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쓰리>의 김혜수·김지운 [3] - 김지운이 본 김혜수
2001-12-14
정리 : 황혜림
“말 잘하고 똑똑해서 좋다”

예를 들면 이렇다. 영화나 CF 같은 데에서 한 별 볼일 없는 남자가 무료한 표정으로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은 커피숍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때 느닷없이 문이 열리면서 강렬한 빛을 후광으로 한 팔등신의 눈부신 미녀가 남자 앞으로 걸어들어온다. 일시에 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린다. 그녀는 긴 머리칼을 부드럽게 휘날리면서 고혹적이며 관능적인 자태로 미끄러지듯 별볼일 없는 남자에게로 다가간다. 모두들 숨을 죽이는 가운데 그 남자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을 꼴깍 삼킨다. 후끈, 그녀의 단내가 남자의 코끝에 확 내뿜어질 때쯤, 대개 턱을 받치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거나 뚱뚱한 마누라의 꼬집힘을 당하면서 장면은 바뀐다.

그러니까 이런 일은 도저히 현실에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이자 꿈이라는 걸 끊임없이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그런데 커피숍에서 김혜수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코끝에 단내만 안 났지 앞에 묘사한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꿈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매번 그녀가 내 앞으로 걸어 들어올 때마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킨다. 어떻게 해야지? 포옹하나? 손을 흔들어주나? 그러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서 기립한다. 그녀가 앉으라고 할 때까지 서 있는다. 어떻게 같은 인종인데 저렇게 다를 수가 있지? 매번 감탄한다. 가마때기를 둘러메도 김혜수는 김혜수다. 스크린이나 잡지에서 지금 막 뛰쳐나온 듯한 생생한 역동감으로 그곳이 어느 곳이든 어린아이처럼 금세 장악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좋다. 화려하니까. 그녀가 지나다닐 때마다 금가루가 뚝뚝 뿌려지는 것 같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김혜수는 말 잘하고 똑똑해서 좋다. 가끔 영화관에서 ‘까르르’ 하며 터지는 높은 웃음소리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주의를 둘러보게 만드는 것 빼곤 김혜수를 만나는 건 항상 흥미롭고 즐겁고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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