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B.A랑 람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2010-06-01
글 : 강병진
80년대 추억의 미드 로 예상해보는 영화

“정말 터무니없군!”(ridiculous!) 지난 1월18일, 영화 <A-특공대>의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원작의 팬들은 댓글로 비난했다. “8살짜리 애들은 놀라워하겠네.” “왜 할리우드는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질 나쁜 CG로 망치는 거야!” 사실 이 트레일러에서 원작 팬들을 실망시킨 건 제작진이 회심의 카드로 준비했을 공중액션 시퀀스였다. 한니발(리암 니슨), 멋쟁이(브래들리 쿠퍼), B.A(퀸튼 잭슨), 머독(샬토 코플리) 등 주인공 네명이 탄 탱크가 비행기 속에 있다. 다른 비행기가 그들의 비행기를 격추시키고 비행기는 공중분해된다. 이때 그들의 탱크가 낙하하는 가운데 그 속에서 멋쟁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멋쟁이는 그 와중에도 도망가는 다른 비행기를 탱크에 달린 기관총으로 쏴버린다. “이건 너무 과장된 거 아닌가?” “그 장면은 관에 박은 마지막 못이야. 됐고. 난 원작이 더 좋아.” 쏟아지는 악플에 감독 조 카나한은 말했다. “만약 당신이 하늘에서 탱크가 떨어지고, 공중에서 총을 쏘는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A-특공대>는 당신을 위한 영화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 정말 그렇다면 그건 당신의 영화를 즐기는 태도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조 카나한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비난 댓글 중 가장 많은 단어인 ‘ridiculous!’(터무니없는)와 ‘cheesy’(저급한)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에 방영된 그때의 <A-특공대>에서 우리는 무엇에 열광했었나. 원작은 정말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액션활극이었나. 비난인지 응원인지 모를 댓글 하나가 이 질문에 힌트가 될 것이다. “내가 드라마를 본 게 7살 때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건 정말 애들이 보는 드라마였어. 만약 그때 드라마가 이 영화만큼의 예산을 갖고 있었다면 더했을 거야. 어쩌면 이 영화는 원작이랑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

연출과 완성도 낮아도 대박 TV시리즈

드라마 <A 특공대>는 <NBC>가 지난 1983년 1월23일부터 1987년까지 방영한 프로그램이다. 총 5 시즌동안 98개의 에피소드로 방영된 드라마는 매회 에피소드의 시작을 알리던 내레이션만으로도 요약이 가능하다. “10여년 전(시즌4에 와서 1972년이라고 못 박았다) 베트남 특공대원 일부가 무죄를 주장하며, 삼엄한 경계를 뚫고 로스앤젤레스 지하로 잠적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신분을 감춘 채 자신들을 A특공대라 부르고 있다. 그 누구도 해결 못하는 일이 있다면 A특공대에 문제를 요청해도 좋을 것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한니발(조지 페퍼드), 멋쟁이(더크 베네딕트), B.A(미스터 T), 머독(드와이트 슐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시보레 밴을 타고 미국을 누비며 사건을 해결했다. 사실 당시만 해도 <A 특공대>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거라고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단, 한니발을 연기했던 조지 페퍼드는 알고 있었나보다. 크리에이터인 스티븐 J. 커넬은 전했다. “페퍼드는 카메라가 돌기 전부터 이 작품이 크게 히트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예언처럼 <A 특공대> 첫 시즌은 전세계적으로 성공했고, 1983년 1월30일에는 26.4%라는 시청률을 기록해 그해 4번째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NBC>가 바로 <A 특공대>의 두번째 시즌 제작을 결정한 건 당연한 일이다. 네명의 캐릭터를 본뜬 피겨가 제작됐고, 마블코믹스는 그들의 활약을 그린 코믹스를 출간했다.

인기의 원인이 무엇이었나를 지금 와서 돌이켜보는 건 쉽지 않다. 추억 속의 <A 특공대>는 그저 멋진 남자들의 유쾌한 활극을 보여준 드라마였지만, 당시의 인기와 별개로 <A 특공대>는 이야기나, 연출에서나 완성도를 고려하지 않은 드라마였다. 일단 에피소드마다 반복된 이야기 구조를 떠올려보자. 처음 몇 장면은 에피소드의 피해자가 겪는 곤경이다. 곧이어 그들 중 한명이 4명의 A특공대 중 한명을 만난다(주로 한니발이다). 이때 그들의 고용주는 대부분 젊은 여성인데, 먼저 멋쟁이가 와서 야릇한 시선과 느끼한 농담을 던진다. 변장을 한 특공대는 곧바로 적들을 대면하고, 한판 주먹다짐을 벌인다. 이어 그들은 적의 주둔지를 돌파하거나, 적의 주둔지 안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때 특공대는 주변에 있는 철판과 나무, 그리고 차 종류의 탈것을 이용해 무기를 만든다. 테마 음악과 함께 편집된 영상은 그들이 나무를 자르고 용접하는 손을 비춘다(이때 B.A는 용접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옮긴다). 그리고 머독은 팀을 빠져나와 헬기를 찾아다닌다. 드디어 그들의 신무기와 적들이 한판 대결을 벌일 때, 총격전과 폭발이 연이어 일어나고 마침 시간에 맞춰 도착한 머독의 헬기가 동료를 돕는다는 식이다.

80년대 미국 대중문화의 욕망에 반응한 마초들

<A 특공대>는 1985년 시즌4에 이르면서 시청률 하락을 면치 못했다. 영국 신문인 <The Express>는 2006년 <A 특공대>를 추억하며 “같은 구조와 요소의 반복적인 등장이 인기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B.A와 머독이 끊임없이 투닥거리고, 비행기를 타기 싫어하는 B.A를 각목으로 때려 기절시키는 장면, 멋쟁이의 여성 편력, 그리고 일상적인 집기나 낡은 물건을 이용해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시퀀스 등이다. 그럼 그들의 몸이 부대끼는 액션이 멋있었던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주먹 한대에 날아가 창문을 뚫어버린다든지, 360도 뒤로 돌아 쓰러진다든지, 60, 70년대 한국 액션영화에서나 보던 과장된 ‘다찌마리’를 <A 특공대>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 1986년, 호주 언론인 <더 선데이 메일>이 <A 특공대>에 내놓은 평가 또한 상당히 혹독했다. “많은 사람들이 TV가 바보상자라고 비난한다. <A 특공대>는 매우 정확한 예가 될 것이다. 아무 생각도 없고, 그저 폭력적이고 말초적인데다가 온갖 잡스러운 것을 다 섞어놓았다.”

이런 드라마였으니, 조 카나한 감독이 “원작의 팬들이 원작을 사랑하는 것에는 특정한 관점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람들이 원작에 열광한 이유는 드라마가 시대 자체였기 때문이다.” 당시 NBC엔터테인먼트 대표였던 브랜든 타티코프가 크리에이터인 스티븐 J. 커넬에게 주문한 내용을 보자. “영화 <특공대작전>, 드라마 <미션 임파서블>과 <힐 스트리트 블루스>, <황야의 7인> <매드맥스>가 결합된 드라마를 만들어보게. 그리고 미스터 T(B.A를 연기한 배우)가 차를 운전하게 만들게.” 말하자면 그는 드림팀을 꾸린 남자들이 악당을 혼내주고 총격전과 폭발, 자동차 추격을 벌이는 한편 시종일관 웃겨주는 모험담을 원했다. 그리고 그의 전략은 곧 <매그넘 P.I>와 <람보> <에어울프>에 푹 빠져 있던 1980년대 미국 대중문화의 욕망이기도 했다.

그러니 영화 <A-특공대>에서 B.A를 연기한 퀀튼 잭슨이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A 특공대>를 보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한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A 특공대>는 그야말로 주말 오후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소리를 질러가며 볼 수 있는 남자들만의 세계였다. 영국 언론 <뉴 스테이트맨>은 1983년 당시 <A 특공대>를 “매우 고전적인 미국의 우파적 포퓰리즘”이라며 “애국주의적 마초의 드라마”라고 평했다. 심지어 멋쟁이를 연기한 더크 베네딕트는 <A 특공대>의 마초성을 자랑인 듯 떠벌리기도 했다. “그건 남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남자들의 드라마였다. 남성 작가들이 남자에 대해 쓰고 남자가 연출하고, 남자들이 연기한다. 그래서 남자인 우리는 이 드라마에서 신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할 때 담배를 피웠고, 우리가 쏘고 싶을 때 총을 쐈고, 우리가 원할 때 여성과 키스를 하거나 그들을 울렸다. 정말이지 <A 특공대>는 진짜 사내다운 드라마였다.” <A 특공대>의 시청률, 액션, 이야기, 유머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어이없는 자존심까지도 80년대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원작에 대한 오마주는 충분해

그렇다면 과연 영화 <A-특공대>는 원작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 조 카나한은 이미 “원작처럼 쉽고, 가벼운 <A-특공대>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원작의 팬들이 이 말을 문제삼자 그는 “그건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애덤 웨스트가 출연했던 <배트맨>과 똑같이 만들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관객은 상식적이고 영악하다. 그들은 영화 <A-특공대>를 통해 감상적인 추억에 빠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름 많이 고민했다. 또한 원작에 충분한 오마주를 바쳤다. 나를 믿어라.” 작가 중 한명인 마이클 브랜트의 말이 좀더 구체적으로 들린다. “<배트맨 비긴즈>와 <다이 하드> <본 아이덴티티> <카지노 로얄>을 섞는 쪽으로 각색됐다.” 그런가 하면 한니발을 맡은 리암 니슨은 “조지 페퍼드는 변장을 자주 했지만, 영화에서는 아예 그걸 없앴다”고 말했다. “그건 너무 진부하지 않나. 우리는 특수훈련을 받은 군인이다. ” 현재까지 언론에 나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볼 때, 원작 팬들의 입장에서는 원작보다 나은 작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그들이 원하는 건 추억이지만, 지금에 와서 80년대 정서와 결을 듬뿍 담아낸 여름용 블록버스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다만, 원작에 비해 좀더 논리적인 이야기와 정교한 액션신이 등장할 것이란 예상은 가능하다. 어쨌든 조 카나한의 <A-특공대>가 어떤 영화이든 간에 결론은 어렵지 않다. 만약 미국 네티즌의 반응처럼 터무니없는 이야기와 과장된 액션이 등장한다고 해서 원작을 망친 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심각한 표정을 지을 필요없이 폭발을 즐기고 농담에 시시덕거리면서 열광하면 그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드라마 <A 특공대>가 우리에게 선사한 즐거움이었고, 여름용 액션블록버터영화 <A-특공대>가 지켜야 할 본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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