다 악다구니 쓰면서 하는 건 별로 재미 없어요. 내가 영화를 하는 건 즐겁고 재밌어서인데, 부담이 되고 그러면 할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계속 장편을 하면서도, 가능하다면 이런 작업들을 병행하려고 하는 거죠. 꼭 큰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개인 푼돈을 털어서라도, 디지털로도 작업할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혜수씨도, 정보석씨도 이 프로젝트에 기꺼이 참여해준 은인 같은 사람들이에요. 사실 돌아오는 것도 많지가 않은데, 그런 문화를, 즐거움을 알고 참여해주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배우한테, 어떤 스타한테 이런 일을 같이 해보자고 얘기할 수 있었겠어요.

수 | 그동안 이런 루트가 없었잖아요. 전 대학 때 단편영화 작업을 했었거든요. 그때 추억이 너무 좋아서 꿈이 뭐였냐 하면, 용돈을 모아서 단편영화 작업할 수 있는 사무실 가지고, 영사기도 하나 갖다놓고, 16mm나 8mm용 카메라 사서 마음맞는 친구들이랑 스탭 구성해서 계속 단편 작업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돈도 모았어요. 한 이백몇십만원?

운 | 외국 배우들, 톰 크루즈나 브래드 피트 같은 배우들도 저예산영화에 싼값에 출연하잖아요. 결국 한 나라의 영화문화적인 다양함, 또는 풍요로움이 그 사람을 통해서 더 확대되는 건데 왜 그런 시도들을 안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혜수씨처럼 실리적인 부분을 접고 흔쾌히 이렇게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수 | 전 김지운 감독님이랑 해보고 싶다는 것도 컸어요. <조용한 가족> 때도 사실 그 캐릭터가 매력있다기보다 이런 작업에 내가 참여하고 싶다, 그런 거였죠. 어떤 신선한, 익숙하지 않은 화면 속에 내가 들어갔다는, 포함이 됐다는 것만으로 흥분되는 거고. 익숙하지 않은 유머였잖아요. 말초적인 걸로 웃기는 게 아니라 코미디 안에 복잡한 게 많고. <조용한 가족>도, <반칙왕>도, 그동안 볼 수 없던 신선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살아 있었어요. 스타를 간판으로 내세워서 뭔가 보장된 영화도 아니었고요. 우리가 접해온 영화라는 건 소수 아트영화 아니면 아주 단순한 상업적 코드의 대중영화인데, 익숙하지 않은, 주류가 아닌 소재들을 상업적으로 음… 승화시켰다고 하면 말이 너무 아름다운가? (웃음) 실리라고 생각진 않았지만, 사실 실리도 있어요. 누구도 저를 선뜻 호러 미스터리물 캐스팅에 1차안으로 생각하기 쉽진 않을 거예요. 그런 나의 다른 면을 대중매체를 통해서 부각시킬 수 있는 건데, 그것도 뭐 실리하고 상관없는 건 아니죠. 계획된 실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운 | 근데, 많은 여배우가 자기의 모습이 무섭게 나오나, 흉하게 나오나, 그런 걸 먼저 생각하거든요.

수 | 난 그 생각은 진짜 안 했어요. 그게 재밌더라구요, 내 평생에 연기하면서 그럴 찬스가 몇번이나 오겠어. 그렇지 않겠어요? 김혜수 아닌 것 같다 그런다면서요.

운 | (웃음) 김지운 영화 같지도 않다는 얘기도 해요. 서로 그런 거죠. 나도 코미디만 하는 감독에서 좀 탈피하고 싶었던 거고, 혜수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그런 것들이 동반추락이냐, 동반상승이냐는(웃음) 결과를 보면…. 근데 왜 그런거 있잖아요, 전형적인 것보다는 잠재돼 있는 공포, 잠재된 슬픈 정서가 뭘까. 예를 들어서 외딴 길을 가는데, 길 가운데에 검은 박스가 놓여져 있다. 난 귀신이 앞에 서 있는 것보다 이게 더 무서운 거지, 주위에 아무도 없고 그 박스만 놓여져 있을 때. 사실 사물로 보면 무서울 게 전혀 없는 거거든요? 전혀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니고, 아주 일상적인 상황인데 그것이 나한테 주는 공포. 그런 걸 담아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전형적인 것 말고, 일상적인 상황이 던져주는 공포

수 | 아쉬웠던 건, 예상보다는 촬영기간이 길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짧았어요. 개봉 안 하면 어때, 계속 찍고 싶더라구. (웃음)

운 | 너무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지. 단편 주제에. (웃음) 어쨌든 장편을 하던 사람이라 단편 호흡을 잘 모르겠더라고. 그리고 내가 아쉬웠던 건, 송강호나 신하균 같은 친구는 자기 촬영이 아닌데도 항상 지켜봐 주는 게 있었어요. 난 그런 시스템에 익숙해 있는 상황이었고.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닌데, 예를 들면 그럴 때가 있어요. 이런 장면은 혜수씨가 와서 좀 봐줬으면 하는 부분들. 근데 그런 게 좀 아쉽더라고.

수 | 얘기해주시지….

운 | 지금부터 그렇게 하면 되죠. 혜수씨는 작업에 참여할 때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는데. 정말 내가 현장에서 같이 작업할 때는 아 저런 큰 배우가, 스타가 보잘것없는 단편에….

수 | (웃음) 자꾸 그러니까 씹는 것 같애. 넌 진짜 이름만 크고, 덩어리만 크구나…. (웃음)

운 | (웃음) 아니죠. 이런 단편에, 어떤 결과물이 얻어지고 이런 것에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고, 즐겁고, 이런 순수한 기분들이 막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참 좋았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그거였다는 거죠. 영화는 경제성, 또는 합리성, 이런 성질과 다른 일인 것 같아. 정말 변증법적으로 질량보존의 법칙이 있어서, 사람들이 어떤 열의를 가지고 참여한다는 게 말단 스탭부터, 제작부, 조명 막내부터 위까지 다 힘을 주는 것 같아요. 그게 에너지가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 예를 들면 내가 모니터 체크할 때, 슛할 때는 각자 포지션에 가 있던 스탭들이 와서 뭉쳐서 같이 확인해주는 거, 이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안 보이는 시스템이고, 안 보이는 팀워크란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이 얘기는 이 자리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하려고 했어요.

수 | 그건 저도 이번에 느낀 게, 저 안 찍는 날에 가서 보석이 오빠가 하는 걸 보고 싶었거든요. 주로 혼자 하는 신이 많아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찍나, 어떤 차이가 있나. 사실 저한테 익숙하진 않은 건데, 분명히 뭔가 있을 거예요. 아까 얘기했듯이 영화에 좀 익숙해지는 거, 꼭 당장 가시적인 걸 얻겠다는 것보다도 내가 이 영화에 이만큼 들어와 있다는 걸 자기 스스로 좀 느끼는 거.

운 | 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외국의 배우 중에 누구를 생각할 수 있을까. 외모가 주는 화려함에 비주류적인 취향도 갖고 있는 배우. 생각해보면 우마 서먼이 좀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크리스티나 리치도 그렇고, 혜수씨가 그런 배우가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길 바라요. 마치 러시아인형처럼, 끄집어내면 뭐가 또 있고, 그 안에 또 있고, 그렇게 보여줄 게 많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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