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시리즈 10년, 마지막 모험을 떠나요
2010-06-10
글 : 황수진 (LA 통신원)
<슈렉 포에버>의 주인공들을 LA에서 만나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인기 동화책이 원작인 <슈렉>은 마법에 걸려 흉측한 괴물로 변한 아름다운 공주가 진정한 사랑과의 키스를 통해 저주에서 풀려난다는 내용의 고전 동화를 신선하게 패러디하면서 지난 10년간 팝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왔다. 진정한 사랑과의 만남, 이후 서로를 각자의 삶 속에 받아들이는 과정, 친구와 가족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거쳐 도달한 <슈렉> 시리즈의 마지막 장인 <슈렉 포에버>는 어느 순간 불현듯 드는 “이렇게 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슈렉 포에버>는 슈렉이 드래곤으로부터 피오나 공주를 구하기 전 왕(테리 길리엄 감독의 <몬티 파이톤>의 존 클리스)과 왕비(줄리 앤드루스)가 마법사 룸펠스틸스킨(월트 돈)을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피오나 공주의 저주를 풀어주는 대신 왕국을 차지한다는 계약서를 들이미는 룸펠스틸스킨. 소중한 딸을 생각하며, 왕이 계약서에 서명을 막 하려던 차에 슈렉이 공주를 구했다라는 소식이 전해져오고 룸펠스틸스킨의 계략은 수포로 돌아간다. 슈렉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며 이를 갈면서 사라지는 룸펠스틸스킨을 뒤로하고 화면에는 피오나 공주를 구해내고, 진정한 사랑임을 서로 확인하고,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자리를 잡은 슈렉의 일상이 보인다. 피오나 공주는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느라 정신이 없고, 슈렉 역시 자신만의 시간은 꿈도 꿀 수 없다. 이제 하루하루가 똑같이 정신없는 아버지로서의 일상에 숨막혀하던 슈렉은 문득 고개를 돌려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한때 모두가 무서워하던 오거로서의 자유로운 삶,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자신만의 삶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런 슈렉 앞에 나타난 마법사 룸펠스틸스킨. 그는 슈렉에게 하루 동안의 일탈이라는 달콤한 제안을 하고, 슈렉은 그 대가로 자신이 지불해야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덥석 받아들인다. 그러자 바로 슈렉은 슈렉이 태어나지 않았던 평행우주의 세계로 떨어진다. 룸펠스틸스킨이 슈렉이 태어난 날을 가져가버린 탓에 이 세계에서는 슈렉이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태어나지 않았기에 당연히 슈렉은 피오나 공주를 구출한 적도, 용과 싸운 적도, 동키를 만난 적도 없다. 슈렉이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와 그 모든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갑자기 등장한 슈렉. 이곳에서 동키는 슈렉을 알아보지 못하고, 사람들은 예전처럼 슈렉을 두려워하고, 장화 신은 고양이는 장화를 신지 못할 지경까지 살이 쪄 있다.

자신을 구해줄 기사를 기다리다 지친 피오나 공주는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성 안에서 빠져나와 왕국을 통치하고 있는 독재자 룸펠스틸스킨에 맞서 오거 저항군을 이끄는 여전사가 되어 있다. 슈렉에게 그녀는 여전히 사랑이지만, 여전사 피오나는 더이상 진정한 사랑을 믿지 않는다. 한때 자신이 가졌던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고 피오나 공주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이번에는 슈렉이 진정한 사랑의 키스를 필요로 하게 된다.

3D로 제작되어 마이크 마이어스(슈렉), 카메론 디아즈(피오나 공주), 동키(에디 머피) 및 안토니오 반데라스(장화 신은 고양이) 등의 친숙한 목소리와 함께한 <슈렉 포에버>가 지난 5월16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프리미어를 가졌다. 하루 앞서 에디 머피가 빠져 아쉬었지만 베벌리힐스의 포시즌 호텔에서 배우들과 마이크 미첼 감독을 라운드 테이블에서 만날 수 있었다.

카메론 붙잡고 3D 관해 질문 천개쯤 했을걸

마이클 미첼 감독

-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 작업의 차이가 있다면. = 엄청난 디테일을 미리 다 계산해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사로 마차를 찍어야 한다고 하면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가지고 온 몇장의 샘플 사진 중에서 한장을 고르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슈렉 포에버>에서 동키가 끄는 마차를 정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터들의 수없이 많은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마차가 움직일 때 랜턴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흔들리는 마차의 아래는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등등. 그런데 그게 바로 애니메이션 디렉팅의 재미 같다.

- 실제와 캐릭터간의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배우는. = 모두 다 각자의 캐릭터를 상당 부분 가지고 있다. 마이크 마이어스는 굉장히 머리회전이 빠르면서도 괴짜 같은 모습이 슈렉과 잘 맞고, 항상 넘치는 에너지의 카메론 디아즈도 피오나 공주 그 자체다. 녹음실에 배우들이랑 같이 들어가서 작업을 하는데, 어떨 때에는 이들을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 금세 진이 빠지는 느낌이다. 다들 목소리 연기를 하면서 몸을 많이 움직이는데, 그런 모습을 애니메이터들이 카메라로 녹화해두었다가 애니메이션에 참고하기도 한다. 에디 머피의 경우 그 방법을 많이 썼다.

- 이번 작품에서 캐릭터에 이전과 다른 변화를 주려고 한 시도가 있었다면. = 살찐 장화 신은 고양이도 있고, 재니스 조플린처럼 머리를 내린 피오나 정도?

- <슈렉> 시리즈의 매력이 무엇인 것 같나. = 슈렉에게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게 있다. 이번에 피오나는 슈렉에게 구출되지 못했다. 그리고 스스로 오거 전사로 거듭났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필요로 할 때 구해주지 못한 피오나를 바라보는 슈렉의 딜레마를 보면 마음이 아프지 않은가. 슈렉은 이른바 애니메이션 버전의 ‘토니 소프라노’(<HBO> 텔레비전 시리즈 <소프라노스>의 주인공)라고 생각한다. (웃음) 그러고보면 슈렉은 우락부락한 체구에, 늘 화난 표정의 무뚝뚝한 토니와 비슷하지 않나.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늘어난다는 것을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유머가 그대로 전달된다라는 등에서 또 다른 재미가 있다.

- <슈렉> 프렌차이즈의 마지막 장을 만드는 것은 부담이 꽤 컸을 것 같은데. = 그렇기도 하면서 동시에 애니메이터들 모두가 다들 들떠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난 두 아이의 아빠였고, 생일 파티에 한창 시달렸을 때라 슈렉의 심정이 딱 와닿았다. 부담보다는 우리 모두 이 작품을 만드는 데 자부심과 즐거움이 더 컸다.

- 그래도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 3D 작업이었다는 점이다. 3년 전 일이라 3D 작업을 그때 처음 해보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제임스 카메론을 붙잡고 질문만 천개를 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아바타> 작업물을 누구보다 먼저 볼 수 있어 좋았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드래곤 길들이기>도 함께 3D로 제작돼 우리끼리 문제점이 생기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곤 했다. 드림웍스에는 이른바 히피 문화같이 서로 돕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도 3D 작업을 이렇게 하나 해보고 나니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기술만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기능으로서의 3D가 가진 매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동키를 바라보며 혼자가 되는 슈렉을 3D로 잡아 후면에 배치하는 장면이 있다. 앗, 3D다 하고 눈에 확 띄는 장면은 아니지만, 그를 통해 슈렉의 심리를, 슈렉의 관점에서 훨씬 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3D는 모노 사운드에서 스테레오 사운드로의 변화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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