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영화 읽어주는 남자 그들을 소개합니다
2010-05-1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제15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최우수상에 김태훈씨, 우수상에 오세형씨

제15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응모작은 총 45편이다. 예년과 다름없이 홍상수, 봉준호, 박찬옥, 신동일 등 창의적인 한국 감독들의 영화세계에 관심이 많았다. 장르적인 관점이나 특정한 화두로 풀어내는 글은 예년보다 다소 적었다. 각종 철학개념과 문화이론에 무리하게 기대고 있는 평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현상일 것이다. 다만, 45편의 응모작이 건네오는 긴장감이 예년에 비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기존 평단과 예비평론가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씨네21>은 응모작 중 독창적인 관점이 돋보이고 깊은 교양이 느껴지며 대화적 구성력이 갖춰진 글을 뽑으려 노력했다.

최우수상을 선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론비평 ‘진실, 그 경계에서-박찬옥의 <파주>를 중심으로’, 작품비평 ‘충동의 미학:반두비’를 쓴 김태훈씨의 글은 분석의 쾌가 느껴지는 동시에 유려했고 친밀했다. 이론비평으로 박찬옥론, 그중에서도 <파주>를 중심 텍스트로 삼았지만, 다각도의 입체성을 발휘한 필력으로 자연스럽게 박찬옥 전체 영화세계의 주요 논제들을 풀어냈다. <반두비>에 관한 작품비평은 힘 있고 또렷했다. 우수상을 놓고 이지영씨와 오세형씨의 글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두 글은 서로 정확히 상반된 장단점을 보였다. 영화 <엔칸토에서의 죽음>을 이론비평 텍스트로, <그린존>을 작품비평으로 삼은 이지영씨의 글은 깊은 교양과 안목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글의 구성적 완성도가 돋보였다. 그런데 구성력에 비해 끌고 가는 힘이 약했다. 오세형씨의 글은 부분적으로 집요하고 치밀한데 전체적으로는 비약이 엿보이며 완결성이 떨어졌다. 많은 고민을 거듭했으나 오세형씨의 치열함을 창의성의 밑거름이라 믿고 선택했다. 오세형씨는 이론비평 ‘<잘 알지도 못하면서>까지 홍상수 영화의 의미 규칙을 잘 알지 못한 우리들의 실패, 그 의미규칙 통제의 실패가 오히려 홍상수 영화의 핵심이다’와 작품비평 ‘<마더>는 <괴물>에서 이미 예고됐다, 풀밭에서 춤추고 풀을 자르는 엄마를 우리는 정치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를 제출했다.

매년 돌이키는 것이지만 심사과정 중에 귀중한 견해와 시각을 알아보지 못하고 빠뜨렸다면 그건 전적으로 우리의 무능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15회 <씨네21> 영화평론상에 응모해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평론이 대화이고 대화가 영화를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는 <씨네21>은 내년에도 당신의 의견을 간절히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