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의 개인기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프로그램이다. ‘리얼’의 시대를 도래시키면서, 다른 예능 프로그램까지 상황과 캐릭터의 충돌에서 웃음을 끌어내도록 유도했다. 특히 캐릭터를 구축하는 분야에 있어서 <무한도전>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빨랐다. 취향의 극단을 밀고 가는 박명수와 잇속을 챙기려 사기도 서슴지 않는 노홍철은 <무한도전>의 웃음뿐만 아니라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캐릭터들이다. 조민환 나비픽쳐스 대표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캐릭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건 영화를 하는 입장에서도 의미심장했다”고 말한다. “<무한도전>뿐만 아니라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개그콘서트>의 ‘달인’도 그렇지 않나. 김병만이 해낸 건 재주가 아니라 캐릭터였다. 이야기보다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지금의 트렌드에 예능도 부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캐릭터의 매력을 놓고 영화와 <무한도전>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TV는 시간의 힘을 갖는다. 한명의 출연자는 잘리지 않는 이상, 매회 같은 캐릭터를 반복하고 그때마다 강화된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시청자도 결국 그의 캐릭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투자사인 디씨지플러스의 김성한 팀장은 “한때 <무한도전>처럼 5, 6명의 캐릭터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영화들도 기획된 적이 있었지만 결국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다”고 전한다. 영화의 물리적 시간상 캐릭터에 대한 감정을 쌓아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대중이 캐릭터를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중요해 보인다. <고지전>을 준비 중인 박상연 작가는 “확실히 관객이 예전보다 더 많은 캐릭터를 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이 <무한도전>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의 관객이 <무한도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무한도전>이 영화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매회 다른 소재를 차용하면서도 진정성과 새로움을 잃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박흥식 감독은 “주관이 뚜렷한 독창성”을 <무한도전>의 놀라운 부분으로 꼽는다. “결국 엔터테인먼트는 새로운 창조보다는 어떻게 응용하느냐의 문제 같다. <무한도전>은 많은 것들을 끌어오지만, 그것을 새로운 느낌으로 포장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패러디하거나, 봅슬레이에 도전하거나, 법정영화를 패러디할 때도, <무한도전>은 단지 웃음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 주말 저녁의 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과 감동뿐만 아니라 서스펜스와 반전의 묘미까지 경험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영화로 치자면 단순히 장르적인 묘미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소재, 캐릭터의 직업, 그들이 놓인 공간에서 더 풍부한 재미를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